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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INNOMATE(5) 캡스톤파트너스 | 전환시대 논리 맞는 ‘뉴 칼라’ 창업자 발굴] 초기 투자 집중해 성장사다리 역할 

 

마켓컬리·직방·당근마켓·리멤버 초기 발굴… 사업성에 주목, 안정적 후속 투자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뉴 칼라 창업자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인터넷은 상품과 정보의 유통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모든 정보가 네트워크 위에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뛰어다니게 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등장해 전통 산업과 일자리의 거대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기술의 진화가 거래방식의 재규정, 상식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물론 돈의 흐름도 바꾸고 있다. 막대한 투자가 기존 굴뚝 산업에서 온라인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e커머스 대표주자 ‘아마존’은 대형쇼핑몰업체 ‘월마트’를,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100년 전통의 ‘GM’·’포드’의 시가총액을 압도하고 있다.

좋은 낚시터는 강물이 굽이치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라면 세상의 변곡점에서 돈이 몰릴 산업과 경쟁 우위 기업을 찾아 그물을 쳐야 한다. 한국에서도 실력과 안목을 갖춘 여러 벤처캐피탈(VC)이 대어를 낚으며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캡스톤파트너스’는 전환시대의 논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VC로 꼽힌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는 시점에 모바일게임 회사에,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인공지능(AI)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큰 성과를 올렸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전체 투자금의 70% 정도를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감지한 기업에 집중 투자해 수익성을 높인다. 모빌리티 업체 ‘럭시’, 소셜카지노 업체 ‘다다소프트’, 제조사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제약사 ‘노바렉스’ 등이 대표적 초기 투자 사례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지향점은 ‘뉴 칼라’ 창업자 발굴이다. 19세기 산업화 시대는 ‘블루 칼라’ 현장 노동자가, 20세기 정보화 시대는 ‘화이트 칼라’ 사무직 노동자가 경제의 주축이자 사회 리더였다. 앞으로는 전통 산업을 디지털화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며, 협력을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뉴 칼라 창업자·노동자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현재 10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규모는 2709억원이며, 150여개 기업에 나눠서 투자했다. 시장의 변화를 이끌며 유니콘 후보로 오르내리는 ‘마켓컬리’ ‘직방’ ‘마이리얼트립’ ‘당근마켓’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등에 초기 투자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1세대 벤처투자자 송은강 대표가 이끌고 있다. 송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선임연구원, 캠브리지삼성 파트너즈 투자팀장, MVP창업투자 대표를 거쳐 2008년 캡스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MVP창투 대표 시절이던 2000년대 초 영화투자전문펀드를 설립해 시선을 끌었다. ‘쉬리’ ‘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 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국산 영화가 재평가받던 시기다. 당시 정부가 ‘영화진흥법’을 개정해 한국 영화의 전문화·세계화를 꾀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송 대표는 또 유·무선 자동측정 및 제어 시스템 개발·제조사 ‘이노와이어리스’에 투자해 1000% 넘는 투자 수익률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13억원을 투자해 코스닥에 상장과 함께 168억원을 벌었다. 통신계측장비 시장의 성장성과 이노와이어리스의 기술력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정기적으로 회사를 방문해 경영 컨설팅을 해주며 성장을 도왔다. 제대혈 보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인 ‘메디포스트’에도 초기에 5억원을 투자해 100억원을 벌었다. 초기 기업 투자에 남다른 감각을 보여줬다.

송 대표를 만나 투자 철학과 최근 벤처 투자의 동향 등을 물었다. 그는 “VC의 최고 경쟁력은 브랜드”라며 “뉴 칼라 창업자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술 변화 보며 한발 앞선 투자로 수익률 높여


캡스톤파트너스를 설립한 배경은.

“MVP창투를 나와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캡스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모태펀드 240억원, 중국 텐센트 100억원, 지인에게서 60억원을 받아 40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설립 당시 게임산업이 주목을 받아 중국 션다그룹 등과 폭넓게 접촉했다. 텐센트는 두 번째 펀드에 200억원, 세 번째 펀드에 175억원, 네 번째 펀드에 3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

“뉴 칼라를 지향한다. IBM의 CEO 지니 로메티가 제시한 개념이다. AI 시대 화이트칼라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기계가 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뉴 칼라로 정의했다. 뉴 칼라는 디지털 활용능력, 기술의 변화를 내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 세상을 바꿀 의욕, 남과의 협업 능력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AI가 많은 인력을 대체할 수 있지만, 창업은 절대로 못 한다. 창업은 영원할 것이며, 계속 육성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갖고 주주와 손잡고 나아가려는 회사에 투자했다.”

다른 VC나 엑셀러레이터(AC)와의 차별점은.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한다. 인구·환경적 변화 속에 먹고, 놀고, 쇼핑하고, 소통하는 생활 변화를 포착해 이에 대응하는 회사를 찾아내고 있다. 2012년부터는 모바일 분야를 AI 환경이 이끌고 있다고 봤다. 우리는 먼저 움직여 창업자를 더 빨리 발굴한다. 일반적으로 AC는 초기 육성 뒤 VC에 후속 투자를 의뢰하는데, 우리는 후속 펀드로 2~4회 계속 투자한다. 직방·퀼슨·엔트리움 등 회사에도 여러 번 투자했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주면 된다. 당근마켓이 월 매출 3억원에 불과할 때도 후속 투자를 집행했다.”

