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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만난 음식, ‘푸드테크’ 대담] “먹는 행위와 관련한 가치사슬 전반이 바뀔 것” 

 

Z세대 등장으로 음식에 대한 인식 변화 커… “푸드테크로 더 안전하고 더 맛있게 진화 중”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와 김소형 스탠퍼드대 박사, 러스티 슈왈츠 키친타운 대표(왼쪽부터). / 사진:김현동 기자
서울시 성수동에 있는 차(茶) 전문점 ‘슈퍼말차’. 이곳에선 기술이 음식과 어떻게 융합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매장 중심에는 말차(抹茶)를 ‘격불’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한 다완(찻사발)에 가루차를 담아 올리면 ‘ㄷ’자 모양 로봇이 움직인다. 격불은 차선(칫솔)을 움직여 거품과 함께 차의 맛을 끌어내는 행위다. 어깨 힘을 뺀 채 손목만으로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해 ‘장인의 일’이라고도 평하는 격불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말차뿐만 아니다. 기술은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음식에 깃들고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월 90만원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빙로봇을 내놨다. 국내 한 스타트업은 요리사의 음식 개발을 돕는 ‘레시피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전 세계 음식 레시피를 모두 가져와 AI로 분석, 요리사가 원하는 재료에 맞는 새로운 부재료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어떤 가게를 어디에 입점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해준다.

음식과 결합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도 빠르다. 맛과 편리를 더하는 푸드테크로 돈과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에서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등 첨단 푸드테크 산업이 모인 실리콘밸리 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에는 현재까지 50억 달러(약 5조8500억원) 넘는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푸드테크로 손을 뻗었고, 우아한형제들은 60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푸드테크 투자에 나섰다.

그렇다면 향후 푸드테크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국내 푸드테크 산업을 이끄는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먹는 행위와 관련한 가치사슬 전반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와 배달, 공유주방, 대체식품 등 푸드테크 전반의 미래를 짚는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미래 음식 연구를 진행 중인 김소형 스탠퍼드 대학교 푸드디자인랩 디렉터 박사와 실리콘밸리서 공유주방을 운영하는 러스티 슈왈츠(Rusty Schwaltz) 키친타운(KitchenTown) 대표가 참여했다.

배달 시장의 변화가 빠르다. 계속 성장하나?


류중희 대표(이하 류중희): 배달 서비스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푸드테크다. 특히 한국의 배달 문화에 기반을 둔 배달 플랫폼 서비스는 스마트폰이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그런데 배달보다 포장을 선호했던 미국이나 유럽에서조차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등장으로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진출도 늘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소형 박사(이하 김소형): 배달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끼 식사에 대한 세대별 기준이 달라지면서 배달하는 상품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는 가장 보편적인 배달 음식으로 버블티와 같은 음료를 꼽는다.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규칙적인 식사의 방편으로 배달을 활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세대에 따라 배달해 먹는 음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배달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스티 슈왈츠 대표(이하 슈왈츠): 배달 서비스와 관련한 푸드테크는 음식 배달을 넘어 식료품 배달로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 프레쉬’나 ‘홀 푸드마켓’이 대표적이다. 식료품 배달업은 식료품의 보관과 생산에도 ICT를 동원한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의 휴스턴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식료품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 시장은 어떤 식료품을 어떻게 키워서 어디에 담을 지에도 ICT 기술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

배달 시장 성장의 결과물로 공유주방이 뜨고 있다.

류중희: 배달을 통한 음식 주문이 늘면서 점포 없이 주방만 빌려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공유주방은 현재 한계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유주방을 “공간을 쪼개 젊은 세대 요리사에게 비싸게 임대하는 부동산 사업일 뿐”이라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공간을 나눠서 판매하는 데만 집중하고 이를 배달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는 것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슈왈츠: 개인적인 의견으로 키친타운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키친타운은 내부 설비 상당수를 배달 서비스를 위한 음식 제조 공간이 아니라 음식을 개발하고 혁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창의적인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모여 다양한 실험을 벌인다. ‘리그레인드(ReGrained)’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맥주 제조공정에서 부산물이 많은 남는다는 점에 주목해 키친타운에서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곡물가공식품을 만들어 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공간이 되어야 한다?

