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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생법’ 시행 한 달 앞으로] 의료 혁신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자가세포로 상처 치유, 면역력 상승 VS 분화제어기술 부족, ‘제2 인보사’ 우려

▎세계쩍으로 난치병 치료 및 건강한 노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 사진:플리커
퇴행성관절염을 앓던 박영식씨는 손상된 관절 조직과 마모된 연골을 재생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했지만, 회복과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신체에 부담이 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줄기세포 치료를 선택했다.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관절 주변 조직의 재생과 복원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라 회복이 빠르고 신체부담이 적다. 박씨는 짧은 기간에 상태가 크게 호전돼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 사례는 가상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일 내에 실현될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부가 유전체 치료법 및 의약품 개발에 일부 빗장을 풀면서, 재생의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8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시행이 시작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유전체 등 사람으로부터 유래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백신, 세포치료제 등을 뜻한다. 첨생법이 시행되면 바이오의약품은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를 받으며, 2상 임상만으로도 의약품 시판을 조건부로 허가받을 수 있다.

현재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사람에서 유래한 조직·혈액 등 검체를 사용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별도의 허가·관리체계에서 관리된다. 의약품과 함께 개발된 동반진단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일괄 허가·심사받을 수 있다.

현재 안전성 우려 때문에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시술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는 임상을 목적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는 가능해진다. 치료방법이 마땅치 않은 희귀·난치병 환자로 대상이 국한되며, 정부 심사 절차를 거친 병원에서만 시술할 수 있다.

정부가 유전체 치료제 개발에 허들을 낮춘 것은 현행 의료법·약사법의 허가·안전관리 제도가 합성의약품을 중심으로 설계돼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후진적 제도가 첨단의약품 개발과 의료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재생의료의 임상 연구를 활성화하고 바이오의약품을 신속히 허가할 수 있도록 별도 지원, 관리하기로 했다. 재생바이오 업계는 첨생법 시행으로 혁신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을 3~4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젊은 세포 주입해 건강 지켜, 이론적으론 ‘不老’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소장(오른쪽)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치료제다.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은 일종의 씨앗 세포로, 이를 배양해 피부·근육·뉴런 등을 만들 수 있다. 무정란 노른자는 분화하지 않은 하나의 세포지만, 수정이 이뤄져 세포 분열을 하면서 뼈·근육·뇌·장기 등 각기 다른 기능의 세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자연 재생되지 않는 신경세포를 배양해 불구자를 치료한다든가, 손상된 신체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재생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간에게 불로(不老)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사람이 나이 들면 면역력과 회복력이 떨어지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은 세포의 활동성과 분화 잠재력이 떨어져서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이런 늙은 세포를 건강하게 복원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배아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아직 분화하지 않은 세포다. 배아줄기세포가 아니어도, 젊을 때 채취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피부 미용과 노화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에 줄기세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채취 대상의 유전체계와 동일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이 적고 효과는 크다.

심장질환 치료제 파미셀 ‘셀그램(Cellgram)’은 심근경색 치료로 인한 심장 조직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로 손상된 관절 조직과 마모된 연골을 재생해 퇴행성 무릎관절염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도 머지않아 도입될 전망이다. 지방조직 1g에서 약 50만 개의 줄기세포를 분리할 수 있는데, 이를 배양·증식하면 더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한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에 도포해 관절염의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도포하는 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치료 효과는 커진다. 이 밖에도 가슴 성형 수술의 인공 보형물 대신 줄기세포를 이용한 가슴 성형술과 피부 재생술도 등장하고 있다. 항노화와 면역 증진, 탈모 관리 기술도 주목받는다.

‘자연살해세포’로 불리는 NK(natural killer cell)세포도 첨생법 시행으로 암 치료 대중화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NK세포란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으로, 신체 내부에서 감염돼 악영향을 끼치는 비정상 세포를 골라 죽인다.

암의 경우 비정상 세포가 DNA를 변조하고 끊임없이 증식해 주변으로 전이되며, 방치하면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킬러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지만 암세포를 자가세포로 인식하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NK세포는 모든 비정상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암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다만 체내 NK세포 양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NK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체내에 주입, 치료 효과를 노리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NK세포 역시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배양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NK세포는 배양이 어렵고 활성 기간이 짧기 때문에 면역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첨생법 시행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암 등 불치병 완전 정복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시장에서 기대하는 이유다.

美·日도 기술개발 박차, 분화 통제가 관건


유전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만국 공통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약 800개 이상의 유전자 치료 및 세포치료에 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200개 이상의 임상시험이 새롭게 시행되고 있다. 2025년까지 연 10~20개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법이 승인될 전망이다.

