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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 브렉시트는 가능한가?] 조기 총선에 브렉시트의 명운 걸려 

 

브렉시트 최종 시한 잇단 연기… 보수당 과반 달성 때 새 합의안 통과 유력

▎존슨 총리는 2022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오는 12월 12일로 앞당기는 법안을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투표(2016년 6월) 이후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브렉시트 투표 후 세계가 우려했던 부정적인 파급 효과는 상당 부분 예상에 못 미쳤다.

그러나 브렉시트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협상의 결말은 나오지 않고 애초의 브렉시트 시한을 몇 번이나 넘기면서 “도대체 영국은 왜 브렉시트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주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대량 이민 때문이다” “인종주의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포퓰리즘 때문이다” “보호무역 때문이다” “자유무역 때문이다” “EU 규제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브렉시트

브렉시트는 세계화, 일자리 부족, 불평등 확대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불만이 표면화된 사건으로 평가돼왔다. 영국인들은 EU 결성에 따른 이민자 증가가 영국의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위협한다고 봤다. 여하간 저소득·저학력층이 브렉시트를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와 저성장에 대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이 돌발 이벤트는 ‘중요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던져 주었다. 브렉시트 협상을 보면서 대중의 불만과 소외감이 표출된 사건이지만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공식 통보(2017년 3월) 후 3년여 동안 영국과 EU 간에 탈퇴 협상이 진행됐고, 메이 총리가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영국 의회의 부결 후 메이 총리가 사임하는 불운을 맞았다.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둘러싸고 영국 내 비판 세력들은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오랜 준비에도 영국 정부와 EU 간의 탈퇴 합의안을 영국 의회가 잇따라 부결 처리하면서 여전히 합의 없는 탈퇴부터 탈퇴 철회 가능성까지 수면에 떠올라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메이 총리 시절 영국과 EU 간 탈퇴 협상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협상에서 양측은 ‘탈퇴에 따른 합의금’과 영국과 EU에 체류하고 있는 상대측 시민의 권리 보호 방안에 합의했다. 영국의 탈퇴 효력 발생 시점 이전에 들어온 상대 측 시민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이동과 노동의 권리를 인정했다. 2단계 협상은 영·EU 간 무역과 경제에서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논의됐다. 영국과 EU는 2018년 11월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무역, 안보, 환경문제 등과 관련한 미래관계 정치 선언 초안(26페이지 분량)에 합의했다. 이는 브렉시트 합의문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문의 성격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메이 총리는 빈손으로 돌아가고 예상대로 존슨 후보가 득표율 66.4%로 헌트 후보(33.6%)를 누르고 보수당 대표에 선임돼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존슨은 “어떤 결과이든 연기 없는 브렉시트” 등을 공약했고 헌트 후보도 “유럽연합과 무역협정 없는 브렉시트 수용”으로 응수했었다. 존슨의 승리는 메이 총리 이전에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친 캐머런 전 총리 때부터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해온 존슨 후보가 브렉시트 추진에 더 적합하다는 당내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된 유럽의 꿈은 사치였나?


하나된 유럽의 꿈을 상기함은 사치일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한다. 유럽 국가 간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생각에서 ‘경제통합’을 진행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를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이 1999년 만들어졌다. 나아가 2002년 공동 통화인 유로화를 도입하며 유로존(Eurozone)이 탄생했다.

영국은 유럽연합의 회원이었지만 통화동맹에는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화 사용을 고집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다른 유럽 국가 사이에는 EU 회원인 영국처럼 관세가 면제(관세 동맹)될 뿐만 아니라 같은 통화를 사용해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지는 다른 이점도 향유하게 되는 듯했다.

