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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경영의 정석(3) 화성인과 금성인의 직장 내 동거법 

 

김동호 중앙일보 기자
남자와 여자는 집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간다. 세상의 절반이 남자, 다른 절반이 여자라서다. 직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남녀 소통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직업의 세계에서 남성의 성역은 거의 없어졌다. 시험 성적에서도 남녀 차이가 없어지면서 업무에서도 성별 변별력은 없어지고 있다. 사진은 직장 내 남녀문제를 다뤘던 2014년 KBS 드라마 <직장의 신> 한 장면.
수년 전 베스트셀러『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본래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라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자와 여자는 집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세상의 절반이 남자, 다른 절반이 여자라서다. 그런데 대화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서로에 대한 편견이라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남녀 소통 문제는 직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여성이 더 이상 소수집단이 아니라 조직의 주류에 속속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미국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흑인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아직 여성은 없었다. 이는 성평등(gender equality) 이슈와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60~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게 불었던 미국조차도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낮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성평등 이슈는 직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부장적인 조직과 문화 속에 여성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과도기적 마찰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전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녀간 소통이 중요해졌다. 둘 사이에는『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시사하듯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조직 목표 달성을 극대화하기 못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 목표 달성 위해 남녀 간 소통 중요해져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자. 남성은 직장에서 상사와 가까워지면 형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함께 소주를 마시고 사우나를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다. 이런 문화를 여성이 수용하려면 여성은 남성 상사에게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 밤 늦게 만취하도록 함께 마실 수도 없고 사우나를 함께 갈 수도 없다. 여성끼리도 드문 경우다. 이런 차이는 남녀가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는 배경이 되고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리더는 이런 특성을 잘 파악해 조직을 운영해야 조직 효과성(organizational effectiveness)을 높일 수 있다. 조직 효과성은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하는지를 의미한다. 현재 남녀 간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면서 여전히 여성은 직장의 마이너리티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남녀가 다른 잣대로 일을 하고, 같은 여성 사이에서도 시니어와 주니어의 사고방식이 다르다. 이는 개인은 물론 조직에 적잖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불러온다. 일의 효율과 조직 효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 효과성이 높아지려면 조직 구성원이 조직 목표 달성에 가장 적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 내 남녀 차별이 있거나 남녀 간에 오해가 있어서는 소통이 막히고 비효율이 증폭될 수 있다. 이런 비효율을 줄이려면 남성은 여성의 장점을 이해하고, 여성은 남성의 장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수량적 측면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이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적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성 코스프레가 필요했다.

밤늦게 동료나 고객과 함께 폭탄주를 마시고 다음날 아침 정시 출근했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이전에 남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도록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이 남성 편향화된 사회(gendered society)에서는 여성의 능력을 충분히 이끌어내기 어렵다. 여성과 남성은 직장에서는 굳이 차이를 두거나 이분법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 양성평등 문화가 어느 정도 확산된 젊은 세대는 스스로 남녀의 구분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미 각종 시험에서 남녀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결과를 통해 반영되고 있다. 직업의 세계에서 남성의 성역은 거의 없어졌다. 남성의 성역처럼 남아 있는 곳은 근육을 써야 하는 공사판 정도 외에는 거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성역을 깨고 시험 성적에서 남녀 차이가 없어지면서 업무에서도 성별 변별력은 없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조직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오해가 있다. 야근이나 외근을 맡기려면 든든하고 돌쇠 같은 남성에게 시켜야 한다거나 여성은 결혼하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스테레오 타입이 여전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낡은 관점은 버려야 한다. 특히 일과 관련해서는 남녀를 구별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다만 전략적 관리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이 어린 상사 밑에 나이 많은 부하를 두지 않는다든지, 연조를 고려해 팀을 구성하는 것처럼 성별 고려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팀 구성에는 성별 고려가 필요하다. 성별 차이에 따른 장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을 여성만으로 구성했다고 치자. 이래서는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예컨대 출산 휴가를 가는 여성 팀원이 속출하면 팀의 역량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팀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남성 특유의 문화가 지배하면서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밤늦게 술을 마시고 이튿날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과거 군대 문화식 분위기가 형성돼 경직되기 쉽다. 물론 이런 문화는 최근 많이 사라졌다.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남녀 차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팀 구성원으로 남녀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 확대에 따른 효과다. 동질적인 구성원은 아이디어와 경험이 비슷해 창의적인 발상에 한계가 있다.