위워크·우버 등 스타트업 거품 논란도 있는데.

“주관적인 평가며 투자자로서 확언할 수는 없다. 투자자 모두가 미래를 보는 방식이 똑같지는 않다. 다만 상당수 글로벌 유니콘이 매출·영업이익 부진에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은 미국의 투자가 많이 유입돼서다. 미국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매출 증가가 일순간에 이익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당장 이윤을 내지 못해도 사용자 수나 재방문율 등을 중요한 성장률 지표로 보고 높은 가치를 매긴다. 아마존과 같은 결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큰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위워크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공유오피스 비즈니스가 없어질 거란 생각은 안 한다. VC는 의미 있는 성장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매출이 이익으로 넘어가지 않더라도 계획대로 제품·서비스가 완성되고 있다면 성장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경기 침체는 좋은 기업을 헐값에 살 기회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과잉도 불안 요인 아닌가.

“경기가 꺾여도 VC 업계는 좋았다. 되레 좋은 기업의 가치가 떨어져 헐값에 매입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자금 공급이 멎으면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노와이어리스처럼 안 좋은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현금을 쥐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게 포인트다.”

대표적 투자회수(엑시트) 사례는.

“총 16번 엑시트 했다. 지난해 센드버드 지분을 매각했다. 3억원을 투자해 76억원을 회수했다. 드라마앤컴퍼니에 총 8억원을 투자했고, 라인에 매각하면서 72억원을 회수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에 40억원을 투자해서 1년 만에 134억원을 거둬들였다. 30억원을 투자한 노바렉스는 200억원에 팔렸고, 퓨처스트림네트웍스는 42억원을 투자해 99억원을 회수했다.”

현재까지 펀드 운용 수익률은.

“제1 펀드는 6%에 다소 못 미친다. 360억원으로 조성한 제3 펀드는 1000억원 회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어떤 스타일의 창업자를 선호하나.

“뉴 칼라 창업자다. 다들 창업자에게 ‘똘끼’가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협력·협업을 잘 끌어내는 게 먼저다. 쇼맨십보다는 몰입의 정도가 높고 겸손한 사람이 좋은 창업자다.”

기술보다는 게임·플랫폼 회사에 집중하나.

“기술 기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심사역 4명 중 3명이 전자과 출신이다. 개인적으로는 AI를 주로 공부했고, 기술에 관심이 많다. AI 기술 창업, 대학 연구실 창업을 깊이 보고 있다. 서울대가 추진하는 AI밸리추진위원회 위원을 하고 있다. 연구실 창업에 연간 2~3건은 꾸준히 투자할 것이다.”

연구실 창업은 사업화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어렵다. 교수의 학자적 고집을 꺾는 게 가장 어렵다. 학계에서 유명한 어느 교수는 창업 후 고객에게 호통치고 다그치며 영업을 했다. 잘 될 리가 없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언제든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미국은 연구실 학생들이 창업하면 지도교수는 지분의 5%만 가져가지만 한국은 지도교수가 50~70%를 가져간다. 정작 일할 청년들의 창업 의욕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연구실의 언어로 설득하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경험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VC 고르는 시대엔 브랜드 중요성 커져

투자할 기업은 어떻게 발굴하나.

“VC의 가장 큰 가치는 브랜드다. 브랜드는 꾸준히 투자하고, 후속 투자를 크게 유치해 기업의 가치를 키워주는 데에서 나온다. VC의 본연의 업무는 돈을 지원하고 유니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간판 투자사 ‘세콰이어’는 수많은 유니콘을 만들며 이미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국은 전환기다. 그간 돈만 갖고 투자를 하려고 했다. 브랜드가 필요 없었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VC를 고르는 시대가 됐다. 자금력은 물론 브랜드, 후속 투자 가능성이 중요해졌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진정성과 꾸준한 투자를 집행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으며 핵심 영업 방식이다. 그리고 디캠프·마루·팁스·서울창조혁신 센터·블루포인트·퓨처플레이·스파크랩·서울대기술지주 등과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최근 VC들이 주로 투자하는 분야는.

“AI에 많이 투자한다. 다만 AI란 원천기술을 응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최근 벤처 분야는 다양화됐기 때문에 트렌드를 특정하기 어렵다. 사용자 편의를 높여주는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는 여전히 높다. 당근마켓의 경우 동네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게 한다는 게 기본 철학이다. 인간 대부분 영역에 스마트폰과 플랫폼이 도움을 주는 시대다. 여기에 AI가 결합하면 인간·기계를 구분하기 힘든 시점이 올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미디어의 변화도 큰 흐름이다.”

2019~20년 투자가 위축될 거란 평가도 나오는데.

“거시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펀드 사이즈가 1조원쯤 돼야 할 수 있는 고민이다. 캡스톤파트너스는 펀드 규모를 늘릴 생각은 없다. 3000억원 정도가 운용하기 좋다. 좋은 창업자와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23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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