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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7) 다음 세대 킬러앱의 조건] PC, 이메일, 월드와이드웹(www) 다음 킬러앱은? 

 

필요하지만 앱스토어에 없는 것 발굴해야... 킬러앱 개발엔 수성·지배전략 필요

▎스티브 잡스의 ‘해적 정신’ 또한 킬러앱 정신이다. 잡스는 직원에게 지키는데 급급한 해군 역할 대신 바다를 떠돌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는 해적의 행동을 주문했다. 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한 것이다.
PC의 세계에서 인터넷이 발달했고, 전화와 접목되어 모바일이 탄생했다. 통신기술의 발전이 가미 되어 다양한 형태의 킬러앱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PC, 이메일 그리고 월드와이드웹(www) 등 킬러앱은 원래의 사용목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사회를 변화시켰다. 이메일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달되어 우체국의 존재를 위협했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재정의했다. 전자상거래로 책을 팔던 아마존은 불과 몇 년 만에 경쟁업체 반즈앤노블 같은 서점 체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서점’이 되었다. 킬러앱의 파괴력은 그것이 얼마나 성숙한 기술인가에 좌우될 수 있지만, 우체국을 초라하게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가 말과 마차를 사라지게 만드는 데 걸린 시간보다 짧았다. 아마존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과 연계해 지구인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킬러앱들의 성공에 고무된 산업계에서는 킬러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직을 재편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술로 포장해도 새로운 경험을 담지 못하는 콘텐트는 미래가 없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디지털 변혁을 촉진한 킬러 콘텐트의 과거와 현재를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있다. 킬러앱에서는 기술을 정적인 전략 수행을 위한 프레임이나 툴로 보지 않고 시장을 위협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주는 혁신적 와해 기술로 인식한다. 그런 면에서 킬러앱은 신선함을 무기로 한다. 5G가 됐든 블록체인이 됐든 소비자가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면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우리는 킬러앱의 역사를 익히면서 향후 예상되는 기술과 새로운 킬러앱의 조건을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미지의 소비자 경험이나 비즈니스 세계로 가기 위한 기본이다.

킬러앱 정신은 스티브 잡스의 ‘해적 정신’과 통해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PC)의 대명사로 애플 컴퓨터와 함께 명불허전의 창업자이자 혁신의 전도사인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정말 그 혼자만의 열정으로 오늘의 애플이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누구에게나 훌륭한 동반자가 있고, 운이 따라야 하며, 그 운을 내 것으로 만드는 집요한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내에서 독재자란 평을 받은 그는 어쩌면 팀원들에게는 성가시고 지긋지긋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해적정신을 찬양하기도 한다.

그는 매킨토시개발팀 워크숍에서 해적 로고를 나눠주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고정관념,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을 하자’는 뜻이었다.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해야만 발전된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고 고객에게 감동적인 제품을 선사한다고 믿었다. 잡스는 스스로 해적왕이 되어서 직원들에게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라’고 외쳤다. 해군은 무언가를 지키는데 급급하지만 해적은 바다를 떠돌면서 빼앗는 존재들이다. 해적 정신이야말로 개발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모토였다. 물론 이런 열정과 모토 못지않게 애플의 오늘을 만든 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문득 스티브 잡스를 생각하며 킬러앱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미국 브래태니커 백과사전의 자회사인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는 킬러앱을 이렇게 정의한다. “킬러앱은 관련 기술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와 인기를 담보하는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이다.”

킬러앱은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 앱이 동작하는 기계를 사고 싶어질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 이런 앱 사용자는 돈, 시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고 더 편리하고 안전하고 색다른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킬러앱은 그 분야에서는 새로운 첫 종(種, breed)으로 고객은 인식한다. 결국 기술의 대중성을 높이고,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킬러앱이다. 킬러앱은 만든 이의 의도를 뛰어넘어 한 시대를 뒤집을 만한 발명으로 경제, 사회, 문화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증기기관, 금속활자, 자동차, 안경, 원자폭탄, TV, 전화기, PC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컴퓨터 시대와 연관성이 있다. IT업계에서 킬러앱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교수이자 변호사·컨설턴트인 래리 다운스(Larry Downes)와 비즈니스 전문지 편집장인 춘카 무이(Chunka Mui)가 공동으로 저술한 [킬러앱]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여기서는 킬러앱을 기술의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 기능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기로 한다. 로봇 기술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면 로봇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그런 기능을 로봇의 킬러앱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킬러앱이 매력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기에 스마트폰의 앱 이상 개념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로봇이 멋진 프로그램으로 작동된다면 그 프로그램이 킬러앱인 것이다.

