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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적극적인 투자와 추진력으로 해외 수출 성공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4년 만에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받아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내는 원동력은 적극적인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바이오캠퍼스에서 설립 4주년을 맞아 촬영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
201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태양전지·LED·2차전지·의료기기·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이중 바이오제약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힘든 분야로 꼽힌다. 암젠, 화이자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개발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삼성의 바이오제약 분야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순항하고 있다. 2012년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해 만든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그 주역이다. 흔히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곳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생각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의약품은 화학적으로 치료물질을 합성한 합성의약품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만든 바이오의약품으로 구분된다.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을 ‘제너릭’이라고 부르고,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 바이오시밀러다.

제너릭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제너릭의 개발기간이 3년인데 반해, 바이오시밀러 개발기간은 보통 7~8년에 이른다. 제너릭 1종을 개발하는 데 30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바이오시밀러 1종 개발비용은 2억 달러에 이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벌써 6개의 파이프라인(바이오시밀러 종류)을 성공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항염제 3종(SB4, SB2, SB5)과 항암제 2종(SB3, SB8), 인슐린 1종(SB9)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중이다. 임상 시험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지난 1월 17일에는 세계 시장에서 매년 10조원어치가 팔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SB4)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는 뉴스를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엔브렐은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같은 질환에 효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에 성공한 베네팔리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중에서 유럽 허가를 받은 1호 약품이라는 기록을 썼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31개 국가에서 판매가 허용됐다. 우선은 독일·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영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브렌시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되어 삼성병원과 한양대병원 같은 곳에서 처방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 밀러인 플릭사비의 유럽 판매 허가를 신청해 둔 상태다. 플릭사비의 유럽 판매 허가를 받으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국 제약 기업 중 처음으로 2종류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해외 판매를 허가받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4년 만에 해외 바이오시밀러 개발부터 판매가 이뤄진 데는 어떤 노하우가 숨어있을까.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사업 추진력과 적극적인 투자, 젊은 인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설립 당시 임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3월 현재 530여 명으로 늘었다. 평균 나이는 31세로 업계에서도 가장 젊은 기업으로 꼽힌다. 대졸 신입이 50%를 차지하면서 신입사원을 전문인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내부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2012년 설립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2016년까지 1조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성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높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진입자체가 어렵고, 빨리 진입해야 선점할 수 있다. 빠른 개발을 위해 배양과 세포 공정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바이오젠(Biogen)과 미국 머크(Merck)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해결한 것도 수출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시장 진입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장벽이 많다.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을 만든 글로벌 제약사와 특허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애브비 상대로 특허 소송 진행 중

지난 4월 4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회사 애브비를 상대로 ‘휴미라’의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휴미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16조원의 매출을 올린 매출 1위의 의약품으로 꼽힌다. 유럽 시장에서 휴미라의 특허는 2018년 만료가 된다.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휴미라에 건선 등의 적응증(치료범위) 특허를 추가하면서 특허 종료를 2020년으로 연장한 것.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게 바이오시밀러 분야다. 제약산업의 중심축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기울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10가지 중 7가지가 바이오의 약품이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가격. 합성의약품 가격이 1g당 150 달러인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1g당 5000 달러에 이른다.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신약 가격의 70% 수준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비전게인(Visiongain)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세계 제약 시장에서 7억 달러(7980억원) 규모에 머물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0년 304억(69조3120억원) 달러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매년 21%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유명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끝나는 시기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 최영진 기자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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