통화동맹으로 어떤 편익을 누릴 수 있을까? 우선 물가안정이다. 단일 국가로 존재할 때는 각종 외부 요소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경우 경제통합이 이뤄졌을 때보다 훨씬 더 심한 변동이 일어난다. 단일통화 사용은 환율 리스크를 제거해 상품거래를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다. 무역 상대국의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상대국의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될 위험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해당 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화폐가치 하락 위험에 대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환율 수수료로 지불하는 비용도 거래비용으로 만만치 않다. 같은 통화를 사용하면 이런 비용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된 시장화가 가속화되고 세계무역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용 화폐를 사용하면 해당 통화권 국가 간의 상호투자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유로존 역내 해외직접투자(FDI)의 총량은 유로존 설립 이전에 비해 실증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통화동맹 국가의 통화·외환정책 상실로 그리스처럼 재정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았다. 당연히 화폐주도권도 상실된다. 이런 유로존의 위험을 목격한 게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파운드화를 쓰면서 유럽연합에서 관세동맹의 이익을 향유하던 영국은 어쩌면 얄미운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와 국제 교역, 고용 등 거시경제 전반에 걸친 사안이 상당 기간 기업 신뢰에 영향을 미칠지 많은 이가 근심어린 눈으로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을 쳐다보았다. EU가 브렉시트 협상에 속도를 내자 시장의 시선은 영국 정부에 쏠렸는데, 여전히 결과는 안개속이다. 무엇이 이토록 브렉시트를 힘들게 하고 있을까?

우선 전환(이행) 기간이다. 당초 영국은 2020년 12월까지 EU 단일 시장에 잔류하고 그 사이에 영국·EU 간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에 2019년 3월 29일을 목표로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이 순조롭게 되면 이후 EU 회원국 지위를 제한적으로 유지해 제3국과 통상협상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은 당초에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지지하려 했다. 그러다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인식으로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로 전환한 것이다.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합의문 내용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두고두고 문제되는 사안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섬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의 서쪽에 있는 분단된 섬이다. 이 섬은 애초 오랫동안 경제·문화적 공동체를 유지해왔으나, 20세기 들어 대외적으로는 영국과의 전쟁을, 대내적으로는 ‘자주파 대 친영국파’ ‘보수 대 진보’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으며 분단됐다. 그 결과 섬 북부는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로, 중부와 남부는 독립국인 아일랜드공화국으로 나뉘어졌다. 두 곳은 정치적으로는 다른 나라임에도, 20세기 말 이후 경제통합을 유지한 상태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북아일랜드(영국 영토)와 아일랜드공화국이 모두 유럽연합 회원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상호 관세를 물리지 않으며(관세동맹),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제조하는 기준(제조표준)에서도 유럽연합 규범을 따른다. 덕분에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설치된 국경선이 있지만 이는 보이는 허들이었을 뿐 관세동맹으로 사실상 경제통합에서 어떤 장애 요인도 초래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인력과 상품이 국경을 넘을 때 통상적으로 치러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일랜드 문제와 관련 메이 총리는 다음과 같은 합의에 이르렀다. 북아일랜드(영국령)와 아일랜드공화국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해 영국과 EU 간에 무역협정 체결 전까지 영국은 EU 관세동맹 잔류가 가능하다는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을 마련했다. 다만, 2020년 7월 전까지 영·EU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체결이 늦어져 전환기간 이후에도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할 경우에는 EU 규제를 준수하는 요건을 부과했다.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유럽연합의 압박(아일랜드공화국은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에 남겨두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한동안 잔류해야 국가적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제조표준 부문에서는 북아일랜드만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를 따르도록 허용했다. 그렇게 1단계 협상에서는 영국과 EU는 아일랜드 섬의 남북을 차지하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하드 보더(hard border)’ 미설치에 합의했다.

메이 총리의 안은 아일랜드섬의 경제 파탄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지만,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영국이 만약 유럽연합 규범을 벗어나는 수준의 유전자조작 농산물(GMO)을 새로 허용하는 경우(제조표준) 동 상품은 자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브렉시트 일자는 당초의 2019년 3월 29일에서 4월 12일로, 다시 10월 31일로 순차적으로 연기되는 악몽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7월에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백스톱 조항을 결사반대하던 런던 시장 존슨이 강경노선을 가하겠다며 취임했다.

