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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웅 CFA 한국협회장] 한국 기업 지배구조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진 : 황건강 기자
‘한국 기업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박천웅 CFA 한국협회장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그는 “압축 성장으로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될 수 있지만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메릴린치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와 모건스탠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쳐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로 재직중이다. 2018년에는 CFA 한국협회장으로 선임됐다. CFA협회는 전세계적으로 금융투자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단체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이 높아졌나.

“2000년대를 지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강화됐고 수익의 주주환원에 신경 쓰는 기업도 많아졌다. 투자 선진국인 미국도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2010년 이후로는 안주하는 측면이 나타난다.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차이는 무엇인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경영자와 주주간 갈등이다. 경영진이 과도한 성과급을 책정하는 등 주주들의 부(富)를 빼앗아가는 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최대주주와 일반 주주 사이의 이해상충이 가장 지적받는다. 재벌로 통칭되는 한국 기업 오너들은 보유 지분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고 하면 일반 주주의 부(富)를 빼앗아 가지 않을까 의심부터 드는 상황이다.”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이 많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가운데 가장 낙후된 부분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으니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역시 제 기능을 못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는 기업의 소유권이 세습되면서 최대주주의 지분이 계속 희석되는 경우에 부각된다. 지분이 낮아졌어도 경영권까지 그대로 유지하려 해서다.”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인가.

“첫 단추일 뿐이다. 자주 나오는 비판은 전문경영인이 단기적인 성과 위주로 경영한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이를 견제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최근 사외이사 6년 연임 제한이 기대를 받고 있다.

“형식으로 실질을 바꾸려는 노력인데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모범 규준으로 10년을 제시하고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CFA협회에서도 8년 이상 연임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역량 있는 사외이사들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자극제가 될 수 있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투자 성과나 운영 절차를 종합해서 연기금을 가장 잘 운영하고 있는 나라로 호주와 캐나다가 꼽힌다. 공교롭게 국가별 기업 거버넌스 순위도 높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에서 내놓은 글로벌 거버넌스 순위에서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호주는 가장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캐나다도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4호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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