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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T파트너스와 함께 뛰는 스타트업] 신기술에 발상의 전환 입혀 세계적 성공 노려 

 

ST유니타스·엔씽·에스랩 아시아... 먹고 자고, 배우고, 교환하는 일상에 천착

▎사진 : 김현동 기자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새로운 기술로 공급사슬을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기술에 만국 공통의 콘텐트를 실어 소비자들의 만족을 끌어내야 한다. 페이스북·틴더 등 여러 스타트업들은 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했고, 세계 시장 곳곳에 뿌리내렸다. 기술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지만, 콘텐트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즐기고 이용하는 보편적 내용이라야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신기술과 사람들의 보편적 요구를 잘 접목하면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TBT파트너스와 함께 뛰는 스타트업들은 먹고 자고, 배우고, 교환하는 등 우리 생활의 기본적 요소에 천착한다. 신기술과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 소비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한다. 이에 TBT가 투자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ST유니타스(ST unitas) 윤성혁 대표와 팜테크 스타트업 엔씽(n.thing) 김혜연 대표, 물류 스타트업 에스랩 아시아(S.Lab Asia) 이수아 대표를 만났다.

ST유니타스는 구독형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교육 업계의 넷플릭스를 자처하고 있다. 고가의 학원 강좌는 가정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를 부른다. 이에 인기 학원 강사들을 온라인 강좌 플랫폼에 끌어들였다. 많은 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여러 스타 강사들이 이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고,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T유니타스의 한국형 온라인 강좌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ST유니타스는 미국 최대 입시 교육 업체 프린스턴 리뷰(TPR·The Princeton Review)를 2017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올해 미국 SAT 온라인 출판 1분기 점유율 29%로 1위를 기록했다.

엔씽은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사막·동토 등 불모지에서도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컨테이너형 농장을 개발했다. 옮길 수 있는 비닐하우스인 셈이다. 일조량·강우량·기온 등을 자유롭게 조절해 원하는 채소·과일을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 환경이 척박해 농작물을 키우기 어려운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농작물의 생육을 관리한다. 여러 컨테이너 농장에서 농작물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농업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들쑥날쑥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랩아시아는 콜드체인 물류 회사를 지향한다. 보존 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을 손상 없이 수출하기 위해서다. K팝·K뷰티 등 한류 열풍으로 세계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커지고, 한국산 제품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문제는 물류다. 한국산 전복·귤 등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지만, 열대기후로 운송 중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고온다습한 날씨에 화장품 등 공산품 품질도 악영향을 받는다. 이에 상품 가치를 지키는 진일보한 냉장 포장 기술과 저장고 등을 개발해 물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 대표와 한국 스타트업의 현재와 글로벌 경쟁력, 각자의 비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어떤 계기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나.

이수아 대표(이하 이수아): 미국·일본 바이어들의 요청에 따라 소싱하는 국내 의류 회사에 다녔다. 당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맺게 됐고, 결국 비즈니스 아이템도 동남아로 정하게 됐다. 한국 제품을 동남아에 수출하는 역직구몰을 만들었는데 물류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지식·정보 산업은 국경이 없어졌지만, 실물은 여전히 30~40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동남아의 화장품을 배송하면 무게가 3~5% 줄어든다. 더운 날씨 때문에 수분이 증발해서다. 향이 증발하고 성분도 변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신선식품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고안하게 됐고, 콜드체인 물류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김혜연 대표(이하 김혜연):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컸다. 닷컴 열풍이 일 때 학교 홈페이지도 만들고 동네의 가게 홈페이지도 만들어줬다. 군대 졸업 후 비닐하우스 등 농자재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과 함께 일하며 우즈베키스탄과 거래하며 해외 사업에 눈 떴다. 대학 졸업 후 전파연구원에서 IoT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농작물과 IoT를 연계한 스마트화분과 딸기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기존 온실에 한계를 느껴 컨테이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윤성혁 대표(이하 윤성혁): “사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해 온라인 교육 회사인 이투스에서 일했다. 기술과 교육이 결합해 전 세계 빈부 격차를 해소하자고 생각했다. 돈이 없어도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는 게 목표다. 일대일 교육은 인공지능(AI) 체제로, 일대 다수 교육은 가상현실(VR) 등을 통한 온라인 체제로 발전할 것으로 판단했다.

사회자: TBT는 어떤 계기로 만났나.

