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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A - 태국의 동반성장 모델 기업 서울에 나무를 심다 

글로벌 복사용 제지기업 더블에이는 지역공동체와 상생, 자연환경과 공존을 표방한다. 10월초 내한한 제지사업 총괄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서울 도심의 자투리땅에 나무 8000그루를 심었다.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지미연 기자

▎오랜 시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 온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조국의 기업으로 돌아왔다. 브레스트 포켓에 꽂은 것은 칸나 캠페인을 진행하며 농가에 보급하는 페이퍼 트리 모형이다.
태국을 여행하다가 잠시라도 시골마을을 방문했다면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농수가 풍족한 논과 그 논둑길을 따라 나란히 선 키 큰 나무들. 태국에서는 논과 논 사이의 자투리땅을 ‘칸나(khan-na)’라고 부른다. 농민들은 이 칸나에 나무를 심어 수입을 올린다. 더블에이(Double A)가 창안한 태국판 동반성장 모델 ‘칸나 캠페인’이다. 더블에 이는 태국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농민들에게 복사용지의 원료가 되는 특수 묘목을 분양해 칸나에 심도록 한 뒤 이를 되산다. 기업은 제지원재료를 확보하고 농가는 부수입을 얻는 것이다. 현재 태국에서 만약 150만 농가가 동참하고 있고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이웃 나라에도 확대 중이다. 태국의 150만 농가가 얻는 소득은 연간 50억 바트(약 1652억 원)로 추산된다.

더블에이 제지사업부 최고 임원이자 대변인인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제지업체가 숲을 훼손하고 농지를 뺏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농민이 기존에 재배하는 주작물은 그대로 경작하고, 휴경지나 자투리땅에 인공림을 조성하기 때문에 별도의 토지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순 ‘자투리땅, 초록으로 물들다’ 나무심기 캠페인을 위해 서울을 찾은 그는 “한국은 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주요 시장이다. 우리가 태국에서 일궈낸 소중한 경험을 한국 소비자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블에이는 1991년 태국에서 설립됐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통해 2005년부터 글로벌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연매출은 192억 바트(약 6300억 원) 수준. 현재 138개국에 진출해 복사용지, 문구, 토너, 카피센터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더블에이는 지역공동체의 가치 증진, 환경과의 공존을 기업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고 말했다. “칸나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농가의 추가 소득,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 이산화탄소 흡수를 통한 자연보호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의 이윤 창조와 함께 사회적 공유가치창출(CSV)도 실천하고 있다.”

더블에이는 칸나 캠페인을 통해 더블에이 전용 묘목을 농가에 분양하고, 3~5년 뒤 다 자란 나무는 환매보증을 통해 되사 농민에게 소득을 제공한다. 농민은 벌목, 통나무 운반 등에도 참여해 부수입을 올린다. 또 6600개가 넘는 태국의 지방학교에 나무 묘목을 제공하고 3~5년 후 이를 다시 구매해 학교는 이 수익금을 학용품 마련, 건물 수리 등에 쓴다. 그는 “큰 규모의 인공림을 조성하려면 우선 비용 부담이 크고, 또 그곳에서 논밭을 일구고 살던 원주민을 쫓아낼 수밖에 없다”며 “논밭이 사라지면 지역사회의 경제권, 공동체가 무너지는데 우리는 이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농민·환경 살리는 ‘칸나 캠페인’

경제성 있는 수종 개발도 이뤄냈다. 더블에이는 현지 농업대학과 협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수종 ‘칸나 페이퍼 트리’를 개발했다. 기존 수종이 10년을 키워야 벌목이 가능했다면 새로운 수종은 4년 만에 베어 쓸 수 있도록 빨리 자란다. 그럼에도 기존 목재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자연목을 사용해 제조한 용지 1g당 300만 개의 섬유질이 함유된 반면, 페이퍼 트리에서 추출한 더블에 이 용지에는 1g당 2200만 개의 섬유질이 포함됐다. 섬유질이 많을수록 복사지의 표면이 더 부드럽고, 복사작업 시 걸림 현상과 이중 급지 현상이 줄어든다. 2000년대 중반 국내 광고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노 잼, 노 스트레스(No Jam, No Stress)’라는 더블에이의 광고 카피는 이런 자신감에서 등장한 것이다.

