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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S | SEDAN REVIEW - 한·일 세단의 독일차 협공작전 

  

조득진·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독일 브랜드 세단의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일 럭셔리 세단도 승부수를 던졌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섰고, 현대차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로 한국 시장 수성에 힘쓴다.

렉서스 ES300h는 디젤 차량과 비슷한 연비에다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저소음과 저진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5%. 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예상 점유율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디젤 승용차를 앞세워 수입차 점유율이 연말쯤이면 15%에 이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에도 수입차 시장은 월간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11만2375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시장규모는 4.6% 증가한 83만4687대다. 수입차 시장 성장률이 국산차보다 5.5배가량 높다.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도 높아졌다. 올 들어 7월까지 내수 점유율은 11.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보다 약 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내수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7월 73.6%에서 올해 같은 기간은 70.4%로 약 3.2%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수입차의 성장동력은 친환경 디젤 승용차를 앞세운 유럽차 브랜드다. 올 들어 7월까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차 등록대수는 총 9만13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81.2%로 지난해보다 약 3.9%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차 등 국내차 브랜드와 도요타, 렉서스 등 일본차 브랜드가 긴장하는 이유다. 이들은 반격과 수성에 나섰다.

비유럽권 수입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렉서스다. 올해 상반기 수입 브랜드 베스트셀링 카 10위권을 보면 10대 중 유일한 비유럽권 모델이 바로 렉서스 ES300h다. 렉서스 관계자는 “독일 디젤 차량과 비슷한 연비에다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저소음과 저진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일본차를 부활시키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렉서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이후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차 브랜드에서는 현대차가 한국 대표 고급 세단인 그랜저 라인업에 디젤 모델을 추가하면서 국내 시장 수성에 애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워트레인 트렌드와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디젤 모델을 내놓았다”며 “아직까지 독일 수입차에 비해 연비가 월등히 좋지는 않지만,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그랜저 디젤의 수출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이 모델이 국내시장 수성용이기 때문이다. 우선 평가는 좋다. 주문도 밀렸다.


렉서스 ES300h

상반기 수입차의 연료별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엔진이 3.5%인 점을 감안한다면 렉서스 ES300h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ES300h 모델은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2012년 9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총 23개월간 5821대가 판매됐다.

수입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간판 주자이자, 디젤차 열풍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항마’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과거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던 렉서스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초 이틀 동안 뉴 제너레이션 ES300h 모델을 몰았다. ES 시리즈 6세대에 해당한다. 세련된 외관이 먼저 눈길을 끈다. 사다리꼴 형상으로 상하 그릴이 통합된 스핀들 그릴은 입체적이고, 화살촉 모양의 헤드램프와 날렵하게 빠진 측면 디자인은 스포티한 느낌을 풍긴다. 전체적인 크기는 기아차 K7 하이브리드보다 약간 작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공간은 넉넉하다. 내장재가 고급스럽고 마감 처리가 깔끔해 프리미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트를 비롯해 인테리어에 베이지색을 적용해 안락함이 느껴진다. 간결하면서 다양한 편의장비도 돋보인다.

수입차 운전자의 불만이 가장 많은 내비게이션은 한국형을 장착했고, 마우스 방식으로 메뉴를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암레스트에 팔을 올려놓고 조작할 수 있어 편안하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은 VIP들이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운전석을 최대한 편하게 세팅한 후 뒷좌석에 타 보니 전혀 좁지 않았다. 휠베이스를 45㎜ 확장하고, 뒷좌석 시트 등받이 두께를 줄여 뒷좌석 무릎공간을 71㎜, 발 공간을 104㎜ 더 확보했기 때문이다. 뒷좌석 머리 위 공간도 20㎜ 높였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하이브리드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엔진음 없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끝. 계기판 귀퉁이에 ‘READY’라는 초록색 글자가 전기모터의 힘으로 바퀴가 굴러갈 준비가 됐음을 알려줬다.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자 차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일정 속도를 넘어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환돼도 엔진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정숙성을 과시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다소 커졌지만 바람소리 등 외부 소음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 확실히 작았다. 비결은 소음을 흡수하는 다양한 첨단 재질을 이용하고 고성능 방음 필름 이용 등 3중으로 처리된 유리를 사용해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고속도로에서는 140㎞, 서울시내에서는 80㎞ 정도로 달렸다. 평균연비는 리터당 16.2㎞. 에코 모드 등 작심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에 맞는 운전을 한 덕분인지 렉서스 측이 밝힌 공인 복합연비 리터당 16.4㎞(도심 16.1㎞/L, 고속 16.7㎞/L)에 근접했다. 계산상 65L의 연료탱크에 평균연비를 16㎞/L를 기록한다면 한번 주유로 1000㎞이상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거나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한 경우 가솔린 내연기관이 작동해 가속력에 힘을 보태거나 엔진을 움직여 배터리를 채워주게 된다. 배터리 양이 줄면 다시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한다. 고속주행 중에서 탄력을 받은 상태라면 엔진과 모터가 혼합해 주행을 돕는다. 이로 인해 고속에서도 높은 연비를 만들어낸다.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스포트(SPORT)로 변경하면 가솔린 엔진의 기능이 더욱 강화된다. 내연기관의 가속감에 모터가 밀어주는 힘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파워도 부족하지 않다. 디젤차와 같은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조용히 치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경사가 심한 언덕도 밀리는 느낌없이 거뜬히 넘어선다. 2.5L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를 탑재, 최고출력 203마력과 최대토크 21.6㎏·m의 힘을 발휘한다. 2.5L 배기량의 엔진이지만 모터와 함께 3.0L급 힘을 보여준다. 핸들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상당히 부드러우며 정교하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브레이크 응답성이 약간 느려 앞 차와 간격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흡차음 성능 개선으로 디젤 차량 특유의 소음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랜저 디젤.



