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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맞수 (8) 삼성경제연구소 VS LG경제연구원 

몸 낮추고 계열사들 현안 타개 몰두하는 SERI VS 맞춤형 보고서 출간해 집단지성 발휘한 LGERI  

최영진 기자
1986년을 기점으로 민간 경제연구소의 설립이 유행처럼 번졌다. 30년이 지난 후 한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꼽힌다. 규모와 활동 내역에서 여타의 민간 경제연구소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1986년 7월 출범한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때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연구소로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그룹 계열사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그룹 사옥.
1984년 한국 첫 민간 경제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가 설립됐다. 이후 대기업의 경제연구소 설립은 유행처럼 번져갔다. 1986년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연구소로 꼽히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LGERI), 현대경제연구원(HRI)이 동시에 발족했다. 이 시기에 증권사를 주축으로 하는 연구소 설립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SK경영경제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KT경제경영연구소, 대신경제연구소와 같은 민간 경제연구소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증권사가 설립한 경제연구소에 일하는 모 연구원은 “처음에는 증권투자 기법과 증권사 관련 연구만 진행했지만, 조금씩 분야를 넓혀갔다”고 설명했다.

초창기에 설립된 민간 경제연구소는 유력 인사를 배출하는 창구 역할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대우경제연구소다. 1999년 IMF 외환위기로 해체가 되기 전까지 대우 경제연구소는 한국개발연구원(KDI, 1971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사회과학분야 종합정책연구소)와 어깨를 겨루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9대 국회가 출범할 때 대우경제연구소 출신 의원 4명(이한구, 정희수, 안종범, 강석훈)이 탄생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등 이름 있는 경제 리더들이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출신들도 유력 인사 배출 연구소로 이름이 높다. 이원덕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민승균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간경제연구소는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운영하는 ‘Digieco’다. ICT전문 포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Digieco에서 발표하는 ‘Issue & Trend’ 보고서는 ICT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보고서로 인정받고 있다.

SERI, 한국의 노무라연구소 표방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민간 경제연구소 역사가 30여 년 동안 각각의 특성을 내세우면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경제연구소는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꼽힌다. 규모와 인력, 매출 등에서 다른 연구소를 제치고 있다. 얼마 전 한 언론사에서 선정한 ‘경제·산업 부문 연구소’ 조사에서도 두 연구소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두 연구소는 같으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

2013년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라는 논문을 발표해 이슈가 됐다. 민간 경제연구소를 분석하는 논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일.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주목을 끌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86년 7월 자본금 7억원과 25명의 연구원으로 출범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당시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부설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1991년 삼성경제연구소로 전환됐다.

설립 이후 30년 동안 큰 성장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영업이익은 1719억원에 달한다. 경영컨설팅을 통해서 902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인력 개발용역을 통해 8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간한 책 수익도 8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현재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연구실·경제정책실·연구조정실·글로벌 연구실 등 10개실에 250여 명의 연구원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2014년 LG경제연구원의 영업수익은 755억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연구소 설립 초기에는 여타 민간 경제연구소와 비슷하게 경제·경영연구를 시작으로 연구 분야를 확대했다. 1996년 2월 조직개편과 함께 행정자치부, 교육부, 산업자원부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대외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온 것은 참여정부 시절 ‘국민소득 2만불’ ‘매력국가’ 등과 같은 제안을 하면서다.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국정 과제와 국가 운영에 대한 아젠다’라는 보고서가 참여정부 출범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달된 것도 연구소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부 정책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트렌드에 맞는 보고서, 시의적절하게 나오는 리포트가 삼성경제연구소의 힘이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삼성경제연구소의 평가를 단 한 문장으로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를 일반인들이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을 삼성경제연구소는 180도 바꿨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안티에이징’, ‘한국기업의 워크스마트 실천방안’ 등과 같은 재미있는 소재의 보고서는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일반인이 찾아서 읽도록 했다. 흔히 말하는 ‘말랑말랑한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참조할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수준이 낮다”는 평가도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대중화를 앞당긴 것은 홈페이지(www.seri.org) 덕분이다. 연구소 설립 10년 만에 회원 수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민간 경제연구소 중 대중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았다. 경제, 경영, 산업 등 각 분야에 맞게 조직된 포럼(커뮤니티)도 수천 개에 육박할 정도다. 이런 대중성을 바탕으로 연회비 150만원의 유료 서비스 ‘세리 CEO’도 운영됐을 정도.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2013년 세리 CEO나 세리 프로가 교육전문 기업 크레듀에 매각됐다. 우리 연구소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 대한민국 트렌드』로 화제 몰고 온 LGERI


▎1986년 4월 럭키경제연구소로 출범한 LG경제연구원은 활발한 외부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사옥.
2016년 현재 삼성경제연구소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2013년 연구소를 다루는 논문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를 낳았던 때와 비교해보면 낯설다. 연구소 사이트에 올라온 연구보고서, CEO인포메이션 등 각종 보고서들은 2013년 이후로 끊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보고서 발간이나 언론 인터뷰를 가급적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현안 타개를 위한 해법을 찾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초기의 활동방식인 ‘인 하우스’ 연구소로 변화했다.

1986년 4월 LG경제연구원은 삼성경제연구소보다 3개월 먼저 출범했다. 당시 이름은 럭키경제연구소였다. 증권 조사 업무를 분석하고 연구 활동에 치중하는 연구소였다. 2년 뒤 럭키금성경제연구소(1995년 LG경영개발원으로 상호를 변경)로 개편되면서 그룹 직할 조직으로 변모했다. 연구 부문도 그룹사 전체 컨설팅 기능으로 확대됐다. LG의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이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크게 3분야로 나뉜다.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등 경제 변수의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경제연구부문’,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트렌드를 분석하고 컨설팅하는 ‘경영연구부문’, 신성장 산업 진출 전략을 세우는 ‘사업전략부문’으로 나뉜다. 연구 인력 규모는 100명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사이트 회원은 70만명을 넘어섰다.

LG경제연구원이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2004년 말 발간한 『2010 대한민국 트렌드』라는 책자를 통해서다. 당시 국내 정·재계와 학계, 일반인에게도 큰 호평을 받았고, 서점가에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 책자는 국내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중국어로 번역 출간됐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랑했다. 2006년에 출간된 『한국인이 사는법』 역시 21세기 한국 경제와 사회 변화를 예측해 좋은 평가를 받은 책자로 꼽힌다.

요즘 언론과 재계에서 꼭 읽어봐야 할 보고서로 ‘LG Business Insight(구 LG 주간경제)’가 꼽힌다. 1989년 5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령 1000호를 넘기면서 한국의 경제현안과 경영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로 꼽힌다. “국내 정기간행물 중 가장 높은 기사 인용도를 보이고 있는 주간 보고서 중 하나”라는 자랑이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인 하우스 연구소 역할에 치중하면서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면서, LG경제연구원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외부 인터뷰가 많아졌고, 지속적인 보고서 발간으로 학계와 언론계에서 인용 빈도도 높아졌다. LG경제연구원의 경쟁력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 최영진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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