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로랑 도르데 라 몽트르 에르메스 CEO 

스위스의 진정한 워치메이커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1928년 시작된 에르메스 시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로랑 도르데 CEO를 만났다. “에르메스 시계의 지향점은 스위스의 진정한 워치메이커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지한 자세로 시계 제작에 임하고 있는 워치메이커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 강남의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전시장에서 만난 로랑 도르데 CEO. 에르메스 장인들의 예술혼이 담긴 시계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에르메스 시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87년 전통의 에르메스 시계가 장인들의 예술혼으로 완성된 시계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9월 3일, 서울 강남의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열린 ‘시간을 만들다(Les métier du temp)’란 제목의 특별 전시가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에르메스가 올해 내놓은 주요 시계들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에르메스가 과연 어떤 시계들을 선보일지 사람들은 자못 궁금해했다.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시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이번 전시에는 에르메스 시계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로랑 도르데(Laurent Dordet) CEO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도르데 CEO는 “이번 전시는 에르메스 시계가 그동안 발전시켜 온 노력의 결실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이를 통해 에르메스가 스위스의 진정한 시계 제조사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 달라.

40년 전 에르메스는 스위스에 자회사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시계 사업을 시작했다. 15년 전부터는 기계식 시계에 좀 더 집중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기간 동안 우리가 발전시켜 온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강조한 메시지는 에르메스 시계가 진정한 스위스의 워치메이커라는 사실이다. ‘에르메스 실크’ 하면 프랑스를 떠올리듯 ‘에르메스 시계’ 역시 스위스에 본거지를 둔 브랜드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전시된 시계 속에 표현된 디자인들은 에르메스의 스카프나 넥타이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다. 에르메스의 역사 속에 축적된 고유의 창의성을 갖고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과 구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창의성과 창조성이 에르메스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에르메스 시계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움직임 속의 우아함(elegance in movement)’이다. 제품 자체가 갖고 있는 우아함을 넘어서 이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의 움직임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우아함을 의미한다. 에르메스가 처음 선보였던 마구(馬具) 역시 그 자체로 우아한 디자인을 지니고 있었음은 물론 말에 착용되었을 때 그 움직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에르메스의 스타일이다. 제품 자체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착용하는 사람의 우아함이 돋보이도록 하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에르메스 시계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품질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르메스만이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이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시계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에르메스의 제품이 곧 에르메스의 철학

프랑스 출신의 로랑 도르데 CEO는 올해 46세로, 최고의 엘리트 양성 전문교육기관인 파리고등상업학교(ESCP)를 졸업했다. 1991년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아서 앤더슨을 거쳐 1995년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의 재무부서에 합류했다. 2002년에는 홀딩 텍스타일 에르메스의 부최고경영자에 임명됐으며, 2011년 에르메스의 가죽군을 총괄하는 에르메스 마호키네리 셀리에의 CEO에 이어 올해 3월 에르메스 시계 담당 계열사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CEO에 임명됐다.

한국 시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시계뿐만 아니라 전체 에르메스에 있어서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전 세계에 5개밖에 없는 메종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한국의 시계 시장은 유독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고객들의 시계에 대한 지식과 안목도 놀라울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다.

에르메스 시계의 수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최근 전 세계 시계 시장의 성장세가 많이 둔화되고 있다. 시계가 에르메스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에르메스 시계가 시계 전문 브랜드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에르메스와 워치메이커라는 두 개의 인식을 결합시키는 것을 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는 단지 시계를 만들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다. 에르메스라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에서 시계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라 몽트르 에르메스라는 스위스 워치메이커가 프랑스의 에르메스가 갖고 있는 창조성과 정체성을 담아 시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에르메스 시계의 명성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인하우스 칼리버를 활용한 독특한 컴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모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스타일 측면에 있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브랜드답게 새로운 디자인과 기법들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계에 대한 당신의 철학을 듣고 싶다.

에르메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창조성과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제품 그 자체다. 에르메스의 제품이 곧 에르메스의 철학이고, 고객들에게 이를 잘 전달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철학도 에르메스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에르메스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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