선점하고 매개하고 가입자를 늘려라.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유사한 서비스는 언제든지 나타나기에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점과 가입자 수보다도 콘텐트 경쟁력이 비즈니스의 사활을 좌우한다. 모바일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앱을 빠르게 출시해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따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경쟁 기업이라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콘텐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고객이 알아서 소문을 내는 시대다. 기업은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트를 제작하고 배포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킬러앱의 주요 3요소는 소통, 재미, 정보


▎킬러앱은 신선함을 무기로 한다. 5G가 됐든 블록체인이 됐든 소비자가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면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여하튼 킬러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트 경쟁력이다. 누군가는 시의성 있는 키워드나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에 대한 콘텐트를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는 꾸준하게 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트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유명한 회사라고 하여 그 기술이 항상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워치와 구글 글래스에는 킬러의 요소가 전혀 없었다. 여기서 킬러는 킬러 콘텐트와 킬러앱을 의미한다. 킬러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갖고 있어 플랫폼을 성공으로 이끌고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킨다. 그 파괴력 때문에 킬러 자체를 위해 제품이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속초로 떠났다. 소통, 재미,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킬러앱의 주요한 요소이며, 넥스트 킬러앱에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위한 기기이기 때문에 대화와 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핵심이다. 또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검색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형 서비스와 시간을 때우며 볼 수 있는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핵심내용임이다. 스마트폰은 3C(Context, Connect, Contact)를 특징으로 한다. 사용자의 동선은 물론이고 사용자의 통화 내역과 친구 리스트가 들어있다. PC와 달리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 특징을 기본으로 어떤 킬러앱이 모바일에 주목을 받을지 예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킬러앱이 기존 PC에서 즐기던 WWW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WWW은 표준 플랫폼이 되었다. WWW을 연결할 수 없는 단말기, 플랫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존 WWW을 스마트폰에서 빠르고 쉽고 뛰어난 편의성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킬러앱이다.

세계 도처에는 킬러앱을 만들거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는 실로 대단한 변혁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며 고객의 변덕은 알 수 없다. 스타트업을 하거나 앱 개발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단계의 개발 과정에서 어떤 모습에 서비스를 맞춰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간과할 수 있는 잠재적 함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편도선 절제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환자는 의사와 간호사의 바쁜 일상을 보면서 이를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 줄 앱을 생각했다. 퇴원 전에 그런 앱을 만들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이를 개발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의료업계에 앱을 어떻게 마케팅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산업을 둘러싼 요건과 규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판도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과 연결할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킹을 통해 필요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들과 제휴해 실제적인 진로를 만들어야 한다.

간과할 수 있는 잠재적 함정을 파악하라


▎사티아 나델라 CEO는 ‘고객 우선’ ‘다양성과 포용성’ ‘One MS’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제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프로그램 판매회사에서 콘텐트 서비스 회사로 변모시켰다.
둘째, 앱을 개발하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우면서도 성공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성공을 둘러싼 생태계의 다른 변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일단 앱을 만들었다면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성공적인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앱에 대한 고객의 제대로 된 인식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고 그 결과를 뒷받침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초기 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앱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자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셋째, 염두에 두고 있는 시장 규모를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제품이 대학 전체에 적용될 때만 가치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구글의 빠른 검색은 미국에 약 4000개의 대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놀라운 솜씨로 그 중 3분의 1에 팔 수 있다면 1300여개의 대학이 고객이다. 가격 모델을 월 9.99달러로 설정했을 때 1300명의 고객이 연간 150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때 이윤을 남길 수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150만 달러에서 세금, 월급, 기타 간접비를 감안하면 회사를 운영할 여윳돈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시장은 공략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확장성이 있다면 공략해야 한다. 실제 시장 규모가 수익에 대한 기대치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넷째, 실패 했다면 귀중한 교훈으로 생각하라. 예를 들어 시장에 출시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개발한 앱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을 수 있다. 소셜 기반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의 가치는 사이트에 있는 다른 사용자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르는 도시에 살고 있는 최초의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앱을 개발하는 자는 이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종류의 마케팅에 대한 충분한 예산을 짜야 하는 이유다. 모든 시간을 기술에 쏟았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면 실패로 이어진다.

