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BURBERRY] 바바리 연가(戀歌) 

 

버버리 트렌치 코트는 멋쟁이들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역사를 보면 성장, 위기, 변화, 도약을 고스란히 담아낸 옷이기도 하다. 숱한 도전과 위기,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에게 제격인 이유이다.

바바리의 계절이다. 꽤 쌀쌀한 바람에 비까지 내리니 트렌치 코트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트렌치 코트는 남자를 위한 옷이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비 내리는 전장에서 영국군이 입던 옷이 오늘날의 버버리 트렌치 코트다. 발수, 방수, 방풍 기능을 갖춰 실용성과 기능성이 바탕이 된 옷이다. 이후 가을엔 트렌치, 트렌치는 곧 버버리로 연상될 만큼 버버리는 가을, 겨울 멋쟁이들의 전유물로 발전했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가 단순한 패턴과 심플한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100년 넘도록 전세계인에 사랑을 받은 데는 그만한 혁신과 고집이 옷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는 영국의 북쪽 지역인 캐슬포드에서 만들어진다. 고도의 기술력과 100개가 넘는 공정을 통해 한 벌의 코트가 만들어 진다. 핵심은 원단이다. 1879년 버버리를 설립한 토마스 버버리가 만든 개버딘 원단이 그것이다. 개버딘은 ‘치밀하게 짜인 직물’이란 뜻이다. 작은 옷 가게를 하던 토마스 버버리가 당시 고무로 만들어져 무겁고 불편한 레인코트의 새로운 소재를 찾다 양치기들이 입던 스목 프록에 힌트를 얻어 개발했다. 버버리의 개버딘 레인코트는 특별히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외출하면서 개버딘 레인코트를 가리켜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외쳤던 말은 버버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1920년부터 버버리는 코트 안감으로 노바체크 무늬를 사용했는데 이는 버버리의 상징이 됐다.

오늘날의 버버리 트렌치 코트를 대표하는 디자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 영국군의 복장에서 찾을 수 있다. 손목과 허리, 목에 있는 벨트는 전쟁 중 흙이나 파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작됐고 스톰 플랩(어깨를 덮은 천)은 사격 시 반동을 줄여주기 위해 디자인됐다. 이 밖에 스톰 실드(등을 덮은 천)와 벨트, 견장 등도 이 당시 만들어졌다. 전쟁이 끝나고 버버리 트렌치 코트는 일반인들에도 사랑받았다. 버버리는 이 디자인을 유지했다.

버버리의 성장, 위기, 변화, 도약 고스란히 담겨

1990년대, 계속해서 사랑받을 줄 알았던 버버리에 위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의 취향은 변해가는데 버버리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때 CEO로 영입된 로즈마리 브라보가 버버리 리브랜딩에 나섰다. 그는 당장 사진작가, 모델, 제품 색상을 바꿨다. 버버리에 변화를 주자 사람들의 버버리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관심도 살아났다.

디자인도 바꿨다. 여성들을 위해 어깨를 좁히고 허리에 라인을 넣었다. 남자의 버버리가 여자를 위한 버버리로 변모했다. 버버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후 구찌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옮겨오면서 버버리는 ‘명품’의 자존심을 완전히 회복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버버리의 최상위 라벨인 프로섬 라인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론칭했고 모델로 할리우드의 여배우 엠마왓슨을 기용해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2014년 4월, 버버리는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위기를 변화로 이겨낸 버버리는 업계에서도 전통과 혁신의 교본이 됐다. 그리고 끊임없이 클래식에 새로운 멋을 가미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버버리 헤리티지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버버리가 자신들의 아카이브를 통해 트렌치 코트의 디자인, 색상을 정리해 구별한 것인데 3가지의 핏과 허니, 스톤, 블랙 색상이 그것이다. 그리고 올해, 버버리는 네이비 컬러와 레드 컬러를 더한 헤리티지 트렌치 컬렉션을 선보였다.

☞ 바바리 - 버버리의 옛 표기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선 쌀쌀한 날씨나 비올 때 입는 얇고 가벼운 코트를 통칭해 부른다.

-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

[박스기사] 서울에서 만나는 버버리 플래그십


한국 최초의 버버리 플래그십이 오픈했다. 청담 사거리에 위치한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의 매장에 국내 최대, 최다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상 11층까지는 버버리코리아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매장 내에는 국내 유일의 버버리 슈즈 코너와 함께 프라이빗 전용 라운지, 스카프바 등이 마련돼 있다. 이 중 스카프바는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30개가 넘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 소재를 고객의 취향에 맞춰 주문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2층은 버버리 브릿, 런던, 헤리티지 컬렉션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국내에선 유일하게 테일러링도 가능하다. 3층은 프로섬, 4층은 남성 컬렉션이 위치하고 있으며 5층은 럭셔리 쇼핑을 위한 프라이빗 고객 전용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건물 외관은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 특히 메탈스크린의 양각과 텍스쳐, LED 효과는 버버리의 주원단 개버딘의 직조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버버리 로고의 깃발에 쓰여진 프로섬(PROSUM). 버버리의 최상위 라벨이기도 한 프로섬의 뜻은 전진이다. 부의 상징. 청담동에 매장을 낸 버버리가 한국에서도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1511호 (2015.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