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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만명’ 진입, 심화된 ‘양극화’- (5)재정·고용 정책] ‘곳간 문 더 열어야 하나’ 시름 깊어진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에 사회양극화 심화… 후폭풍 막을 장기전 채비 나서야

▎지난해 5월,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긴급재난지원금 상담모습.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1년여 동안 정부의 대응 기조는 방역과 통제, 나라곳간 개방, 고용유지였다. 이를 위해 유래 없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대응 정책을 가다듬을 시점이다.

재난지원금 확대 두고 예산편성 고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는 재난지원금이다. 1~3차 재난지원금 총액은 31조4000억원. 최근 국회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14조9391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때 편성된 예산은 14조3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이런 대규모 지원을 결정 한 것은 코로나19로 국가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이를 극복할 마중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1인가구 기준 40만원, 4인가구를 기준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 성격의 지원금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경제 회복이 더뎌지자 같은 해 9월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100만~200만원을 지급하는 선별지급 방식을 큰 틀로 잡으면서 만 16~34세, 65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를 2만원씩 지급하는 보편 지원 형태를 혼합했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으로 편성한 예산은 7조8000억원이었다.

3차 재난지원금은 보편 지급에서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적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더 많이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피해 규모에 따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각각 100만~300만원씩 지원받았다. 3차 재난지원금 예산 총액은 9조300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자 당·정·청은 올해 4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월 28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20조원 수준의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국채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민생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나랏돈으로 방어하다 보니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48.2%로 추산된다.

국가 재정건전성 놓고 엇갈리는 평가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전국민 위로금’ 지급을 언급한 데 이어 여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손실보상제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올 연말 국가채무는 1000조원,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나랏빚의 증가 속도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1년 30%를 넘더니 2020년 본예산 때 40%(39.8%)에 육박했다. 이후 지난해 4차례 추경으로 43.9%으로 뛰었고, 이제 5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속도라면 국가채무비율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절대수준만 보면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증가속도를 보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OECD 평균 부채비율은 130%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130%, 일본이 260%가 넘어 가중평균을 내다보니 높아진 측면이 있다.

이와 반대로 재정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4.18%로 수치가 공개된 34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았다. 4차례 추경 등 재정 지출을 늘렸음에도 통합재정수지 비율 순위가 8위였던 2019년에 비해 4계단이나 상승했다. 통합 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으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하는 지표다. 정 총리는 3월 18일 국회에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불안의 심화도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주 요인이다. 코로나19가 빚은 방역 위기는 고용 위기로 직결됐다. 그 충격은 취약계층, 특히 여성과 청년에게 가중됐다. 25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의 2020년 2~3분기 경제활동참여율과 고용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전후 감소했다. 감소폭이 30대보다 2배나 많고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크다. 이 가운데 20·30·50대 여성의 고용이 확연히 줄었다. 여성이 많이 일하는 대면 서비스 분야가 코로나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20대에서 고용이 줄었는데 실업도 줄어든 현상도 다른 연령대와 다른 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권현지 교수는 “20대가 노동시장 첫 진입시기임에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고용이 위축되자 노동시장에 머물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노동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계층)로 전환해서”라고 분석했다.

근로 유연 확대로 취약계층 고용불안 심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020년 2~4월 실업급여 신청 사유를 보면 폐업·도산, 경영상 인원 감축, 권고사직·징계해고 등에 따른 퇴사가 전년보다 급증했다. 기업들이 경영 위기에 직면하자 체질 개선보다는 손쉬운 개별해고를 선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고용형태도 바꿨다. 한시적 근무가 줄고, 기간제·시간제·비전형(파견·용역·재택·일일) 근무가 늘었다. 이는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노동시간 단축도 한 원인이다. 기업들이 시차출퇴근, 선택·재량·재택·원격 근무 등 근로 유연제·탄력제를 도입했는데, 소규모 영세 기업일수록 노동시간 축소가 컸다. 이는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용전망 2020 보고서에서 관광산업이 주축인 지역이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 손실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코로나 사태가 기존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대책으로 ‘적절한 유급병가, 근로자 육아 지원, 고용유지제 적용, 고용 서비스와 훈련 확대’를 꼽았다. 청년지원 방안으로 “견습·연수·임금보조 등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해 교육과 노동시장 간 연결고리를 유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박정식·이병희·허인회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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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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