류중희: 공유주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푸드테크 허브의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ICT에 민감한 스타트업은 기술 활용으로 혁신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중간지대에 집중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공유주방이 이같은 비대칭을 해소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푸드테크가 발전한 미국에서 공유주방은 협업의 공간이다.

김소형: 푸드테크는 농작물 재배에서 음식 배달까지 우리의 먹는 행위와 관련한 가치사슬 전반의 혁신을 일컫는다. 이 혁신 과정에서 협업은 필수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오픈 소스다. 음식이 사람들의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인데, 음식 제조 방법의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관련법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협력한다. 다시 말하면 협력이 식품의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본질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이 공유주방이다.

푸드테크 화두가 대체식품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임파서블푸드가 만든 식물성 패티 / 사진: 임파서블푸드
류중희: 대체식품은 ICT가 음식과 가장 잘 결합할 수 있는 분야다. 현재 푸드테크는 ‘고급 음식점에서는 배달해주지 않는다’, ‘음식은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등의 고정관념을 깨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체식품도 마찬가지다. 식물성 고기는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과거 대체육이라고 나온 콩고기는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육의 품질이 높아졌다. 배양육 등 원료를 모방하지 않고 기술을 동원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슈왈츠: 대체식품은 푸드테크의 핵심으로 올라섰다. 푸드테크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대체육이 현실화한다면 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의 항생제 남용, 대기오염, 분뇨처리와 같은 각종 환경오염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육은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대체식품으로 투자가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소형: 세대 관점에서 미래 음식을 바라보면 최근의 대체식품 시장 확대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계란, 세포배양으로 얻은 단백질 등에 대한 반응이 Z세대에 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 세대가 음식의 맛과 경험에 집중했다면 Z세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가 더 중요하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안전한 성분으로 이뤄진 식품이라면 기꺼이 소비한다. 인공적인 방식으로 복제했다 해도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한다.

대표적인 푸드테크 혁신 음식에는 무엇이 있나?

김소형: 다양한 혁신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클라라푸드(Clara Foods)’는 세계 최초로 식물성 계란을 개발했다. 이스트(효모) 세포에 계란 흰자의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계란 흰자와 같은 식품을 만들었다. 세포 배양으로 인공 참치를 만드는 ‘핀레즈푸드(Finless Foods)’라는 곳도 있다. 생선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참치를 만드는 방법인데 회로도 즐길 수 있다. 식물성 고기를 개발해 빌 게이츠, 구글 등에서 투자를 받은 ‘임파서블푸드’는 이미 유명하다.

슈왈츠: 대량생산 체제로 폐기물이 많이 발생했던 기존 음식 산업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키친타운에 입주한 ‘드롭워터(Drop Water)’는 미네랄이나 철분 등 이용자가 원하는 성분을 담은 생수를 퇴비로 만든 물병에 담아 판다. ‘키버디(Kiverdi)’는 공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미생물(바이오 발효)로 가공해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필트리신(filtricine)’은 단백질에서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술의 적용이 늘면 미식(美食)과 멀어지지 않나?

류중희: 맛있는 음식과 기술은 멀리 있지 않다. 후라이드 치킨의 등장에는 일정한 온도로 기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콩에서 기름을 분리하는 기술 등이 작용했다. 슈퍼말차의 AI 로봇도 궁극적으로는 차의 맛을 끌어올리는데 쓰인다. 격불이라는 작업을 로봇이 함으로써 항상 일정한 맛의 말차를 먹을 수도 있다. 비싼 와인의 성분을 분석·복제해 동일한 와인을 내는 기술도 등장했는데 맛 좋은 와인을 보다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다.

김소형: 경험해보지 않은 미식 세계로 안내해 주는 푸드테크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음식연구소 노르딕푸드랩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르딕푸드랩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을 실험한다. 예를 들면 새우와 개미를 함께 요리한 음식이 있다. 신선한 새우 위에 작은 개미를 얹은 이 요리는 새우 특유의 단맛과 개미의 신맛을 조합했다. 이처럼 기술은 음식을 보다 맛있게, 보다 환경적이고 안전하게 먹는데 쓰이고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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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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