일본도 2013년 약사법을 개정해 개발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유효성이 입증될 가능성이 높으면 임상 2상 후 최대 7년간 시판을 허용해줬다. 이 제도로 일본 업체들은 최근 다 자란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려 활용하는 유도만능줄기(iPS) 세포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연구 활동 속에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2018년 기준 10억7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5년 119억6000만 달러(약 14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1.2%에 달한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이 인수합병(M&A)과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임상 시험이 증가하고 있다.

유전체를 이용한 치료법은 기존 의료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일을 실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가능성의 영역이다. 현재 기술 수준은 대중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줄기세포의 경우 아직 분화를 제대로 통제하거나 조작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치료법이 실용화되기 어렵다. 세포 분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엉뚱한 세포가 되거나, 세포가 과다 분열해 암세포가 될 수도 있다. 조직 내 거부반응이 발생하거나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 부조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원하는 신체 부위를 만들거나, 눈에 띄는 세포 재생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NK세포 역시 아직 치료 효과를 완벽히 보장할 수 없으며, 치료 과정에서 자칫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뼈나 치아를 재생하거나 혈액세포를 만드는 연구가 벌어지고 있지만, 부작용은 분명한데 비해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보다 한발 앞서 유전체 치료제 개발에 나선 미국 역시 뾰족한 진전을 이루진 못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12월 ‘21세기 치유법(The 21st Century Curse Act)’을 제정해 첨단재생의료법의 환자 적용 신속화에 나섰다. 미국에서 재생의약 첨단치료제(RMAT)로 지정되면 FDA로부터 신속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듬해 8월, 미국 FDA가 노바티스 치료제를 승인한 이후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시장의 M&A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선 6년전 루게릭병 치료제 허가가 마지막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과 생명윤리 논쟁, 알앤엘바이오 등 사태가 잇달아 터지며, 유전체 치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졌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에서 진행된 심장 기능 및 질환을 골수 줄기세포로 개선하는 연구는 임상 시험 보고서의 불일치가 나타난 바 있다. 미국에서 기술 개발이 활발한 치아 역시 턱뼈와의 신경·혈관 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력 회복 기술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도 여러 부작용과 기술 개발의 어려움 때문에 그간 치료제 허가를 받은 경우가 극히 적다. 2014년 코아스템이 루게릭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뉴로나타-R’을 끝으로 현재까지 판매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없다.

시민사회·종교단체들도 첨생법 시행 이전부터 유전체 치료제 개발에 거세가 반발하고 있다.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제 허가 전 임상 3상 면제는 환자가 돈을 내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받는 셈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 원정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환자가 숨지는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보건당국은 장기간 추적관리를 의무화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신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품목허가 취소됐다.

정부는 조건부 허가,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이런 일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보사 사태 때도 식품의약품안전처 1차에서 탈락했지만, 2차 심의에서 동종업계 전문가들이 추가 참여하면서 허가된 바 있다. 이런 일은 과거 미국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승인받지 않은 의료 업체가 흡입이나 정맥·척수 주입으로 만성 질환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마케팅을 벌여 논란을 빚은 것이다.

줄기세포 등 유전체 치료는 데이터 확보 및 분석, 나노기술 개발 등 연관 기술과 동시에 발전해야 하므로 괄목할만한 기술 발전이 등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줄기세포 치료 기술 개발에 나섰음에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을 두고 ‘첨생법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작성한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줄기세포 분야 기술력은 미국의 86.9% 수준으로, 일반 바이오 기술력 77.4%를 크게 웃돈다.

시행 앞두고 불붙은 주식시장, 과열 주의해야


이렇듯 줄기세포·NK세포 등 유전체 치료는 갈 길이 멀지만 첨생법 시행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번지고 있다. 자본시장은 지난해 첨생법 국회 통과 때부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전체 치료 회사들은 오랜 기간 큰 매출 없이 연구개발(R&D)에만 주력한 영향으로 매출이 미미하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대부분 기업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전년 대비 적게는 30%, 많게는 3배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차바이오텍 등 일부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고,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신라젠은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NK세포 치료제 1세대 개발사인 알앤엘바이오(현 알바이오)와 이를 승계한 네이처셀도 주가조작 혐의로 여러 투자자를 울린 회사다. 유전체 치료가 가진 의학적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신뢰받는 치료법을 내놓지 않은 실정이라 섣부른 투자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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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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