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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 | Fingerprint Verification TECHNOLOGY 

‘쌍둥이 얼굴도 구별한다’ 

사진 지미연 기자
슈프리마는 지문·얼굴·홍채 등 생체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다. FBI(미 연방수사국)도 인정한 독보적 기술력으로 지문 인식 제품 점유율 1위 달성은 물론 미국·유럽 등 세계 110여 개 국가의 10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인식율과 인식속도는 생체인식 기술의 핵심요소다. 이재원 대표의 노력으로 슈프리마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2004년 슈프리마 이재원(46) 대표는 세계 지문인식경연대회 ‘FVC(Fingerprint Verification Competition)’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에 처음 참가한 2002년에 아시아권 1위는 거머쥐었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지문인식의 올림픽’이라 불리며 2년마다 열리는 대회에서 이 대표는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28개 경쟁업체 틈에서 신생벤처회사 슈프리마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날 밤, 대회 결과를 들은 이 대표는 밤새 술을 마셨다. 제한·개방 부문(지문인증 시간, 메모리 사용량 기준) 두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단 소식때문이었다. 주요 평가 항목인 평균 오차율(EER) 3.51%로 2위를 0.18%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사업 시작 이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지난 5월 14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슈프리마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그 당시를 돌이키며 금세 싱글벙글해졌다. 2006년, 2010년 대회에서도 연이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10년 대회에선 EER 0.258%로 2위(EER 0.317%)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그 밖에도 미국국립기술표준원(NIST) 평가 세계 1위, FBI(미 연방수사국) 최상등급 국제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이에 힘입어 세계 110여 개국에 지문인식을 수출, 지난해는 매출 52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35.9% 매출성장률로 급성장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등 수익성도 좋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문인식 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지능형 자동차를 연구하던 그는 1999년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접으면서 해오던 연구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결국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퇴사한 선후배와 자본금 2000만원을 들여 슈프리마를 세웠다. “삼성전자에서 연구했던 자동차 자동주행시스템과 지문인식이 영상처리 기술면에서 유사점이 많았어요. 이 분야를 파고들어 1등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는 연구개발(R&D) 인력 대부분을 박사급으로 둘만큼 기술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이 대표도 공학박사 출신이다.

2003년 지문인식 모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국내의 지문인식 벤처회사가 200개일 정도로 난립했다. 지문인식 부품을 생산했던 슈프리마는 완제품 생산업체가 필요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생산업체를 찾아도 성능이 낮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재빠르게 눈을 돌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에만 집착했다면, 아마 슈프리마는 사라졌을 겁니다. 신속한 시장 대응은 슈프리마의 강점입니다.” 연구원 출신이다보니 보따리 장사처럼 제품을 들고 해외 전시회를 동분서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적극적인 성격이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구글 홈페이지에 검색어 광고도 내고 고객의 사소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했다.

기술력 인증 받아 글로벌 시장 공략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약해 영업이 녹록지 않자 이 대표는 ‘기술력 인증’ 전략을 세웠다. 공신력 있는 기관 인증을 받으면 브랜드가 약해도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FBI, NIST 등의 인증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 지문 인식 경연대회 참가도 슈프리마 기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세계 시장에서 슈프리마를 알아보는 바이어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에는 제품 수출국이 70개로 늘었죠. 그해 모듈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처음 차지했습니다.”

슈프리마는 기술력을 인정 받자 다양한 제품 개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생체 인식 분야에만 한정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는 이 대표의 방침 때문이다. 지문인식 모듈, 단말기, 시스템 3개 분야로 좁혀 제품 개발에 나섰다. 디자인과 기능을 강화해 컬러 액정표시장치(LCD)와 중앙처리장치(CPU)를 2개 넣었다. 둔탁해 보이는 보편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군은 슈프리마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새 제품 개발을 생각하면 이 대표는 흥이 난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간 못 들었던 새로운질문을 많이 받고 싶다”고 강조하던 그였다.

올 1분기 사상 최고 매출

슈프리마의 신성장동력은 얼굴, 홍채, 정맥 등 지문 외 다양한 생체 인식 분야다. 실제 슈프리마의 출입문은 얼굴을 인식해야 들어갈 수 있다. 영화처럼 얼굴을 화면에 대면 금세 문이 열린다. 이 대표는 “지문인식보다 얼굴인식 속도가 더 빠르지만 가격이 더 비싸다”고 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어두운 곳에서 쌍둥이의 얼굴을 구별해 인식할 정도다. 홍채인식 기술은 가능하지만 기기 당 가격이 1000만원이 넘어 아직 시장성이 없다.

궤도에 올랐을 때 신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건 “혁신은 힘이 충분할 때 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신념 때문이다. 그는 “다수 기업은 위기에 처했을 때 혁신을 꾀하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는 기업이 잘될 때”라고 강조했다.

기술에 대한 외고집과 해외 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지난 1분기 매출은 182억8000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6억2000만원이다. 지난해 4분기 대비 169.4%, 전년 동기 대비 40.3% 올랐다.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올해 초부터 러시아·앙골라 정부와 스캐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새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취미가 등산이라는 이 대표는 자신이 만든 “작은 산도 산이고, 큰 산도 산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무리 작은 산도 만만히 보면 절대 못 올라갑니다. 반대로 아무리 큰 산도 잘 준비하면 넘을 수 있죠. 뭐든 명품이 되려면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프리마가 바라보는 다음 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산이든 이 대표가 잘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201406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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