존슨 총리는 취임할 때 10월 31일에 반드시 유럽연합을 탈퇴한다고 다짐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기세등등한 다짐을 이어갔다. EU와 협상에 실패해도 정해진 시일(10월 31일)에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 역시 유럽연합과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협상에는 그가 무시할 수 없는 아일랜드섬의 경제적 통합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존재했다. 존슨 총리의 새로운 제안이 EU와는 합의에 도달했으나, 영국 의회의 승인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당초 존슨 총리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되, EU와 합의가 안 될 경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여건이 녹록하지 않았다. 여전히 영국의 딜레마인 북아일랜드 트릴레마(Trilemma) 해결이 선결 과제였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 회피, 북아일랜드와 여타 영국 본토 간 자유교역을 희망했지만, EU는 영국의 단일시장·관세동맹 접근 제한이 협상의 출발점이었다. 존슨 총리는 아일랜드 안전장치에 대한 대안으로 북아일랜드에 ‘이중관세 체제적용’을 제안했고 EU와 합의 후 의회 투표를 시도했다. 메이 전 총리의 아일랜드 안전장치는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정이 타결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 규제를 수용하고 UK 전체가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의 첫번째 대안은 ‘이중 국경’의 설정이었다. 전환기간 종료(2020년 말) 이후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는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상품 등에서는 EU 단일시장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다. 이후 4년마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와 의회가 EU 규제를 계속 유지할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안은 반대에 부딪혔고 존슨 총리는 두번째 대안으로 ‘이중관세’를 제안한다. 북아일랜드를 영국의 관세 체계에 남기되, EU 규제(규격·성분·안전기준)를 준수하고, 세관 기능을 아일랜드섬과 영국 본토 사이에 도입하는 것이다. 북아일랜드가 형식적으로는 영국의 관세 체제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에 존치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목적을 도모한 것이다. 관세 정산시스템을 도입하고, 4년마다 북아일랜드 의회가 유지 결정권을 보유하는 안이다.

EU는 이중관세 체계 유지에 회의적이었으나, 아일랜드섬 내에 물리적 국경회피와 자유통행 확보를 위해 타협하고 만다. 이와 함께 영국 내에서 여러 입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르면, 전환 기간이 끝나는 동시에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을 떠나게 된다. 이후 영국은 세계의 어떤 나라와도 자유롭게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어, 메이안과 정반대 방향인 듯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브렉시트 강경파를 만족시킬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아일랜드섬의 남북이 계속 무관세로 교역해야 한다’는 전제조건 때문에 오히려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에 ‘관세 국경선’이 새로 그어지고 말았다. 이론적으로는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에는 무관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간에는 관세 부과라는 목표를 대충 성취한 듯하나, 결과는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의 길이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즉, 영국 내부에 ‘관세 국경’이 새롭게 그어진 것이다.

이에 따르면, 먼저 영국과 유럽연합 측이 공동 결성한 합동위원회가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공화국으로 넘어갈 위험성이 큰 품목’(위험 품목)을 선정한다. 북아일랜드 기업이 위험 품목을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면 일단 관세를 내야 한다. 이후 그 상품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내부에서만 사용되었다고 입증되면, 해당 기업은 관세를 돌려받는다. 위험 품목이 아일랜드공화국으로 이송되는 경우 관세를 돌려받지 못한다. 더욱이 제조표준에서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규범을 따르도록 합의했다.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를 오가는 상품은 제조표준을 검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존슨 총리의 수정안이 ‘메이 협정문’보다 나은 방안이라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당에서도 북아일랜드가 더 이상 영국의 일부가 아닌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의회 내 반대파들이 합의안 검토 기간 필요를 주장하는 가운데, 브렉시트 이행법률에 압서 선(先)입법 동의안(합의안 투표 유보)이 가결됐다. 국가 간 조약인 브렉시트 협정문을 비준하기 이전에 ‘브렉시트 시행을 위한 영국 국내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10월 19일 존슨 수정안이 하원에서 비준돼야 10월 31일에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었지만, 수정안은 하원 표결에도 부치지 못했다. “이제 제발 이 사안을 끝냅시다. 더 이상의 브렉시트 연장은 영국 국가를 좀먹는 일입니다”라고 외친 존슨 총리의 이야기는 허공의 메아리가 됐다.

