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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디지털세 논란] ‘조세 회피 VS 이중과세·혁신저해’ 평행선 

 

EU 집행위원회에서 선제적으로 제도 도입… 이해관계 따라 주요국 셈법 달라

▎사진:© gettyimagesbank
현대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라이제이션과 플랫폼화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구글·아마존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정보·제품 유통의 맥을 쥐고 있고, 쏠림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점유율은 90%가 넘고, 아마존의 미국 e커머스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한국만 해도 네이버가 검색을 시작으로 뉴스·e커머스·부동산 등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은 ‘창조’보다는 ‘전환’의 특성이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산업 체제를 대체한단 뜻이다. 온라인 서비스 영역이 넓어질수록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사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세계적으로 고용 부진이 심각하고, 정부 정책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인력을 대체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힘 때문이다. 경제·산업 체제의 변화와 세수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국경을 초월한다. 구글 검색은 유럽을 장악했고, 넷플릭스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나라의 법과 제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세 행정 등은 원천 국가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골치 아픈 일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적으로 일명 ‘디지털세(Digital Tax)’ 논의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국가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세금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21일 글로벌 IT 기업이 EU 안에서 거둔 매출에 대해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ICT 서비스와 관련해 서버를 둔 국가를 과세 관할국으로 하는 국제 합의는 2003년경 마련됐다. 그러나 법인세 부과를 위해 ‘고정 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s)’이 없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1998년부터 약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중심으로 이를 논의했지만, 각국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EU 집행위원회는 선제적으로 디지털세 도입 제도를 마련 중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안은 속지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사용자는 EU 회원국 내에서 거주민이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접근해 이를 사용하는 경우로 규정한다. 온라인 계약도 계약한 사용자가 제3국에 거주하더라도 EU 회원국에 고정 사업장이 있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총 매출은 세계 사용자의 디지털 장치(digital device) 사용 횟수에 비례해 결정키로 했다.

이런 안은 회원국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려 부결됐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세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임시 조치로서 3% 세율의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를 부과할 계획이라 밝혔다. 디지털 서비스세 역시 아일랜드·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일부 회원국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아직 발효 여부는 불분명하다. 더욱이 미국은 EU 디지털세가 자국 IT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G20·OECD 중심으로 디지털세 도입 논의 활발


디지털세 논란은 비단 EU와 미국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은 세계를 상대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도 이미 디지털세는 도입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OECD는 2020년을 목표로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OECD 권고안에 따라 디지털세의 도입, 확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7월 18일 프랑스 샹티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디지털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이 채택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 OECD와 G20 차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조세회피를 막을 새 규정은 간소하고 적용이 용이해야 하며 이중과세 방지대책도 담아야 한다”며 지침 방향을 밝혔다.

어째서 I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는 세계적으로 정당한 일처럼 받아들여질까. 글로벌 기업은 각국의 생산, 소비가 국경을 초월해 하나로 이어지는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은 세계 교역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한 조세를 부담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2017년 한국에서만 4조972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에 못 미친다. ‘국제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행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IT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원을 이전하는 국제적 조세 회피행위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기술혁명으로 정보통신산업과 지식기반경제가 활성화하며 경제구조가 급격히 무형화(디지털화)됐다. 바야흐로 디지털 경제시대에 돌입하며 유형의 재화를 이용한 국제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국제적 조세회피 규제 제도로는, 거래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디지털 기업의 세원 포착이 어렵게 된 것이다.

OECD는 구글·애플·아마존 등 유력 IT기업이 BEPS를 통해 공격적으로 절세하는 규모를 연간 1000억~2400억 달러(약 120조~29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은 2015년 총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였음에도 DIDS(Double Irish Dutch Sandwich)라는 조세회피 수단을 통해 해당 수익의 2.4%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담했다. EU의 법인세율은 20~30%임에도 구글은 EU에서의 세율은 그 매출세액의 0.19%였다. 그래서 이른바 ‘구글세 논쟁’이 일어났다.

디지털 기업들은 실체 없는 무형의 자산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특정 장소에 영업장을 둘 필요가 없다. 전통 국제조세에서의 필수개념인 ‘고정 사업장’ 없이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에 역설적으로 세계 어디라도 고정사업장을 둘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신자유주의 감세 경쟁까지 더해지자, 글로벌 기업들은 가장 낮은 세율의 국가나 지역으로 본사나 서버, 또는 고정 사업장을 옮기는 것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사업장 실체 없어 국경 넘어 조세회피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전략은 핵심 조세전략이 됐고 점차 퍼져 지금은 보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디지털 기업들의 이런 조세전략은 세계적으로 부과해야 하는 조세의 통합적 감소와 함께 조세 주권침해를 가져와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OECD가 BEPS 프로젝트를 발동한 계기가 됐다.

