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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빨간불 켜진 가스공사] “직구하니 싸네” LNG 독과점 흔들린다 

 

지난해 발전용 천연가스 판매량 10% 감소… 시설임대 등 사업다각화도 ‘글쎄’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시장의 80%를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장기계약에 따른 대규모 물량 발주로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전사들의 LNG 직수입이라는 ‘강펀치’를 맞았다. LNG 제조시설 임대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매출 하락 자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LNG 직수입 규모가 국내 LNG 도입 물량의 절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면서 “LNG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가스공사 입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공사 매출액(연결 기준)은 24조9826억원으로 2018년(26조1850억원) 대비 약 5%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판매가 2018년 3622만 톤에서 2019년 3360만 톤으로 7% 넘게 줄었다. 특히 발전용 천연가스 판매량이 같은 기간 1641만 톤에서 1478만 톤으로 10%가량 감소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2018년 LNG 발전 설비용량이 3만7834메가와트(㎿)에서 2019년 3만9655㎿로 5% 증가했지만, 가스공사 매출 규모를 결정짓는 천연가스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LNG발전 설비 늘었는데, 천연가스 판매량은 감소

국내 LNG 발전사들의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가 한국가스공사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재 국내 LNG 민간 발전사들은 가스공사를 통한 LNG 공급 대신 직접 구매를 늘리고 있다. 1998년 발전용, 산업용 등 자가소비용 LNG에 한해 직수입이 가능토록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되면서다. 특히 미국 셰일가스 혁명으로 공급 시장이 넓어지면서 LNG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가스공사가 장기계약 물량에 묶여 가격 하락에 나서지 못하자 기업들이 직수입이 크게 늘었다. 실제 2005년 1%였던 LNG 직수입 물량 비중은 2018년 13.9%로 증가했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매출 하락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추출 기술력 향상과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LNG 도입 가격 인하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돌려 수익을 내고 연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LNG를 들여오는 게 더 나은 셈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이 많 은 카타르 LNG의 경우 다른 수입국은 재협상을 통해 수입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가스공사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스공사가 연간 도입하는 LNG 물량 약 3800만 톤 중 72%가량이 장기계약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스공사는 카타르로부터 2019년 1132만 톤을 들여왔는데 도입 단가가 국내 평균 도입 단가(505달러)보다 20% 비싼 톤당 600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로 들어오는 LNG의 톤당 도입 단가가 2018년 526.3달러에서 2019년 505.6달러로 3.9%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가스공사는 “대규모 장기 물량이다 보니 가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카타르에 가격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LNG 직수입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등 제도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2031년 LNG 직수입사는 산업용과 발전용을 포함 17개사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직수입 비중 역시 2018년 13%대에서 2031년 27%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소를 돌려 수익을 내고 연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우위 등 직접 LNG를 들여올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아시아 LNG 거래 가격은 MMBtu(25만㎉를 낼 수 있는 가스량)당 약 3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LNG 직수입은 발전 단가 하락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LNG 민간 발전사들의 급전 순위가 가스공사를 통해 LNG를 도입하는 국내 발전 공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급전 순위는 가격이 싼 에너지원부터 사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일컫는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가스공사나 기업들이 LNG 도입 단가를 공개하지 않아 가격차를 알 수 없지만 민간 발전사의 급전 순위가 높다는 점을 볼 때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LNG를 들여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근 가스공사노조가 나서 직수입 확대에 따른 공급 불안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노조는 성명에서 “기업의 LNG 직도입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공급과 설비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기업 역시 해외 공급 업체와 10~20년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발전 공기업까지 나서 LNG 직수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도시가스용 LNG 공급량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겪고 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판매량은 1만8822톤으로 전년 1만9813톤과 비교해 5% 감소했다. 2018년 대비 동절기(1~3월, 12월) 평균 기온이 1.5℃ 상승해 난방 수요가 줄었으며 LNG의 경쟁연료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비교한 가격경쟁력에도 밀리면서다. 산업용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S-Oil은 2017년 울산공장을 돌리는 산업용 LNG를 직접 들여오기 위해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와 15년 장기 계약을 맺기도 했다.

LNG 터미널 임대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각 기업이 들여온 직수입 LNG에 대한 제조시설 임대로 사업 부문을 넓히고 있다. LNG 제조시설은 천연가스를 액체상태인 LNG로 수입해 하역·기화·저장 및 공급하는 저장기지로 LNG 터미널로 불린다. 도시가스사업법에서 LNG 직수입자는 30일분에 해당하는 LNG를 LNG 터미널에 보유해야 직수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구축한 LNG 터미널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가스공사는 제5기지인 당진 LNG기지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에 대한 LNG 터미널 임대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LNG 터미널 임대 역시 가스공사의 실적 개선 기대를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 직도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LNG 터미널 임대 시장 경쟁업체가 늘고 있어서다. 울산에 석유제품 저장탱크를 지으려던 한국석유공사는 LNG 터미널로 전환에 나섰고, 건설사 한양도 LNG 터미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이 목표다 보니 LNG 공급가가 비교적 비싼 가격에 형성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스공사의 수익은 LNG 판매가 아니라 시설 이용료에서 나왔던 만큼 수익성 개선에 중점 두고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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