노딜방지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총리는 EU에 연기서한을 송부했다. 10월 19일 밤,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에 브렉시트를 3개월 더 연기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다만 본인은 이 요청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후 내각은 EU탈퇴법에 대한 독회를 마치고 이를 신속처리법안으로 상정했으나 부결(10월 23일)되고 만다.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세관 기능을 도입할 경우 사실상 북아일랜드와 본토 사이에 관세·규제선이 발생한다면서 연정파트너인 민주통일당과 노동당 등 야당이 반대했고, 여당 일부도 영국의 단일성 훼손을 이유로 반발했다. 의회에서 새 합의안이 거듭 부결(과반수 획득 못함)됐다.

유럽연합은 10월 29일 영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브렉시트의 최종 시한을 10월 31일에서 내년 1월 31일로 다시 3개월 연기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22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오는 12월 12일로 앞당기는 법안을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찬성 438표, 반대 20표). 이제 영국의 12월 조기 총선에 관심이 쏠려있다. 긴박한 전개를 거듭하던 브렉시트는 일시 정지된 상태다.

영국 의회는 11월 5일 해산됐다. 이후 총선까지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11월 11일 영국의 반유럽 극우 정당 브렉시트당이 12월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찬성파들 사이에서 보수당과 브렉시트당을 놓고 표가 분산될 경우 브렉시트 반대 정당의 의회 장악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결정이다.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2017년 총선 당시 보수당이 승리한 317개 지역구에는 이번 총선에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당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들이 ‘트럼프 동맹’을 맺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보수당은 이제 브렉시트당이 됐다”며 조롱했다. 브렉시트당은 보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 맞설 것이라며 특히 제1야당인 노동당 지역구 뺏기에 주력할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그들은 보수당과 동맹을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며 브렉시트당을 반대하는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이 승리하면 정권을 인수하면서 브렉시트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보수당은 브렉시트당?

조기 총선 결과 보수당이 과반을 이룰 경우에 새 합의안으로 영국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존슨 총리는 ‘노딜’과 ‘현재합의안’을 의제로 제시할 수 있으나, 노딜보다는 현재합의안이 유리하다. 존슨 총리에 반기를 든 측에서도 대체안을 마련하는 데 갈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의회에서 과반 이상이 찬성하는 대체안을 마련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총선 결과에 우선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영국으로선 EU 탈퇴에 따른 피해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EU는 영국에 큰 부담을 안겨 제2의 브렉시트를 막아야 하는 처지다. 난항을 거쳐 차라리 2021년 전환기간 종료와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통상관계 개시가 되는 것이 불확실성의 장막을 걷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2016년 브렉시트 가결 이후 지금까지 영국 기업들은 투자 위축과 생산성 감소에 직면했다. 노딜 가능성과 의회 혼란이 회자될 때마다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였다.

영국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자신들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로, 애초부터 영국은 자신들을 (지리학적)유럽 국가이긴 하지만, 지정학적으로는 유럽 국가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농후했다. 영국은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에서 유로 회의주의가 자리잡고, 유럽에서 가장 독특한 정치 지형을 갖춘 국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EU 탈퇴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될 수 있었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유럽 합중국에 융화되느냐, 혹은 당당히 독립하느냐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젊은층은 유로존과 결속의식이 기성세대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브렉시트 가결을 번복하는 국민투표 재부의는 새로운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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