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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부자 -1 

이건희, 정몽구, 정몽준 순 … 5000억 넘는 갑부 29명 

글 손용석 기자, 조사 김지언·백슬기 인턴 기자
한국 부자도 불황을 피해갈 순 없었다. 포브스코리아가 분석한 ‘한국 100대 부자’의 재산은 모두 50조2407억 원이었다. 지난해 62조1466억 원에 비해 12조 원이나 감소한 액수다. 주식 평가액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재산 5000억 원이 넘는 부자는 43명에서 29명으로 14명 줄었다. 2007년 조사 당시 2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재산이 1조 원 이상인 부자는 지난해보다 3명 줄어든 9명으로 나타났다. 한국 100대 부자의 ‘커트라인’도 지난해 2124억 원에서 올해 1650억 원으로 5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4월 7일 기준으로 포브스코리아가 개인·법인 지분을 조사한 결과다.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 인사회에서 정몽구 회장(2위겳仕?이 구본무 회장(9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갑부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차지했다. 차명 관리하던 삼성생명 주식이 실명으로 전환되면서 재산이 5조1628억 원으로 늘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위에 올랐다. 정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에 비해 4300억 원가량 감소한 2조3828억 원을 기록했다.

그는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마저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한나라당 의원)가 1조7528억 원의 재산으로 3위를 기록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해 조선업 호황으로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재산이 3조 원을 돌파했지만 1년 새 주가 폭락으로 1조5000억 원가량이 증발했다. 4위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올랐다. 이명희 회장은 포브스코리아가 한국의 부자를 조사한 지난 5년 동안 최고 여성 부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5위엔 신세계와 국내 유통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올랐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대한화재, 두산주류 등을 인수하면서 롯데의 영토 확장을 이끌고 있다. 6위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차지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1조1649억 원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8위엔 장평순 교원 회장이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장 회장은 경기침체 여파에도 한국 10대 부자 중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난해에 비해 재산이 늘었다.

교원은 학습지를 중심으로 아동 도서, 생활가전, 호텔, 여행 사업 등에 진출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9900억 원, 영업이익 900억 원을 올렸다. 최근엔 내외빌딩을 1340억 원에 매입하며 사세를 과시했다. 또 신규 사업을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위에 오른 구본무 LG 회장의 재산 평가액은 지난해에 비해 3000억 원가량 줄어든 1조193억 원을 기록했다. 10위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올랐다. 교보생명은 지난 50년 동안 회사 간판이나 주인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보험사다. 올해 한국 100대 부자 중에선 벤처인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대작 게임 ‘아이온’의 중국 서비스로 부활을 알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26위)과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36위)가 주인공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39위)과 이준호 NHN 이사(54위) 역시 100대 부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부자는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45위)과 서정진 셀트리온 사장(48위)이다. 이들이 이끄는 서울반도체와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특히 이정훈 사장의 경우 장남 이민호 씨(100위)와 차남 이민규 씨(101위) 역시 16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허용도 태웅 회장(23위)은 지난해에 비해 재산이 늘었다. 비상장 기업 CEO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17위), 문규영 아주 회장(30위), 최진민 귀뚜라미 명예회장(29위), 박정하 전홍 회장(77위), 박순호 세정 회장(83위) 등은 상장과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철옹성을 쌓아온 인물들이다.


교육 사업 부자들도 불황을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장평순 회장을 비롯해 강영중 대교 회장(16위), 윤석금 웅진 회장(18위),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62위),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90위) 등이 100위에 포함됐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국내 대표 금융 부자들은 비교적 선방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31위)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40위)은 보유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지만 순위는 소폭 상승했다.

박현주 회장은 최근 배당금을 받지 않기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이 위탁 경영하던 구리 채광업체 카작무스를 팔아 1조 원이 넘는 돈을 챙겼던 차용규 씨는 최근 잇따라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돼 재산이 크게 줄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에서 주식 평가 기준일은 올해 4월 7일이다. 재산 집계액엔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은 물론 미공개 회사의 지분가액도 포함돼 있다. 미공개 회사의 주가는 주당 순자산에 같은 업종 상장 회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곱해 산정했다.

주식 이외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은 반영하지 않았지만 일부 공개된 배당금이나 채무는 평가액에서 가감했다. 고위 공직자로 재산을 공개한 정몽준 의원은 신고한 재산액을 기준일에 맞춰 반영했다.

지난해 케이블업체인 C&M을 매쿼리에 매각하며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이민주 전 C&M 회장은 100대 부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미국에서 의류업체 포에버21을 운영하고 있는 장도원 씨는 1조40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해외 이민자기 때문에 순위에서 뺐다.

200905호 (200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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