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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바람 났다 

2조원 시장 쟁탈전 … 명품 패션 브랜드도 가세 

글 손용석·조용탁 기자 soncine@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지리산 등산 코스 중 성삼재라는 곳이 있다. 노고단 초입에 있어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다. 이곳에는 휴게소와 66㎡ 규모의 등산용품 매장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1100m에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프랑스 등산용품 브랜드 라푸마다. 2006년부터 국립공원 복원 사업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라푸마는 등산객들을 위해 랜턴과 비옷을 빌려주기도 해 인기를 끌고 있다.

1930년 프랑스에서 시작한 라푸마는 ‘자연과의 조화’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기능성 의류를 소개해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 5년간 매년 50~7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준원 라푸마 차장은 “고객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지리산에 매장을 설치했다”며 “리딩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보다 성숙한 등산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외’라는 뜻을 가진 아웃도어는 시장에서는 레저·스포츠 관련 의류와 용품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텐트나 낚싯대 같은 용품 매출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의류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활황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0년 9월 15일 기준 아웃도어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00년 3110억원에서 2010년에는 2조원 규모로 10년 사이 7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4500억원. 이 회사는 올해 5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198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500억원 늘어난 3800억원으로 잡았다. 의류 경기가 최악인 요즘 유독 아웃도어 제품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현대백화점 이창동 바이어는 “최근 등산 이외에도 바이크, 암벽등반, 캠핑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늘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웰빙 문화가 확산하면서 기능성이 뛰어난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브랜드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장 확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해운 코오롱스포츠 상무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는 등산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야외활동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아웃도어 시장은 패션과 결합하면서 위력을 더하고 있다. 기능성에 멋을 더하면서 일상생활까지 파고들고 있다. 요즘 도시 거리에는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활보하는 젊은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냐, 아르마니, 란스미어, 벨루티 등도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해 전문 업체들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아웃도어 제품의 주 고객층은 40~50대다.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40세 미만 소비자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 고객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가격도 비싼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다 갖추려면 100만원을 쉽게 넘긴다”며 “최근에는 유행도 급변해 제품 사이클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고 말했다. 김광수 고어코리아 이사는 “한국인처럼 ‘비장하게’ 산에 오르는 민족은 없을 것”이라며 “초보자라도 제대로 옷과 장비를 갖추고 전문가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아웃도어 매장이 들어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달라진 사회 분위기도 아웃도어 시장 팽창의 한 원인이다. 주5일 근무가 확산하면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의류뿐 아니라 아웃도어 주변 기기도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 예컨대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야외활동에 적합한 제품을 선보여 매출을 늘리고 있다. 조 상무는 “자율 복장을 권장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아웃도어용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풍경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먼저 외국 유명 브랜드가 직접 진출하거나 라이선스 형태로 제작하는 경우다. 여기에 해당하는 게 노스페이스·컬럼비아·팀버랜드 등이다. 수입 브랜드로는 라푸마·아이더·에이글·파타고니아·몽벨·피닉스 등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 브랜드로는 에델바이스·블랙야크·K2 등이 있다.


▎국내 최고지대인 지리산 노고단에 있는 라푸마 아웃도어 매장
유통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과거 아웃도어의 주된 매출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멀티숍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이 아웃도어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력 시장이 백화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만큼 전문화, 고급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 신세계, 롯데 등 주요 백화점은 가을을 맞이해 아웃도어 매장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 층을 모두 아웃도어 용품으로 채운 곳도 나타났다. 지난 9월 9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18개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한데 모은 ‘메가 카테고리(Mega Category)’를 조성했다. 이 중 노스페이스가 205㎡, 코오롱스포츠는 160㎡를 차지했다. 그 밖의 브랜드도 매장 규모가 100㎡가 넘는다. 매장 전체 규모는 2300㎡에 달한다.

유통 채널이 바뀌면서 기존 재래시장과 중소 브랜드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통 파워가 매장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라며 “브랜드마다 앞다퉈 전문점을 내놓는 바람에 동네 영세 매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내년까지 10여 개 아웃도어 브랜드가 더 생길 것”이라며 “공급 과다로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컨셉트를 만드는 브랜드도 있다. LG패션이 내놓는 ‘라푸마’는 아웃도어와 메트로의 합성어인 ‘아우트로’라는 신조어를 강조하고 있다. 격렬한 스포츠를 할 때만 필요한 옷이 아니라 활동적인 사람들이 일상에서 입는 메트로 스타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어 아웃도어는 더욱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201010호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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