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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19) 스포티파이(Spotify)] 3억명 음악 취향 저격한 세계 음원시장의 절대 강자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유료 회원 수익의 70% 저작권료에 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록 음악계의 거물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팟캐스트에 등장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를 통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화제가 된 미셸 오바마의 팟캐스트나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팟캐스트 모두 스포티파이의 오리지널 팟캐스트 시리즈다. 2018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현재 220만개 이상의 팟캐스트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로 유명하지만 사용자의 25% 이상이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를 들을 정도로, 팟캐스트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북유럽 출신 기업 가운데 지금 가장 ‘핫(hot)’한 회사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는 2006년 4월 스웨덴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2008년 본격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3억4500만명의 이용자를 두고 있다. 이 중 45%가 월 사용료를 내는 프리미엄 사용자다. 스포티파이는 7000만 곡이 넘는 음원과 40억개에 달하는 방대한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34%로, 2, 3위인 애플뮤직(21%), 아마존(15%)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뜻의 ‘spot’과 식별한다는 뜻의 ‘identify’가 조합된 의미인 스포티파이는 말 그대로 개인의 음악 취향을 발견해, 식별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포티파이의 최대 강점은 개인화된 큐레이션이다. 사용자의 음악 청취 습관에 기반한 인공지능(AI) 방식과 전문가의 수동적 선곡 작업을 결합한 선호곡 추천 기능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스포티파이를 두고 “내 음악적 취향을 옛 애인보다 더 잘 안다”고 평하기도 한다.

AI 방식에 수동 선곡 작업 더해 음악 청취 습관 파악


이용자가 좋아하는 곡을 토대로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데일리 믹스,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위클리 추천곡 등이 대표적이다. 스포티파이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이스라 오메르는 “가입하는 순간부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생겨난다”며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을뿐더러 시간이 흐를수록 최적화된 개인화와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정교화된다”고 설명했다. 1999년 146억 달러 규모로 정점을 찍은 전 세계 음반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해 미국에서 등장한 음원 공유 P2P 서비스 ‘냅스터’의 영향이 컸다. 냅스터를 통해 음원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반 시장은 그 직격탄을 맞았다.

냅스터는 불과 2년만에 법원의 폐쇄 판결을 받고 사라졌지만, 이후 음원 공유 P2P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음원 산업이 일대 위기를 맞았다. 냅스터가 아니더라도 LP와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서 MP3 파일을 통한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불법 다운로드는 이미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전 세계 음악 시장이 불법 다운로드로 골머리를 앓던 시기, 스웨덴에 사는 20대 청년 다니엘 에크 역시 이 문제에 공감했다.

오페라 가수와 재즈 피아니스트 등으로 활동한 가족 틈에서 네 살부터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은 내 삶의 일부”라고 외치던 에크는 “불법 다운로드를 막으려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합법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IT개발자였던 새아버지의 영향으로 다니엘 에크는 다섯 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14살에는 직접 만든 홈페이지를 팔아 돈을 벌 정도로 개발 능력이 뛰어났고, 18살에는 직원 25명을 고용해 본격적으로 홈페이지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등학생 때 이미 월 평균 순수익이 5만 달러(약 5600만원)에 이를 정도로 타고난 사업 수완을 자랑했다.

오바마 대통령 등 유명인사 재생 목록도 화제


▎오바마는 지난 2월 스포티파이를 통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오른쪽) / 사진:스포티파이
에크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재학 중에 구글 입사 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구글을 꺾을 만한 검색 엔진을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스웨덴왕립공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학업을 위해선 사업과는 먼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 달 만에 자퇴서를 냈다. 이후 에크는 트레이데라, 스타돌 등 스웨덴의 여러 IT 기업에서 근무했다. 그 경험을 살려 애드버티고라는 온라인 광고 회사를 설립, 2006년 대형 광고 회사인 트레이드더블러에 200만 달러(약2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손에 꼽는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을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 셋이었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곧 화려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에크는 스톡홀름 외곽의 한 오두막으로 거쳐를 옮겨 소박한 생활을 자처했다. 그곳에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중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작권을 지키면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하자.’ 스포티파이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공동창업자 마르틴 로렌손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후 2008년부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포티파이는 음악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듣는 사용자에게 무료 음원을 제공하고, 광고 없이 음악을 들으려는 사용자에게는 월 10유로(약 1만3000원)의 멤버십 사용료를 받았다.

다니엘 에크는 광고에 기반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원 산업을 위기에서 구하고, 사용자와 음악 제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무료로 음원을 제공한다는 말에 음반사들은 반기를 들었다. 에크는 광고로 번 수익을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로 지급할 것이라고 음반사를 설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소니·유니버설·워너 등 대형 음반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수백만 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하자 이용자가 점차 늘어났다.

스포티파이에 앞서 미국의 판도라나 한국의 벅스뮤직 등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했지만 스포티파이가 업계를 장악한 데는 압도적인 음원 수도 한몫을 했다. 스포티파이는 유명 가수의 대중음악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까지 발 빠르게 제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음원 저작권료를 높게 지급해 주요 음반사들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스포티파이는 유료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던 애플의 아이튠즈를 누르고, 모바일 음원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다.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2017년 ‘다니엘 에크가 음악 산업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를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기도 했다.

스포티파이가 2018년 4월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창업 초창기 결심대로 유료 회원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의 70% 이상을 저작권료로 지출한다. 억소리 나는 가입자 수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가 매년 큰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다. 저작권료를 낮추라는 주주들의 요구에도 다니엘 에크는 “음악 제작자들이 정당한 이익을 얻어야 전체 음악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업 15년이 다 되도록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 추세로는 머지않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한 점도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앱 중심의 사용자 환경과 사업 구조를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더해 사용자들을 끌어들였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재생 목록과 음악 취향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옛날 카세트테이프나 CD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 선물하던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유명인의 재생 목록을 볼 수도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오바마는 2013년 ‘취임 기념 파티용 음악’ 재생 목록을 공개했고, 2015년에는 R&B·힙합·재즈 등 흑인 음악이 담긴 재생 목록을 공개하며 흑인 인권과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디스커버 위클리’ 알고리즘을 통해 작은 음반사의 곡이나 무명가수 음악을 발굴하는 효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스포티파이가 전체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운 셈이다.

국내에는 올 2월에서야 진출했다. 국내 음악시장 규모가 세계 10위권 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스포티파이가 한국을 93번째 진출 국가로 선택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진출 초기 국내 최대 음원 유통업체인 카카오M과 계약을 맺지 못했던 문제는 최근 카카오M과의 글로벌 라이센싱 협의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팟캐스트 회사 인수하는 등 오디오 플랫폼 기업 목표

그러나 ‘빠르고 간단하고 무료’라는 점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한 스포티파이는 한국만은 예외로 삼았다. 한국 서비스에는 무료 서비스 옵션이 빠진 채 개인(1만900원)과 2개 계정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듀오(1만6350원) 유료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 한국지사 측은 “가입 후 7일 간 무료체험과 한 달 요금으로 세 달 동안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상반기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무료 서비스를 제외한데다 멜론·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에 비해 비싼 요금제는 국내 정착의 걸림돌로 보인다.

애초에 스포티파이가 국내 진출 목표로 삼은 것은 음원 스트리밍이 아닌 팟캐스트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팟캐스트 회사인 ‘김릿 미디어’와 ‘앙코르’를 인수하며 팟캐스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니엘 에크 스스로 “스포티파이가 세계 최고의 오디오 플랫폼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티파이가 연내 국내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도입하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입되는 이용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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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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