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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LNG에서 한판 붙다] SK·GS·포스코 등 ‘완전 경쟁 체제’ 돌입 

 

가스공사·직수입자 치열한 경쟁 예고… 건설사도 LNG터미널 사업 진출

▎GS EPS 당진 LNG 발전소 4호기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적 한계,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기조 등으로 국내 LNG 수요 증가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LNG 패권 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SK, GS 등 LNG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건설사까지 LNG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해왔던 LNG 수입·도매 시장 구조가 ‘완전 경쟁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LNG 수급은 가스공사가 LNG를 직수입해 민간 도시가스회사, LNG발전회사에 도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최근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발전회사들이 자체 소비 목적으로 LNG 직수입을 확대하면서 가스공사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스공사는 통상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통해 대규모 LNG 물량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했는데, 국제유가 급락으로 LNG 가격도 폭락하자 가스공사의 LNG 도매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LNG 전체 수요에서 직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7%에 불과했으나 2016년 6.3%, 2017년 12.3%, 2018년 13.9%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LNG 수입·운송·저장까지 영역 확대 추세


SK E&S는 일찌감치 LNG 수입과 운송, 저장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SK E&S는 2005년 인도네시아 탕구(Tangguh)와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06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50만~60만 톤의 LNG를 들여오고 있다. 2012년에는 호주 깔디타-바로사(Caldita-barossa) 가스전 투자, 2014년에는 미국 우드포드(Woodford) 가스전 사업 투자 등을 통해 LNG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2017년부터 GS에너지와 공동으로 보령LNG터미널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2015년 발주한 LNG 운반선 4척 가운데 2척을 건조했다.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이 직수입하는 LNG 운반선이 탄생한 것이다. SK E&S의 LNG 운반선 2척은 올해부터 미국 멕시코 만에 위치한 프리포트(Freeport) LNG터미널을 통해 연간 100만 톤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실어 나른다.

SK가스는 2014년 12월 당진에코파워(현 울산GPS) 인수를 결정하면서 울산에 LNG·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 SK가스의 LNG터미널과 복합화력발전소는 2024년 말 준공 예정이다. SK가스는 지난 5월 SK에너지와 ‘울산오일허브 액화가스터미널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코리아에너지터미널로부터 이용 확약한 LNG터미널의 일부 저장 시설을 SK에너지에 제공하기로 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2034년 12월 31일까지로, 계약 규모는 2418억원에 달한다.

GS에너지는 지난해 7월에 보령LNG터미널에 LNG저장탱크 4호기를 완공해 20만㎘ 규모의 저장탱크 4기와 연간 400만 톤의 LNG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GS에너지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20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저장탱크 5~6호기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가스공사노조)는 SK가스와 한화에너지 등이 울산 인근의 산업체 등에 산업용 LNG에 대한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공사노조 관계자는 “SK가스 등도 해외 트레이딩 법인을 이용해 LNG를 직수입해 이를 다시 국내 기업에 판매하는 ‘우회 도매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스는 현재 싱가포르와 미국에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4월 포스코로부터 광양LNG터미널 LNG 저장탱크 5호기를 인수해 약 73만㎘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 포스코에너지는 또한 가스 트라이얼(Gas Trial)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4월 16일 영국계 선사인 셰니에르(Cheniere)의 17만4000톤급 LNG 운반선에 가스 트라이얼 서비스를 처음 진행했다. 이 서비스는 신규 건조된 LNG 운반선이 LNG 선적 부두로 이동하기 전에 LNG 저장탱크에 LNG를 충전하고, LNG가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적정 온도를 낮추는 작업이다.

현대산업개발·한양도 LNG 인프라 구축사업 진출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한화에너지와 지난해 11월 ‘통영 LNG발전 사업 공동 추진 협약’을 맺고 통영 광도면 성동조선해양 27만5269㎡ 규모 부지에 1GW(기가와트)급 LNG 복합화력발전소 1기와 20만㎘급 저장탱크 1기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는 1조4000억원으로, 2024년 초 상업 운전이 목표다. 한화에너지가 LNG 직수입을, HDC현대산업개발이 LNG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2년 동두천 LNG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면서 LNG발전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또 다른 건설사인 한양은 전라남도 여수 묘도에 87만4000㎡ 규모로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발전용, 산업용 수요처에 LNG를 공급하고, LNG 벙커링(LNG터미널에서 선박에 LNG를 주입하는 것), 트레이딩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한양의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은 한양의 자가 소비용이 아닌 국내 최초의 순수 상업용 LNG터미널이다. 기존 LNG터미널이 민간 발전회사의 자가 수요를 위해 활용됐다면,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은 LNG 저장·공급뿐만 아니라 트레이딩까지 가능하다는 게 한양 측의 설명이다. 한양은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이 활성화되면 동북아 국가 간 LNG 거래가 촉진돼 향후 동북아 LNG 거래소 설립 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발전 공기업들도 LNG 직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발전자회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한국중부발전이 2015년 1월 LNG를 직수입했으며,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9월 이사회를 열어 ‘음성복합 연료 장기계약 기본협약(HOA) 추진안’을 원안대로 가결하면서 LNG 직수입에 뛰어들었다. 동서발전은 이사회에서 가격 조건, 일반 조건, 수급 관리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LNG 직수입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중부발전과 동서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 공기업들도 LNG 직수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전라남도와 한양이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건설에 대한 투자 협약을 체결할 당시에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 박형구 중부발전 사장,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김병철 한국남부발전 부사장 등 발전 공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 대표들이 LNG터미널 건설 관련 협약식에 참석한 것은 향후 LNG를 직수입하면 LNG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했다.

발전 공기업마저 LNG 직수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가스공사는 LNG 가격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개별요금제 시행을 위한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안’을 산업부에 제출했고, 산업부가 올해 1월 이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개별요금제 도입이 현실화됐다.

개별요금제는 가스공사와 발전소가 체결하는 개별 도입 가격과 연계해 발전소별로 LNG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로, 기존 평균요금제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다. 평균요금제는 가스공사가 체결한 LNG 도입 계약의 모든 가격의 평균을 내 모든 발전소에 동일한 가격으로 LNG를 공급하는 제도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개별요금제는 발전사가 원하는 공급 규모와 가격 등을 산정해 가스공사에 LNG 공급을 신청하면, 가스공사가 발전사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LNG 물량을 들여와 판매하는 일종의 ‘구매 대행’ 제도다. 개별요금제는 2022년 1월 1일 이후의 신규 발전소와 가스공사와 기존 공급 계약이 종료된 발전소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해당 발전소는 올해부터 가스공사와 공급 신청 협의를 할 수 있다.

가격 앞세운 ‘자율 경쟁 체제’ 성큼

에너지업계에서는 개별요금제 도입으로 LNG 직수입 시장에 대한 가스공사와 민간 발전사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국내 LNG 직수입 시장의 ‘완전 경쟁 체제’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NG 직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발전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개별요금제 도입으로 가스공사는 민간 회사처럼 수요자가 원하는 규모와 가격으로 LNG를 직수입할 수 있게 됐다”며 “가스공사와 LNG 직수입자 간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에 LNG 공급을 신청하면 4개월간 직수입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 4개월 동안 국제 LNG 가격이 급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클 경우, 가스공사 대신 직수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별요금제 도입을 두고 “공기업으로서 LNG 도매를 독점해온 가스공사가 민간 기업의 ‘밥그릇’마저 뺏어가려 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만약 국제 LNG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스공사의 LNG 공급에 또 다시 의존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유가 기조에서는 민간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LNG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물량 확보가 어려워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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