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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의 적들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직장내 무례함과 모욕, 괴롭힘은 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분노와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사고가 경직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상사나 동료는 조직 내에 적대감과 부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창업주가 운전 직원에게 폭언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했던 모 중소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공개된 <사무금융 노동자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3065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09명(49%)이 직장내 모욕 및 괴롭힘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상사나 동료는 조직 내에 적대감과 부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업무의욕 고갈 불러

직장내 모욕과 무례함이 확산되고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업무성과, 그 중에서도 특히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로는 분노, 괴로움, 긴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업무의욕을 고갈시키고 창의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걱정과 두려움, 불안함, 초조함, 긴장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늘 해오던 방식대로 관성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를 위협-경직 효과(threat-rigidity effect)라고 하는데,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인지와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경직되어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건물에 불이 나면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며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한다. ‘어떻게 하면 이 건물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런 위기일발의 순간에 기상천외한 생각을 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불이 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단 계단을 통해 건물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화재가 나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상사나 동료들이 행하는 모욕적 언사는 화재상황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수준의 불안과 초조함, 긴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업무환경 하에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게 되고 생각의 폭이 좁아지며 사고가 경직되어, 그 결과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그저 늘 하던대로 무리없이 안전하게 맡은 일을 처리하게 될 뿐이다.

직장 내 무례함과 모욕, 괴롭힘이 업무성과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두 번째 이유는, 이를 목격한 고객들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식당의 종업원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 가게 매니저가 점원에게 호통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고객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그 자리를 얼른 떠나고 싶어진다. 한 실험연구 결과에 의하면, 은행 창구의 매니저가 신용카드 정보를 잘못 입력한 점원을 고객 앞에서 모욕적으로 나무랐을 때, 이 은행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고객은 20%에 불과했다.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현장에서 보이는 직원들간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행이 기업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사와 동료들이 행하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 괴롭힘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세 번째 이유는,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Bad is stronger than good).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날 일어난 좋은 일은 다음 날의 기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전날 일어난 기분 나쁜 일은 다음 날의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을 1대 4의 비율로 기억한다.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인 사건보다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하게 남는 것이다.

부정적인 일은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될 뿐만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부정적인 일이 왜 일어났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비판이나 부정적인 코멘트, 모욕적인 언사 등 부정적 측면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학창 시절에 친구에게서 들은 비수 같은 말 한 마디가 다른 친구의 열 마디 칭찬보다 더 뚜렷하게 뇌리에 남은 경험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부정적인 말이나 사건, 그로 인한 불쾌한 감정은 쉽게 잊히지 않고 자꾸 떠올라 일을 방해하고 능률을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실패를 통한 학습기회도 차단시켜

직장내 무례함과 모욕, 괴롭힘이 업무성과 저하로 이어지는 네 번째 이유는 실패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두 개의 간호사 팀을 비교연구한 것이 있는데, 차트 기재를 부정확하게 하거나 약물을 잘못 사용하는 등 실수가 발생했을 때, 한 간호사 팀에서는 비난과 비방이 난무했다. 자연히 이 팀의 간호사들에게서는 자신의 실수를 점점 더 감추려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간호사 팀에서는 실수한 내용을 다른 간호사들과 공유하고 서로의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 타산지석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간호사들은 실수해도 당황하지 않았고 감추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쉬운지 등의 지식이 공유될 수 있었다. 6개월 후 두 간호사 팀의 실수 발생 비율을 비교한 결과, 실수를 공개하고 학습의 기회로 삼은 간호사 팀의 실수 발생 빈도가 훨씬 낮게 나타났다.


▎이승윤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 <팀 안에 공유된 긍정적 감정이 팀의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경영학회 조직행동 분과에서 ‘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수상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팀 매니지먼트, 리더십,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등이 주 연구분야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새로운 만큼 실패 가능성도 크다. 희한한 아이디어를 내도 비난받고 모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의욕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등의 경험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이 때 상사와 동료들이 실수와 잘못에 대해 모욕적이고 무례한 비방과 비난을 일삼는다면, 그 다음 번 도전을 주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psychologically safe environment)에서는 실수를 저지르고 일이 수포로 돌아갔더라도 이를 두려움 없이 공개하고 공유해 학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실패를 딛고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세계적인 정보통신 회사인 시스코(Cisco)에서, 직장내 무례함과 모욕, 괴롭힘이 회사에 연간 1200만 달러 정도의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분노와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사고가 경직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패의 공유를 통한 학습도 기대하기 힘들고, 고객들이 떠나가며 기업이미지가 실추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모욕과 무례함으로 인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사들은 부하직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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