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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다시 ‘박스피’… 중소형주에 관심을 

 

코스피 1900~2100 박스권 가능성... 유럽경제 침체, 트럼프 탄핵 조사 등 악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월 25일 탄핵 조사를 촉발한 통화 당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존재한다. 주가에 따라 어떤 한쪽이 두드러져 보일 뿐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가장 기대할 만한 호재가 무엇일까? 실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감익 추세에서 막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나올 경우 주가 하락을 막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분기별 기업 이익 전망치 높아져

지난 한달 동안 코스피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4.2% 증가했다. 8월에 이익 전망이 바닥에 도달한 후 나온 반응이다. 3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2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8% 줄어들지만, 2분기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에 사이클이 있듯 기업 이익에도 사이클이 있다. 둘은 높낮이를 포함해 모습이 비슷하지만 시점이 조금 다르다. 경기가 기업 이익보다 1분기 정도 앞서는 게 일반적이다. 2000년 이후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는 4번의 이익 변동이 있었다. 확장 33개월, 수축 16개월로 한번 사이클이 시작되면 49개월간 이어졌다. 사이클간 차이가 커 2000년대 중반에는 이익 증가가 3년 가까이 이어진 반면 2014년에는 이익 감소가 2년간 계속됐다. 그때 그때 가격변수와 경제지표에 따라 이익이 변했는데,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1%까지 내린 부분이, 2014년은 양적완화 종료와 중국 경기 둔화가 이익 변동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국내 기업 이익 역시 주기를 가지고 움직였다. 한 사이클이 48개월로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확장 기간은 3개월 더 긴 36개월, 수축은 13개월에 그쳤다. 가장 최근의 이익 정점이 2018년 3분기이니까, 지금은 이익 감소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난 셈이 된다. 과거 평균 기간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가 마무리될 때가 됐다.

반도체 경기 바닥 가능성도 이익 증가를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반도체 이익 감소가 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8~9월 언저리가 반도체 경기 저점이란 의미가 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부근으로 오른 게 이를 보여준다. 코스피도 이익 증가 기대 덕분에 2100에 근접했다.

이익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역할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데 그칠 걸로 보인다. 이익이 바닥을 지났다는 게 곧 상당 규모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비해 직전 이익 둔화 기간에 주가 하락도 크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익이 한번 줄어들면 주가가 50% 가까이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25%에 그쳤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이치가 작동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실적이 호재라면 경기는 악재다. 유럽 경제가 특히 좋지 않다. 유로존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6으로 예상치 47.2에 못 미쳤다. 독일이 특히 심해 제조업 PMI가 41.4로 10년 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숫자보다 더 심각한 건 과정이다. 연준이 수차례 금리를 올리는 동안 유럽은행은 한번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양적완화를 새롭게 시행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썼지만 경기가 좋아지지 않았다. 금융 완화 정책을 가지고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래서 관심이 모이는 곳이 재정정책이다. 정부가 직접 돈을 사용해 경기를 끌어올리자는 생각이다. 독일은 균형재정을 엄격하게 지키는 나라다. 매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닥친 하이퍼 인플레이션 때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생각으로, 건전재정에 대한 방침이 확고한 만큼 재정 투입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다. 정서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이외 유럽 국가는 또 다른 이유로 재정정책에 소극적이다. 불과 8년 전에 남부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만큼 재정 적자를 늘리는 데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

미국에서는 엉뚱한 정치적 사건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의 비리를 조사해 달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은 부분에 대해 탄핵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 의회의 의석 구조상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없다. 정치적인 공방에 지나지 않지만 대선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공방이 거세질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러시아 문제로 곤욕을 치룬 민주당 입장에서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최악은 미중 무역분쟁으로까지 악영향이 확대되는 것일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는 전략을 택할지, 아니면 일괄 타결을 통해 한꺼번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택할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선진국에서 벌어진 이런 일련의 일 때문에 코스피가 2100을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코스피가 1900에서 2100까지 오르는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13일 연속 상승이라는 드문 기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의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마찬가지다. 8~9 월에 연기금이 거래소 시장에서 5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매수를 집중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줬다. 앞으로가 문제다. 주가가 급등했다는 건 반대로 하락할 때 지지선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처럼 수급을 통해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경우 지지선의 세기는 더 약해 조그만 변동에도 하락할 수 있다. 순매수 주체의 힘도 강하지 않다. 연기금은 연간 주식 매입 규모가 정해져 있어 순매수를 계속할 수 없다. 반면 외국인은 매도의 양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선진국 주가 하락으로 이들이 매도를 늘릴 경우 견뎌낼 재간이 없다.

지수 끌어올린 연기금 매수 한계

주가 상승이 2100 부근에서 마무리됨에 따라 1900~2100 사이에서 박스권이 완성됐다. 2011년 이후 주식시장이 6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주가가 머물렀던 구간은 1800~2050이다. 올해 초 2000에서 지지선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박스권의 상단은 2250이었다. 주가가 박스권에 한번 갇히면 저점 대비 10% 내외로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범위에서 박스권이 만들어졌다.

주가가 2100까지 오를 때 주역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었다. 기관 순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도구였기 때문인데 주가가 하락할 때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대형주가 약해지는 대신 중소형주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주가 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동안 주가가 낮아졌고 유동성 공급이 대형주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줄어든 부분이 중소형주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04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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