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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상담 | 파산 후 우울증 극복] 약물로 치료하며 과거의 나를 바꿔라 

 

무력감·조급증·자살충동 없애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찾아야

▎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지난 해 파산했다. 기울어가는 조선업 한복판에서 끝까지 버텼지만 결국 망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빠진 데다, 업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한때 직원이 200명이었는데 파산 직전엔 30명이었다. 계속 직원을 줄이고, 임금 지급을 미루고, 사채로 버텼다. 빨리 사업을 정리했어야 했다. 늑장을 부리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다.

그는 교회 장로다. 부인도 교회 일에 열심이다. 아들딸은 결혼했다. 아들은 대기업에 다니고, 딸은 호주로 이민 갔다. 거절 못하는 성격 탓에 그는 신도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줬다. 돈을 떼인 적도 꽤 있지만, 그간 사업이 잘 돼 별 문제는 없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친구들 돈을 끌어다 썼다. 지불한 이자가 원금보다 크다. 빌려주고 빌린 돈이 서로 얽혀있다. 되는 대로 빌린 돈은 갚는데, 빌려준 돈은 못 받았다. 집도 담보로 날아 가고, 수억의 부채만 남았다.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다. 계속 전화를 받으며 죄송하다고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신용이 생명이었는데, 그저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빌려준 돈 못 받고 빚더미만 남아

신혼인 아들 신세를 지기 싫어 월세 집으로 옮겼다. 이제 약 사먹을 돈 만원도 없다. 몸은 점점 약해진다. 여기저기 아프다. 목에 통증이 있고 암 같기도 한데, 병원 가서 검사할 돈이 없다. 체력이 고갈돼 교단에 서서 기도할 힘도 없다. 어디 갈 데도 없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놀이터에 앉아 있다 집에 들어간다. 부인의 위로도 힘이 안 되고, 부인도 지쳤는지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 50대 후반, 재기는 불가능하다. 밤에 잠이 안 온다. 겨우 잠 들었다가도 벌떡벌떡 깬다. 내 잘못도, 직원들 잘못도 아니다. 원망할 데가 없다. 인생이 온통 다 날아갔다. 죽고 싶은 생각뿐이다. 엄청난 우울증에 빠진다.

한국 사회에 우울증이 만연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가 1년에 60만 명이 넘는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일반인의 10%가 겪는다. 우울증은 강도와 기간으로 구분한다.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돼야 한다. 의욕이 없고, 밥맛이 없고, 머리가 멍하다. 흥미·재미·의미를 잃고, 무기력·죄의식·공허감에 시달린다. 우울증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자살 사망자의 80%에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가 발견됐다. 한국은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2위다. 자살 동기가 30~40대는 경제적, 20대·50대는 정신적, 60대 이후는 신체적 고통이다. 잦은 자살 충동, 커다란 상실감, 오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은 자살 위험이 높다.

남자의 우울증은 위험하다. 우울증은 여자가 3배 많지만, 자살률은 남자가 2배 높다. 남자는 더 공격적이다. 스트레스를 제거하려 하고, 쉽게 남 탓으로 돌린다. 죽을 것 같다가도, 해결되는 순간 좋아진다. 공격성이 자신에게 향하면 자살 위험이 커진다. 남자는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투르다. 부정감정을 받아들여 삭이지 못한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폭발하고, 오랜 스트레스를 못 견딘다. 남자는 현재 기분에 잘 좌우된다. 현재 기분이 나쁘면, 과거도 불행하고 미래도 암담하다. 나쁜 기분이 오래가면 자살 위험이 커진다.

중년의 우울증은 위험하다. 이 시기 사망 원인 2위는 자살이다. 중년은 40~65세다. 직장에서 관리자로서 회사를 이끌고, 집에서 아버지로서 가족을 책임진다. 가부장사회에서 아버지란 이름은 무게가 있다. 아버지의 사랑은 가족의 보호와 책임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는 성공이다. 성공하면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의 행복은 아버지의 행복이다. 주어진 역할에서 쌓아온 것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실패는 아버지로서의 설자리를 잃게 한다. 인생의 의미도 사라진다. 억압된 감정은 자살 충동이나 분노 폭발로 나타난다.

파산 후 우울증은 위험하다. 파산은 커다란 상실감을 가져온다. 상실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동안 쌓아온 돈과 지위를 잃고, 인간관계마저 망가진다. 돈도 없고 지위도 없으면 자존감도 추락한다. 관계마저 깨진다면 존재감도 사라진다. 파산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초래한다.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음은 질식한다. 그동안 쌓아온 신념이 산산 조각난다. 자살 시그널이 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던지고, 평소 말과 행동이 갑자기 변하고, 주변을 정리하거나 유서를 쓴다면 조심해야 한다.

욥은 당대 의인(義人)이다. 자녀도 많고, 재산도 풍족하고, 친구도 많았다. 이를 시기한 사탄은 욥에게 힘든 시련을 주었다. 중년의 욥은 파산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잃었고, 한 날에 모든 자녀가 죽었다. 친구들도 모두 그를 떠났다. 욥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욥은 온몸에 종기가 나고, 부인마저 욥이 믿는 하나님을 욕하며 병든 남편을 버리고 떠났다. 그런데도 욥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사탄의 시험에 승리한 욥은 마침내 큰 축복을 받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았던 그 하나님보다 더 크시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약부터 먹자. 그의 존재감은 바닥이다. 위험하다. 집근처 정신과를 찾자. 안 가려하면, 강제라도 데려가자. 상세한 개인사(個人史)는 말 안 해도 된다. 증상만 보고해도 처방이 가능하다. 항우울제는 무력감을 없애주고, 항불안제는 조급증을 치료하고, 항정신병약은 자살 충동을 없애준다. 우울증은 신경호르몬의 불균형에서 온다. 세로토닌을 올리면 자신감이 생기고, 가바를 올리면 안정감이 찾아온다. 노아드레날린을 올리면 활력이 생기고. 도파민을 올리면 의욕이 들어선다.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자!”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자”

둘째, 몸부터 돌보자. 그의 자존감은 바닥이다. 위험하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병들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병든다. 잠을 충분히 자자. 잠이 부족하면 수면제라도 쓰자. 가끔 먹는 것은 중독성이 없다. 끌어 오르는 분노도 하루 밤만 푹 자면 사라진다. 세 끼를 챙겨먹자. 축 처지는 무력감도 잘 먹고 나면 회복된다. 걷고 또 걷자. 솟구치는 원망도 무한정 걷다 보면 옅어진다. 걷는 중에 새로이 알게 되고, 걷는 중에 무언가 깨닫게 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자!”

셋째, 나부터 바꾸자. 그는 완벽한 사람이다. 완벽할수록 과거를 버리지 못한다. 생각을 바꾸자. 생각을 바꾸면 나쁜 기분이 사라진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고 없는 것이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성실할수록 용서하지 못한다.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를 위한 것이다. 말을 바꾸자. 말을 바꾸면 긍정감정이 들어선다. 그는 양심적인 사람이다. 양심적일수록 죄의식과 수치심에 침몰한다. 행동을 바꾸자. 행동을 바꾸면 부정감정이 사라진다. 죄의식은 배려로, 수치심은 아름다움으로 승화한다. “궁(窮)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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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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