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울산 혁신의 동반자,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석유항 넘어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로 확장 

 

“외부 위협 없는 공기업, 내부 위기 경계해야”

▎ 사진:최재승 프리랜서 기자
현대상선(현 HMM) 선장 출신인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2018년 1월 업계 출신 최초로 울산항만공사 사장이 됐다. 올해 1월 임기를 마치고 울산로지스틱스 대표로 복귀하는 고 사장을 지난 12월 22일 울산항만공사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외부 위협이 없는 공기업은 내부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 취임 당시 울산 제조업은 유례없는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이른바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로 불린 울산 제조업 호황은 옛말이었다. 고 사장은 “울산의 주축 산업인 자동차, 조선, 정유회사들이 고전을 겪으면서 울산항 물량이 빠질 수 있는 위기가 많았다”며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2019년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운영 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울산 제조업 위기는 울산항만공사의 위기나 마찬가지였다. 석유 산업 불황에 석유 중심의 울산항만공사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고 사장은 울산시 등과 협업해 석유에 국한된 오일 허브 사업을 오일·가스 허브로 확장했다. 그는 “오일 허브 1단계 하부시설이 이미 완공된 상태에서 석유 사업만 고집하면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울산시 등과 함께 이 사업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울산에 친환경 가스복합발전소를 짓는 SK가스의 투자를 유치해 울산 북신항 배후부지에 LNG 저장시설을 구축하도록 방향을 튼 것이다. 그는 “송철호 울산시장과의 적극적인 업무 공유로, 동북아 오일 사업의 방향을 전환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임기를 마치는 소감으로 “공기업 특유의 안정만 추구하다가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며 “외부 위협 요소가 없는 공기업은 오히려 부서 간 갈등 등 내부 위협에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위협 등에 시달리는 민간기업은 위협을 계기로 내부 결속력이 다져지는 반면, 외부 위협이 없는 공기업의 문제는 내부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공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 직원들에게 국민들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며 “직원들이 앞으로 이타심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겸손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공기업 사장으로 무한책임을 느꼈지만, 사장도 100여명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모두가 평등하다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소통했다”고 말했다.

- 울산=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67호 (2021.01.1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