윤성혁: 예전부터 이람 대표의 팬이었다.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투자받고 싶었다. 또 이 TBT가 한국 벤처캐피털(VC) 중에서 가장 해외 진출에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이수아: 애초에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홍콩·미국 등 5개 국가에 거점을 두고 해외 창업을 했다. 지인 소개로 이람 대표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해외 시장과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해 투자까지 성사됐다. 전략적인 점을 잘 설계해줬다.

김혜연: 전 투자자의 소개로 알게 됐다. 해외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개발하고 있어 투자가 빠르게 성사됐다. 스타트업은 임직원만큼 비즈니스 파트너도 중요하다. 우리의 꿈을 같이 공감하는 VC를 1순위로 골랐다. 무엇보다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생리를 가장 잘 알고, 몸소 체험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사회자: TBT와 어떤 식으로 협업하고 있나.

윤성혁: 이람 대표가 1~2주에 한번 회사로 찾아와 중요 사항을 상의하고 사업 개발을 고민한다. 현재 글로벌 온라인 모바일 교육 플랫폼 작업을 하고 있다. 베타 서비스를 내보냈는데 반응이 좋다. 2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이 대표가 화면 레이아웃 등을 함께 잡아줬다.

사회자: 온라인 교육은 국내외에 많이 있는 서비스 아닌가.

윤성혁: 인터넷 인프라 덕분에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빨리 보급됐다.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아가고 있으며, 교육도 5~10년 후에는 바뀔 것이다. 일단 프리패스라는 구독형 모델이 성공적이었다. 한달에 2만원이면 한 과목에 50만원에 달하는 대치동 학원의 모든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도 온라인 교육 부문에서 압도적 1등을 달리고 있다. 미국의 가장 비싼 학원 수업료는 1시간에 1500달러나 된다. 이 때문에 인종 간, 소득수준 간 교육 격차가 크다. 프리패스 서비스로 미국 교육 시장을 혁명해 보자는 생각이다.

윤성혁 “구독형 강의 서비스로 교육 격차 해소“


▎윤성혁 ST유니타스 대표. / 사진:김현동 기자
사회자: 수업료가 낮을 텐데 강사들이 합류하나.

윤성혁: 강사들도 프리패스를 통해 훨씬 더 많은 학생을 만날 수 있다. 과거 뉴욕에서만 활동하던 강사가 이제는 전미에서 명성을 얻는다. 미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 일대일 과외 시장 규모도 크다. 영토가 넓어서 이동에 한계가 있다 보니 온라인 교육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교사가 대량 해고되는 등 공교육이 붕괴했고 서비스 질도 떨어졌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사회자: 물류에 지나치게 큰 비용을 들이게 되지 않나.

이수아: 동남아는 밤이 되면 창고 에어컨을 끄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품을 저온에서 잘 관리하는 시설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2개월 정도 지나면 마스크팩은 굳고, 아이라이너는 말라서 쓸 수 없다. 반품·환불 요청이 넘친다. 이 때문에 콜드체인의 필요성이 크다. 화장품으로 시작한 콜드체인이 이제 식품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냉장 박스의 보관 시간이 최초 6시간에서 24시간까지 늘었다. 이를 36~48시간으로 늘리면 장거리 비행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사회자: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떤가.

김혜연: 한국만 해도 서울과 삼척이 다르듯 해외 시장도 나라별로 시장 규모와 문화가 달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해외 시장이란 건 추상적 개념이다. 산업별로 각 스타트업에 맞는 시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팜테크 기업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은 되레 한국이 사업을 하기 최적의 위치라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했다. 전 세계 제조업 기반은 한·중·일 3국에 몰려 있다. 사업을 진행하기 최적의 환경이다. 다만 편견의 벽은 느낀다. 국내 관계자들은 같은 기술이어도 미국 회사를 더 높게 평가한다. 수치로 증명하기 어려운 점이며, 이런 막연한 편견을 깨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윤성혁: 공감한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미국의 경우 교육계 종사자들이 비즈니스화, 플랫폼화에 대한 생각을 갖지 않는다. 다만 최근 미국·중국에서 경쟁력 있는 경쟁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업의 정체되는 구간을 빠르게 헤치고 쫓아오고 있다. 해일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3~5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이수아: 두 분과 같은 생각이다. 중국의 경우 10년 전에는 진출할 만했는데, 5년이 지나자 진출의 여지는 사라졌다. 동남아의 경우 국가마다 시장 규모나 문화, 잠재력이 다르기 때문에 도식화해 말하기 어렵다. 특히 자국 스타트업을 밀어주려는 분위기라 그들의 기술이 크게 성장하기 전에 한국 기업들이 서둘러 진출하는 게 좋다고 본다.