그랜저 디젤


지난 6월말 등장한 그랜저 디젤 모델은 기본기를 충실하게 지켰다. 그랜저 디젤을 시승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용하고 편하다”고 평가한다. 특유의 소음을 줄이는 등 그동안 현대차가 내놓은 디젤 모델의 단점 상당 부분을 해결했다는 분석이다.

시동을 켜고 차량 외부에 있으면 특유의 디젤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차 안으로 들어가면 시끄럽던 엔진 소리가 잦아들어 시동이 꺼진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든다. 현대차가 그랜저 디젤을 내놓으면서 집중적으로 흡차음 성능을 개선한 덕분이다.

기어를 D(Drive)에 놓고 속도를 올려보면 정숙성에 다시 놀란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음, 디젤 엔진 소리, 풍절음 등이 상당부분 차단되기 때문이다. 옆 사람과 이야기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고, 소음때문에 오디오 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

그랜저 디젤에 적용된 엔진은 싼타페나 맥스크루즈 등 대형 레저용 차량(RV)에 앉힌 2.2LR엔진이다. 최고출력 202마력에 최대토크 45.0㎏·m의 R2.2 E-VGT 클린 디젤엔진이 달려있다. 시속 100㎞로 달려도 2000rpm(분당회전수) 내에서 해결된다. 여전히 가속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운전할 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파워 스티어링 성능도 개선됐다. 가속을 하기 전에는 전자식 특유의 가벼운 핸들링으로 불안하지만,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핸들링은 묵직해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핸들링이 불안해서 핸들을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일부 모델에 대한 비판이 그랜저 디젤에선 통하지 않는 것.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릴 때도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 그랜저 디젤의 파워 스티어링을 체험해 본 후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이용하면 ‘무거워서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준대형 차량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고속 주행시 안전성을 파워 스티어링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그랜저 디젤을 운전하면 ‘하체가 단단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독일 수입차량의 가장 큰 장점인 운행 중 안정성이 그랜저 디젤에서도 구현된 것이다. 하체가 단단하다는 것은 차량을 운행할 때 안정감이 든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코너를 돌 때 뭔가 불안하지 않고, 차량의 자세를 잘 유지할 때 운전자는 이런 표현을 하게 된다. 그랜저 디젤의 프레임과 서스펜션 등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제동력도 좋아졌다. 현대차의 브레이크는 초반에는 민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랜저 디젤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브레이크 기능을 강화했다.

그랜저 디젤은 철저하게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차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이다. 현대차는 전략적 차종을 내놓으면서 고급 사양을 채택했다.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FCWS)’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이다.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은 전방 차선을 인식해 선행 차량과 추돌이 예상되는 상황을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준다. 만일 깜빡이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넘어가면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랜저 디젤의 공간 활용도는 최상급이다. 우선 트렁크는 세단에서 이 공간이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다. 트렁크 맨 안쪽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몸을 숙이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디자인도 세련되게 다듬었다. 전면부에는 발광다이오드(LED) 포그램프를 새롭게 탑재해 고급감을 더했다. 측면부 알루미늄 휠 및 후면부 머플러 디자인도 더욱 세련된 느낌이다. 운전자가 쉽게 버튼을 찾고 누를 수 있도록 실내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를 단순화하고 재배열했다. 8인치 대형 모니터도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23일 정식 출시된 그랜저 디젤은 7월 한 달 동안 1709대(출고 기준)를 판매했다. 그랜저 모델이 7월에 9000여 대가 판매됐으니 디젤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19%를 차지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1037대가 팔려 아직은 디젤 모델에 관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의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은 1.5개월”이라고 했다. “그랜저 디젤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기대한 만큼 잘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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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호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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