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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컬럼] 수도승과 시장 상인 

 

철두철미한 금욕주의자를 흠모했던 어린 시절 한때를 기억한다. 나이 들어 인도 여행길에서 몸에 걸친 입성이 거의 없는 봉두난발(蓬頭亂髮)의 수도승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높은 돌 기둥 꼭대기에 살았다는 고행자들 얘기는 소년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간간이 두레박으로 받아 올린 음식물에 의존하며 긴 세월 밤낮을 오로지 명상에 몰두하며 도를 닦았다.



현실 세상에 발을 내려 붙인 나이에 이르러 읽은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의 는 어린 시절의 꿈이 허상임을 깨우쳐줬다. 한 개인의 도덕 기준에 따르면 금욕적 수도자가 우상이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일제히 금욕주의자가 되기로 작정한다면 그 사회는 어찌 될까. 돌 기둥 위에서 나 홀로 고행을 가능케 한 것은 음식물 두레박을 올려준 마을 사람들의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들의 지원 없이는 큰 깨달음에 앞서 죽음에 이르는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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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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