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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으로 먹고사는 韓 조선, 경쟁력은?] 日 따돌렸지만, LNG 수입 1위 떠오른 中 추격 거세 

 

‘화물창 난제’ 이겨내야 퀀텀 점프… 트랙레코드 축적은 숙제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사진:현대중공업
지난 6월 2일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국내 조선 3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계약 이전에 진행되는 슬롯 예약(slot reservation) 계약으로 정확한 발주 척수를 알 순 없지만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이번 계약을 통해 7~8년 동안 필요한 100척 이상의 선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토대로 앞으로 100척 이상의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QP가 대규모 발주처로 한국의 조선업체들을 선정할 것이란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는 LNG선의 건조 능력에서 어떤 조선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역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LNG 시대’가 더 확장될 경우 글로벌 LNG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이런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 조선소들의 추격이 거세다. LNG선 분야에서 일본 조선소와 ‘타도 한국’을 외치며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비용 우위에 있는 중국 조선소들이 글로벌 선주의 신뢰를 확보하면 다른 선종만큼이나 위협이 될 가능성은 크다. 전문가들은 LNG선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스마트십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국 조선업계가 ‘LNG 시대’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국소비 바탕으로 건조경험 축적하는 中


LNG선은 침체에 빠져 고사 직전이던 한국 조선업계에 한줄기 희망이 된 선종이다. 글로벌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고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수주로 일감이 고갈되던 가운데 2017년부터 LNG선 수요가 늘어나며 한국 조선소들은 도크를 채워 아사(餓死)를 면할 수 있었다.

일각에선 이번 LNG선 수주를 계기로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이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찾아왔던 슈퍼사이클 당시에도 2004년 슬롯 예약으로 시작된 QP의 대형 발주가 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카타르 외에도 모잠비크와 러시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물량이 기다리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슈퍼사이클 까지는 무리더라도 이번에 발주되는 LNG선이 한국 조선업계에 글로벌 불황을 이겨낼 밑천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현재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LNG선’ 분야는 한국의 빅3가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 발주된 LNG선 76척 중 67척을 3사가 수주했으며 지난해 발주된 63척 중에는 51척을 가져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LNG선 발주가 멈췄지만 이번 QP 프로젝트의 슬롯 예약으로 경쟁력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이 같은 ‘LNG선 왕좌’를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LNG선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우위가 상당하지만, 중국이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견제에 나선다면 독점적 지위를 오랜 기간 사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조선소가 어떻게 LNG선 분야의 경쟁력을 가지게 됐는지를 되짚어보면 중국 조선소의 위협을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조선소의 LNG선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혁신적 기술력이라기보다는 ‘건조 공정의 신뢰성’에 있다. 안전한 배를 정해진 기일에 맞춰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건조 공정의 신뢰를 쌓으려면 건조 경험을 축적하는 게 절대적이다.

한국 조선소는 정부 차원의 육성전략 덕분에 건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교해 가장 많은 LNG를 수입하는 나라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는 글로벌 단일 기관 중에서 가장 많다. LNG 시장에서 이런 영향력은 한국 조선소의 LNG선 건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배경이 됐다.

1980년대까지 글로벌 LNG선 시장은 일본 조선사들이 주도하고 있었고 한국 조선소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는데, 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를 장기계약 하는 화주들이 한국 조선소에 LNG선 건조를 맡기며 LNG선 건조 경험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 조선산업합리화 정책을 시행하며 생긴 빈틈을 파고든 조선 3사는 LNG선 분야의 글로벌 기술리더십을 갖출 수 있었다.

