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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선견지명 결실 

리튬 생산공장 착공, 향후 4만톤 규모 확대 

최영진 기자
2월 14일(현지시간)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살타 주에서 상업용 리튬 생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시달리는 글로벌 2차 전지 업체들이 포스코와 공급 계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리튬 생산 독자 기술 개발에 먼저 뛰어든 권오준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것이다.

▎2월 15일(현지시간)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 왼쪽)은 아르헨티나 마크리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회담을 갖고 향후 리튬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서 협의했다.
1991년은 리튬이온 전지가 양산된 해로 기록된다. 월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20여 년간 폭발에 대한 우려로 연구과제로만 머물렀던 리튬이온 전지 양산은 전지 산업의 흐름을 바꿔놨다. 그동안 니켈계 전지의 천하였던 모바일 IT기기 시장을 리튬이온 전지가 압도한 것. 리튬이온 전지는 IT기기 분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리튬이온 전지의 다음 격전지로 떠올랐다.

LG경제연구원의 신장환 연구위원은 ‘사물의 동력이 되고 있는 2차전지 솔루션 경쟁 2막 시작됐다’는 보고서에서 “아직 모바일 기기와 비교될 규모는 아니지만, 리튬이온 전지가 채용되는 자동차 시장은 조만간 모바일 기기에 상응하는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2차전지 시장조사기관 B3에 의하면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서 자동차용 전지의 비중은 2013년 20% 수준이었다. 리튬이온 전지가 불러올 3번째 대결 시장은 산업기기 시장이라는 분석이 높다.

신장환 연구위원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전지의 영역이 모바일 IT기기, 전동공구를 넘어 자동차, 산업기기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2014년 2차 전지의 시장 규모는 500억~600억 달러지만, 2020년에는 1000억 달러로 급성장 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튬이온 전지 시장의 성장으로 리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리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찍부터 리튬 생산량 확보에 나선 권오준(66) 포스코 회장의 선견지명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권 회장, RIST 원장 재직부터 리튬 기술 개발


▎2월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 주에서 권오준 회장을 비롯해 주정부 관계자 약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업용 리튬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권 회장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부터 ‘고효율 리튬 추출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독자적인 리튬 추출 기술을 개발하면서 포스코는 리튬 생산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2010년 포스코가 개발한 고효율 리튬 추출 기술은 기존 ‘증발 추출법’과 달리 넓은 면적의 염전이 필요없고,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도 적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로 리튬을 추출하면 손실도 거의 없다. 적은 양의 염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독자기술 개발 이후 시험생산량을 2t, 20t, 200t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며 대량 생산 및 경제성 확보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를 확인한 포스코는 리튬 생산 행보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2월 14일(현지시간) 포스코는 국내외 처음으로 상업용 리튬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아르헨티나 살타 주에서 권 회장과 주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업용 리튬 생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은 해발 4000m에 있는 포주엘로스 염호에 들어설 계획이다. 올해 안에 완공된 후 상업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이 염호는 면적이 106㎢에 달하며 매장량은 150만t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리튬 생산 최적지 중의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2500t의 2차전지용 고순도 리튬을 생산해 자동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외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전기차 한 대당 리튬 40㎏이 배터리 원료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공장에서 약 전기차 6만대 분량의 배터리 원료가 생산되는 셈이다. 권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리튬 추출 기술을 이곳 환경에 접목한다면 아르헨티나와 한국 양국 모두에게 미래를 약속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식이 열린 다음 날 권 회장은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리튬 추출 기술의 우수성과 기술 개발 성과 등을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리튬 개발에 필요한 아르헨티나와의 협력 관계 구축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리튬 연간 생산량을 4만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포주엘로스 염호에 공장 건설을 착수한 것은 사용권한을 확보한 덕분이다. 올해 초 포스코는 포주엘로스 염호 광권을 소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기업 리떼아(Lithea)와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 염호 사용권한을 확보했다.

포스코의 리튬 생산 공장 건설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리튬 시장 규모는 2002년 7만t에서 2014년 17만t으로 급성장했다. 2020년에는 27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가운데 2차 전지용 고순도 리튬 제품 원료 시장은 2020년 전체 시장 중에서 50%에 달하는 13만5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리튬 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2차전지 관련 업계는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리튬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신규 사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고, 리튬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2차전지 업체들이 제품 양산 전부터 포스코에 리튬 공급 계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영진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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