다섯째, 프로토타입의 개발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비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거나 직접 제작할 수 있다고 해도 프로토타입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용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 “좋아. 효과가 있는 것 같다”와 “이 정도면 대량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킬러앱이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영화 제작자 겸 ‘미래의 시작’의 진행자인 티파니 슐랭은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온라인에 접속했을 때 어떤 새로운 앱이 존재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구글이나 트위터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2025년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고객 우선’ ‘다양성과 포용성’ ‘원 마이크로소프트’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제시했다. 이는 킬러앱의 조건으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우선, 고객우선이다. MS가 윈도와 오피스라는 제품의 관점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시장은 서비스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전자상거래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질주하는 와중에도 MS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근본적 이유는 외부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지 않고, 내부 제품의 관점에서 고객을 설득시키려는 오만 때문이었다. 이후 직원이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내부 프로그램이 대대적으로 도입됐다. 이를 통해 시장이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실상이 조직에 공유됐고 말로만 떠들던 머신러닝,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엔지니어와 현장 직원의 연계성 강화는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현장을 우선시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엔지니어들의 주요 회의에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현장 직원들이 참석토록 권장하고 때때로 CEO도 참석했다.

후발 주자라는 각성은 차별화 전략으로 이어졌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데이터 저장 공간만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윈도, 오피스 등과 연계하면서 틈새를 공략했다. 웹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압도적인 1위지만, MS도 2위로 교두보를 구축한 상태이다. MS의 웹클라우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신성장 사업으로 부상했다. 사티아 나델라의 엑스클라우드(xCloud)가 킬러앱으로 등장한 것이다.

다양성·포용성 담은 공감능력과 고객중시 중요

둘째, 다양성과 포용성을 킬러앱에 담아보려는 지속적인 시도다. 기업 문화 차원에서 확장된 다양성과 포용성은 사업에서도 개방적 생태계로 진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나델라는 경쟁사와 관계를 협력과 공존으로 전환했다. 과거 MS의 기본 전략은 윈도를 중심으로 문서 작성, 스프레드시트, 웹브라우저 등 사업 부문에서 경쟁사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윈도와 경쟁하는 개방형 운영시스템인 리눅스에 대해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가 ‘암(cancer)’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유아독존이었다. 그러나 나델라는 2016년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는 슬로건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해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숙적인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사용되는 오피스앱을 개발했다. 클라우드 사업의 최대 경쟁사인 아마존과도 제휴해 인공지능 비서인 코타나와 알렉사의 교차 사용을 허용했다. 나아가 외부 자원과 연계한 개방적 혁신 생태계 구축의 관점에서 인수·합병이 추진됐다. 2016년 직장인 중심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Linkedin)을 262억 달러에 사들였고, 2018년 6월에는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를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직장인 5억 명의 개인 정보와 2800만 명에 이르는 개발자의 아이디어에 접근하게 됐다.

셋째, 나델라가 실천한 ‘공감의 리더십’은 킬러앱을 만드는 기본이 되었다. 나델라는 MS의 우수한 인재와 첨단 기술이 고립되고 단절되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고 인식했다. 연결과 통합 전략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먼저 글로벌 차원에서 마케팅, 재무, 법률 및 판매 기능을 중앙집중적으로 통합하되 부문 간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CEO가 직접 참석하는 주간 리더십 회의를 개설했다. 리더십팀은 오랜 시간 토론으로 임무와 문화를 재정의하고 변화 목표와 책임 기준을 수립했다. 또 신기술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서 조직 전체가 공감하도록 다양한 미팅과 행사를 개최했다. 핵심은 ‘모든 것을 안다(know-it-all)’ 문화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learn-it-all)’ 문화로 전환이었다. 과거에는 MS가 초우량 기업이어서 업계의 모든 것을 안다고 전제했지만 이제는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모르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델라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채팅 봇 테이(Tay)가 대표적 사례이다. 나델라는 2016년 3월 미국의 18~24세 청소년들과 소셜미디어 문자 메시지로 대화하는 테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나는 유대인이 싫다. 히틀러가 옳았다” 등 상식에 벗어난 응답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나델라는 테이 프로젝트팀에 직접 메일을 보냈다. “계속 전진하자. 나는 당신들과 함께한다.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변할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 원리로서, 공감능력과 고객중시에 동그라미를 쳐본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엄습하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게 킬러앱의 최우선 조건이어야 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17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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