OECD는 국제적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부터 OECD BEPS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최종 승인했다. 현재 120여 개국이 참여 중이다. 디지털세는 BEPS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OECD는 또 부가가치세와 관련해 소비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국제적인 무형자산과 서비스의 기업 간 거래(B2B) 거래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위치한 곳에 과세권이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속한 국가가 달라도 소비되는 국가에서 과세해야 하는 것에 대해 국가 간 이견은 크지 않다. 그러나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해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법인세는 고정 사업장 개념을 중심으로 본점이나 실질적인 영업장소가 소재한 국가에서 과세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고정 사업장이 없거나, 역설적으로 어디라도 고정 사업장을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각국의 이해관계도 얽히고설켜 있다. 영국과 호주는 두 개 고정 사업장의 지위를 의도적으로 피한 기업에 법인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인도·이탈리아는 디지털 상거래 매출액에 일정 비율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전통 제조기업이 평균 23.2%의 법인세율의 적용을 받은 데 비해 더 높은 매출과 수익을 기록하는 거대 IT기업이 고작 9.5%의 세율을 부담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조세제도의 필요성이 있어, 앞으로 디지털세가 새로운 유형의 법인세 자체로 기능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업의 조세회피 성향과 낮은 세율은 문제가 되지만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디지털세란 글로벌 IT기업들이 온라인 거래를 통해 얻는 수익에 대해 자국에 납부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소비되는 국가에 추가로 납부하는 조세다. 실질을 반영하지 못한 법인세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이 정립되기 전까지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대신 부과하는 것이다. 이미 자국에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이 별도로 해외에 납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기업들의 사업 위축과 그 부작용으로 4차 산업을 위한 혁신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기업의 추가적인 조세부담은 특히 성장하려는 IT기업이나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하려는 기업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매출에 비례한 세율은 성장과 혁신의 유인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세수 확보냐 기업 유치냐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려는 국가와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려는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EU의 디지털세와 관련해 회원국 간 입장 차이와 갈등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최근 G7에서 최소한의 디지털세율에 대한 지침을 정하고 이에 따를 것을 합의한 만큼, 나머지 영역들에 각국의 조세재량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도 있다.

기업들의 이중과세 주장도 피할 수 없다. 디지털세가 기존의 법인세와 함께 운영될 경우, 동일한 소득에 대해 거래당사자의 거주지국과 소득의 발생지국(원천지국)이 모두 과세권을 가지게 되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세가 사실상 기존의 법인세제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법인세제이기 때문에 동일한 세원에 대한 중복과세는 아니라는 옹호론도 상존한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국가 간 입장도 상이하다. EU 회원국 중에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영국은 디지털세 내지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디지털세에 부정적이던 영국은 2020년부터 법인세와 별도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은 연 매출 5억 파운드(약 7400억원) 이상인 다국적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 등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2%를 디지털세로 부과할 방침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독자적인 디지털세 시행을 검토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는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역내 온라인 광고 매출액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고 있다. 독일도 디지털세를 지지했지만, 글러벌 기업에 대한 과세강화 추세가 자국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입장이 불분명해졌다.

법인세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정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아일랜드·룩셈부르크와 같은 국가들은 디지털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는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조세 혜택은 불공정한 경쟁이거나 조세 왜곡이 아니라 EU 회원국의 재량적 주권이라는 입장이다. EU 회원국 중 전통 제조업 기반이 강하지 않은 소국 개방경제인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 본사 유치를 위해 디지털세를 반대하는 경향이다.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EU의 디지털세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규모 IT 회사가 미국 기업이나 당연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은 이익이 아닌 매출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통적 법인세 과세기준에 위반된 자의적 조세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EU가 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불공정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다며 강경하게 비판하는 중이다.

한국은 최근 디지털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OECD 기준에 맞춰 개정한 법안을 통과함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는 국제적인 디지털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법인 소득에 대해 한국에 고정 서버나 고정 사업장이 없는 한 과세할 수 없고, 단지 국내 자회사에서 창출되는 일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디지털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국내 기업이 피해 입을 수도” 정부 신중론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국내 IT 기업에 중복과세가 발생하는 등 우려가 있다며 구글세(디지털세) 도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재부는 지난 2월 14일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국내 IT 기업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U의 경우 매출이 큰 IT 기업이 거의 없어 디지털세를 도입하더라도 자국 기업들에 대한 중복과세 우려가 없지만, 한국은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매출 규모가 큰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는 피할 수 없다. 이는 기존 조세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BEPS 조세회피 행위는 전통적 제조부문과 새로운 산업 간의 형평성, 이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배분 왜곡, 그리고 국가 조세주권의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BEP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조세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G7이 최근 필요·최소한의 세율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것에 견해를 함께 한 만큼, 한국도 선진국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덧붙여 실효성 있는 구체적 기준을 찾아 나가야 한다. 몇몇 IT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글로벌 IT 회사들에 대한 조세주권을 회복하고 제조 업체 등 다른 부문과의 조세형평성 제고 및 조세중립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디지털세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가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지엽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의미도 없다. OECD 방침을 기준 삼아 주요국의 과세당국들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대응하는 것만이 성과를 볼 수 있는 해결책이다.

-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

1504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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