기술 변화를 주도한 것도 경쟁력을 높인 포인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이 LNG선 최강자로 군림하던 시기에는 구 형태의 ‘모스 타입’ 화물창이 주로 사용됐지만 적재 비효율 등의 문제로 현재는 박스식의 ‘멤브레인’ 방식 화물창이 대세”라며 “한국이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中, 쇄빙 LNG선 건조로 포트폴리오 강화도


▎KC-1 화물창 내부 모습. / 사진:한국가스공사
그런데 한국 조선업이 LNG선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매커니즘이 현재 중국 조선업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발주 물량과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중국 조선소의 LNG선 건조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LNG를 사용하기 시작한 중국은 LNG 사용량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로열더치셀의 보고서 ‘LNG Outlook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6200만 톤의 LNG를 수입해 가장 많은 LNG를 수입하는 나라로 기록됐다. LNG 수입 증가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 같은 LNG 수입량 증가는 중국 조선소들에게 LNG선 건조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QP는 한국 조선 3사에 슬롯 계약을 체결하기 약 한달 전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16척의 LNG선 슬롯 계약을 먼저 체결했다.

또 최근 러시아는 발주 예정인 10척의 쇄빙 LNG선 건조처로 대우조선해양과 중국 후동중화조선을 선정했다. 업계에선 최대 5척의 물량이 후동중화조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현재 쇄빙 LNG선은 글로벌 조선사 중 유일하게 대우조선만이 건조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일부 물량이 후동중화조선으로 향할 경우 중국 조선소도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도 위협적이다. 지난해 7월 중국의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과 2위인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이 합병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조선소는 한국의 LNG선과 경쟁하기 위해 일본 조선소와도 손잡았다. CSSC산하 양자강조선소와 일본 미쓰이E&S조선은 지난해 8월 LNG선 건조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중국에게 LNG선 리더십을 뺏기지 않으려면 결국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 특히 LNG선의 핵심인 ‘화물창 설계’ 능력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LNG 화물창은 영하 160도 이하의 극저온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한 재질과 구조로 제작된다. 내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스가 급격히 팽창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멤브레인 형태의 LNG 화물창은 프랑스 GTT의 설계대로 만들어진다. GTT는 LNG선을 건조하는 조선사에 화물창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고 화물창 면적당 산정한 로열티를 받는다. 20만㎥ LNG선 기준으로 한 척당 로열티는 약 100억원에 달한다. 선가의 5% 수준이다. 이 로열티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향후 중국 조선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조선 빅3는 ‘반복 건조’ 등 효율화를 통해 중국 조선소와 가격 격차를 줄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로열티를 줄이지 못하면 가격 측면에서 경쟁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산 화물창 적용 ‘첫발’ 떼어야

물론 한국 조선사들이 화물창 개발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로 개발한 한국형 화물창인 KC-1이 이미 존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2004년부터 국가연구사업으로 조선 3사와 함께 독자 화물창 기술 개발에 돌입했고, 10년이 걸려 KC-1을 완성했다. 한국이 보유한 화물창 기술은 KC-1 뿐만이 아니다. 조선 3사는 각 사별로 독자적인 화물창을 개발해 설계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KCS, 대우조선의 솔리더스와 현대중공업의 하이맥스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많은 화물창 기술이 개발됐지만 실제 선박 건조에는 쓰이고 있지 못하다. 선주들이 GTT의 기술을 원하기 때문이다. KC-1의 경우 국적 선사의 물량에 적용됐지만 결과적으로 신뢰성 확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삼성중공업이 KC-1을 탑재한 선박을 건조해 2018년 SK해운에 인도했지만, 이 선박에서 외벽 결빙 등 심각한 결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선사들의 화물창의 경우 검증된 기술을 원하는 해외 선사들이 첫 단추를 끼워줄 것 같지는 않다”며 “KC-1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스공사가 사용하는 선박에도 적용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가지 화물창 기술이 경합하는 것이 화물창 국산화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유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조선3사는 KC-1 개발에 공동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 화물창을 별도로 개발해 과잉경쟁을 하고 있다”며 “제품간 선의의 경쟁으로 인한 이익보다, 개발 노력이 중복되고 트랙레코드 축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KC-1을 중심으로 역량을 통합해 트랙레코드 축적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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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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