“한국 스타트업이 못하단 편견 깨는 게 어려워”


▎이수아 에스랩 아시아 대표 / 사진:김현동 기자
사회자: 동남아는 이미 화교 자본이 장악하지 않았나.

이수아: 동남아에도 그랩 등 여러 유니콘이 등장하고 있고 이를 화교계 자본이 휩쓸고 있다. 인프라 성격의 1세대 스타트업은 이미 승부가 종료됐다. 2인자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새로 진출하는 업체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는 자전거에서 바로 개인 모빌리티, PC에서 바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점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사회자: 해외 사업 운영에 어려움은.

김혜연: 과거 자원 부국들이 기술이 없어 자원을 캐지 못했듯, 작물도 기술이 없어 재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외화가 부족해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중국까지 배로 운송해 러시아로 이동한 뒤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농작물을 실어 날랐다. 마적을 만나기도 했다.

사회자: 사회간접자본(SOC)도 부족하지 않나.

김혜연: 엔씽의 경우 기존 농장 부지가 아닌, 도심지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아부다비에서도 호텔부지에 농장을 지었다. 중동의 유틸리티 비용과 인건비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중동 부호들이 스마트팜에 관심을 가져 많이 뛰어들고 있다. 내년은 중동에서 70억~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한다.

사회자: 창업 4~7년 차에 데스밸리 등 어려움이 많은데 고충은 없나.

윤성혁: 올해 4500억원 매출을 예상한다. 데스밸리는 지난 것 같다. 기반을 닦은 상태에서 세계 시장으로 커지기 시작한 단계라 한창 재미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수아: 빨리 쫓아가야겠다. 사업을 전환하다 보니 사고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싱가포르에 조개·전복을 테스트로 1t을 보냈는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는 일이 생겼다. 밤잠 설친 적이 많다.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올해는 고부가가치 신선식품에 집중할 생각이다. 냉장 박스 양산 등 설비투자가 필요해 추가 투자를 유치 중이다.”

김혜연: 하드웨어 비즈니스라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개발(R&D)-제품 개발-판매처 확보의 단계를 밟는데, 시간 또한 많이 걸린다. 아직 데스밸리를 넘지 못했지만, 중동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정상화 될 것으로 본다. 지난 3~4년을 돌이켜 보면 자금만큼 조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3~4년 차 때 18~20명이던 임직원이 8명까지 줄었다. 이를 다시 16명으로 쌓아 올렸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PC 건너 뛴 동남아, 모바일에서 새 기회 찾아야”


▎김혜연 엔씽 대표 / 사진:김혜연 엔씽 대표
사회자: 정부 지원은 받은 적 있나.

이수아: R&D 자금을 한번 받고는 다시는 안 한다. 피곤해서다. 담당자를 한명 붙여야 하는데, 그 인건비와 업무·시간 손실을 고려하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김혜연: 정부 자금은 양면성이 있다. 엔씽은 하드웨어 회사라 부품을 계속 구매해야 해 자금이 꾸준히 필요하다. 이 때문에 R&D 자금을 적절하게 쓰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목표가 잘못됐다면 민첩하게 바꿔야 하는데, 정부 과제를 받으면 바꾸기 어렵다. 틀린 길이란 걸 알면서도 강제로 해야 할 수 있다.

이수아: 회사에 특허가 많아 특허 지원 제도는 깔끔하고 자금이 계속 나와 좋았다. 해외 진출을 위한 항공료·숙박비 지원 등은 도움이 됐다. 사업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력 있어”

사회자: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김혜연: 컨테이너 농장 100동 판매가 목표다. 작물마다 수익률이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5% 이상의 수익률이 난다. 중동 현지에서 재배한 작물을 주변에 판매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이런 경력을 통해 영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수아: 지난해 싱가포르에 한달간 귤을 팔았는데, 이 영향으로 한국 전체의 귤 수출량이 9% 늘었다. 여력이 없어 7500㎏만 팔았다. 한국의 수출 농산물 5~10% 정도를 에스랩 아시아가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산 전복은 한박스에 50만~100만원 정도 하는데, 동남아 화교들의 수요가 워낙 많아 수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윤성혁: 미국 프리스턴리뷰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 진출한 20개 국가에서 내년 1위를 하고 싶다.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가려는 길의 1%도 못 갔다. 세계 시장 공략의 꿈을 갖고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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