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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재개되는 공매도, 불신은 어쩌고?] 솜방망이 처벌에 적발시스템 여전히 허술 

 

불법 공매도 주범 ‘외국계’ 예탁원 대차거래 시스템 도입 전무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월부터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한 버스 시위를 진행했다. / 사진:연합뉴스
#1.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자”

지난 1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시장의 악당’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지금은 ‘게임스톱 사태’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거래 플랫폼의 매수 주문 정지와 레딧의 분열 등 우여곡절 끝에 일단 개인 투자자들이 승리했다. 미국 개미들의 매수 주문 속에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했고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들은 한달만에 50%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공매도 반대 운동의 적극성을 이야기할 때 한국 개인 투자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시장 안에서 실력행사에 나선 미국 개미들과 달리, 한국 개미들은 장외 여론전을 선택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국에서는 시장 내 실력 행사가 무의미하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2월부터 공매도 반대 문구를 붙인 버스를 운행하며 투자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향해 공매도 반대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는 5월 3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되기로 결정되면서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된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강하다. 기관 투자자, 특히 외국계 기관을 상대로 공매도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시장 밖에서 실력 행사하는 한국 개미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일단 불법 공매도로 의심이 가는 거래가 적발되더라도, 현행 시스템에서는 법원에서 불법이라는 판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불법 판정을 받으려면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무차입 공매도 대부분은 대차계약을 메신저나 이메일 등으로 전달한 뒤 수기로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나 업무 미숙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로 적발된 거래 규모는 1713억원에 이르지만,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는 89억원에 그친다. 대부분이 불법 공매도 판정을 받지 않아서다.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불법 공매도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 사태 정도가 손에 꼽히는데 여기서는 과태료 74억8800만원이 부과됐다. 따라서 골드만삭스 사태를 제외하면 15억원 수준이다.

특히 외국계 기관의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가 심각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1년간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기관 투자자는 총 105곳인데 이 가운데 외국계 기관이 98곳으로 93%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한 차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뒤에 또 다시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기관 7곳 가운데 6곳이 외국계 기관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가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불러왔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투자자들은 공매도 관련 감시와 제재 시스템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공매도 재개를 미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 과열을 막는 선기능 때문이라면 공매도 대신 주식 선물이나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활동중인 한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거래소에서 사고 팔수 있는 선물은 124개인데 이 가운데 120종목은 코스피 200에 포함되는 종목”이라며 “이번 공매도 재개가 코스피200에 포함된 종목에 한해 재개되는데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재개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식 선물 거래는 현재 시점에 합의된 가격으로 미래 특정 시점에 주식을 사거나 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을 말한다.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팔아치우는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공매도 대체재로 여겨졌다. 실제로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전까지만 해도 주식 선물 거래대금은 주간 기준 10조원 규모였고, 연말에는 5조원 이하였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된 2020년 3월 16일을 기점으로 2주 연속 18조원을 넘어서더니, 2020년 하반기에는 20조원을 넘기도 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후 개별주식 선물 거래량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공매도의 절반을 차지했던 외국인 거래비중이 증가했다”며 “공매도 수요가 일부 주식선물로 옮겨온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에 금융 당국 역시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현행법규에 맞춰 불법공매도와 관련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 2020년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지난 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불법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공매도 주문금액,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예탁원 대차거래시스템, 외국계 기관 참여 실종

속칭 ‘수기’로 진행된다고 표현하는 대차거래계약 시스템도 전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8일 예탁결제원은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선보였다. 차입 공매도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적인데 이 시스템을 통해 대차거래 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길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지난 3월 17일 기준 17곳이다.

하지만 불법 공매도의 주범으로 꼽히는 외국계 증권사는 아직까지 참여가 미미하다. 예탁결제원의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한 증권사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4월 6일부터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맞춰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계약을 맺는 증권사가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대차 거래 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기는 데 반드시 특정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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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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