칸나 캠페인은 환경 보존에도 큰 역할을 한다. 가공 폐기물인 우드칩은 펄프로 만들어지고 나무 조각, 껍질, 목질부 등의 폐기물은 쌀겨와 섞여 전력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된다. 이 같은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공장 가동에 사용해 연간 3억4000만ℓ의 화석 연료를 절감하고 열에너지를 공장 주변 마을에 제공한다.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더블에이 페이퍼트리는 더블에이 생산을 위해 심고 경작되기 때문에 더블에이 용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블에이는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국내 복사용지시장 30%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해줬다”며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이라 우리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더블에이의 한국 내 디자인팀이 디자인한 사무용품이 역수출되고, 더블에이 카피센터 사업이 확장되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디자인팀의 작업을 반영한 에코 콜렉션, 학생 노트 라인이 대만 시장에 출시됐고 현재도 몇몇 사무용품 라인이 대만·태국 시장으로 수출이 논의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인 더블에이 카피센터는 현재 250개의 풀 프랜차이즈(정식가맹점)와 500개의 세컨드샵(상품취급점)이 영업 중이다.

기업철학이 지속성장 가늠한다

10월 7일 더블에이는 서울 여의도, 천호동, 합정동, 일원동 등 자투리땅 14곳에 8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서울시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공공 캠페인 ‘자투리땅, 초록으로 물들다’는 서울시내의 버려진 자투리땅을 시민 추천을 받아 온라인 투표로 식수 부지를 선정해 나무를 심는 행사다. 더블에이 측은 “자투리땅에 심은 나무들은 연간 52t씩 30 년간 약 156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민 1인당 평생 13.6개의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절감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칸나 캠페인과 비슷한 개념으로 서울의 땅을 녹화하는 사업”이라며 “기후 변화라는 큰 위기 속에서 시민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기 힘든데 이 캠페인을 통해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나무 심는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공동 기획했다(박스기사 참조).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더블에이 입사 전 얼라이드 도메크, 아시아 베버리지 컴퍼니, 유니레버, 시그램 등 다국적 기업에서 시장 개척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역임했다. 그는 “이들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철학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기업철학은 모든 조직원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자기 신념으로 만들어야 실천할 수 있다. IT기술, 첨단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철학이고, 이것이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이다.” 그는 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정부기구(NGO), 이해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더블에이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알리고 있다.

나무 심는 게임앱 ‘트리플래닛’


몇 해 전 출장 중이던 더블에이의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를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트리플래닛(Tree Planet)’을 다룬 기사를 본 것이다. 트리플래닛은 모바일 게임앱으로 사용자가 게임을 해서 클리어(Clear)하면 사용자가 정한 이름의 나무를 심어 준다. 현재 70여만 명의 회원이 있으며, 게임 화면에 들어가는 아이템에 기업의 로고나 이미지를 넣어서 광고비를 받는다. 트리플래닛은 친환경 사회적 기업이다. 김형수(27. 사진) 대표는 “사람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게임 형식의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트리플래닛이 지금까지 심은 나무는 50만 그루에 이른다.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10개국에 숲을 조성했다. 모바일 게임으로 번 돈의 절반가량은 나무 심기에, 10~20%는 나무 관리에 쓰인다. 전체 금액의 약 10%를 운영비로 사용한다. 부지는 정부와 MOU를 맺어 자투리땅에 대한 임대 점용 허가를 얻어서 80년 동안 나무를 기른다. 해외의 경우 NGO 단체와 협력해 부지 문제를 해결했다. 최근엔 고가도로와 옥상이 공략 대상이다. 광고는 한화, 더블에이, 도요타 등에서 유치했다. 그는 “기업이 나무 심기라는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광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숲’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2NE1숲, 신화숲, 동방신기숲 등 35개가 조성됐다. 올해도 소녀시대 윤아 팬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 DMC 부근 경의선 철도 부지에 윤아숲을, 가수 비의 팬들이 데뷔 12주년과 생일을 기념해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비숲을 조성했고 현재 빅뱅, 지드래곤, 하정우 등의 숲이 조성 중이다. 얼마 전에는 배우 오드리 햅번의 아들에게서 서울에 ‘오드리 햅번 숲’을 조성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이다. 김 대표는 “현실 세상과 가상 세상을 잘 조화시키면 사업적 잠재력이 크다”며 “우리 같은 협업형태가 급속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201411호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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