팀 구성 때 연령·성·경력 등 다양성 고려 바람직


▎직장 내 남녀 소통을 활성화하려면 근본적으로는 양성평등 문화가 더욱 강력하게 전파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기업과 함께 하는 일·가정 양립 2015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러나 연령·성(gender)·교육·경력 등이 다른 사람으로 팀이 구성되면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이 모아져 양질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이 중에서 교육·경력 같은 2차적 다양성은 그 효과가 쉽게 예상된다. 하지만 연령과 성에 대해서는 장점보다는 편견이 먼저 앞선다. 나이가 많으면 창의성이 떨어진다거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뭐가 다르다는 식의 편견이다. 그러나 팀을 구성할 때 다양성의 요소가 골고루 포함되면 광범위한 시각으로 양질의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업무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다.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한층 활성화활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거나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의 부담이 크다. 10개월에 이르는 임신과 출산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경력단절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현재 경력단절 여성은 200만 명이 넘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 일하는 법을 알만 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식이다.

한 번 경단녀가 되면 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남성은 직장을 옮겨도 경력에 맞춰 계속 일할 수 있지만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상당한 공백을 거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스피드 사회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나 업무 흐름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첫째까지는 버텨보지만 둘째가 고비다. 경력단절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크다. 주로 30대 때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교육비용과 신규 채용 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 비용이 15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조직에서의 손실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여성 팀원이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똑같은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재를 조직 내 인적자원으로 육성해야 겠다는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여성은 물론 남성의 육아 휴가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직 과정에서의 배려다. 복직해 돌아올 때 당초 업무로 복귀 시켜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경쟁사회에서 1년 이상 업무를 쉬는 바람에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보다는 능력이 증명됐거나 전문성이 있는 팀원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복귀 후 한직으로 밀려난 직원은 성취동기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육아 부담이 커질수록 성과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를 가진 여성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경단 녀의 길을 걷거나 B-플레이어, 더 나아가 C-플레이어로 전락한다.

직장 내 양성평등 문화 더 강력하게 전파해야


▎자격을 갖춘 여성에게 팀장 같은 매니저 역할도 제공해야 한다. 여성 팀원의 롤모델로서 여성 상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막으려면 조직 내 적극적 시정조치(AA)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의 사회적 참여를 허용하기 위해 도입된 적극적 시정조치처럼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직장에는 여성 인재가 넘쳐나게 되면서 강력한 인재 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강제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원 수가 적은 중소기업에선 여성 직원의 출산은 곧 업무공백이라고 보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에서 미래를 보고 풍부한 여성인재를 키울 생각을 하기 보다는 출산·육아에 따른 공백부터 생각하니 여성이 중소기업에 가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로선 국내 인재의 절반인 여성 인재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여성을 이해하려면 육아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장에서도 남녀 간 역할 구분이 없어질 수 있다.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사회적 지위를 성취한 여성만 수퍼우먼으로 살아남는 인적자원 관리 방식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수록 기업의 경쟁우위는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에서 판가름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장 내 남녀 소통을 활성화하려면 팀 내 남초·여초부터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초가 과도한지를 보는 성별 비율은 30%가 기준이다. 어느 팀에서 여성 비율이 30%가 안 되면 양성평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10명의 구성원 가운데 여성 팀원이 1~2명에 불과하다면 과도한 성비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팀에는 여성 팀원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자격을 갖춘 여성에게 팀장 같은 매니저 역할도 제공해야 한다. 여성 팀원의 롤모델로서 여성 상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직장 내 남녀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입사부터 승진과 보직 부여에 이르기까지 남녀에 차별을 둘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현실 세계에서 여성은 출산과 육아라는 벽 앞에서 급격히 역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 장벽은 조직에서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단기적인 손익을 생각해 여성 인력에게 출산과 육아 크레바스를 극복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인적자원의 경쟁우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양성 연구자들은 시장 확보를 위해서라도 조직에서 성별·경력·교육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셸 모르 바락 남가주대(USC) 교수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모두 수용하는 포용적인 팀을 구성하는 관리자는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력의 팀원이 많으면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것처럼 적절한 성비로 구성되면 팀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가 현실화하려면 여성 팀원을 남성 팀원과 다르지 않게 일 시키고 대우하겠다는 팀장과 리더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양성평등 문화가 더욱 강력하게 전파돼야 한다. 육아는 엄마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직장 내 양성평등 역시 근본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남성도 육아에 여성과 똑같이 참여할 때 비로소 일-가정 양립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근로 관행 해소 필요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여성이 20대 때는 세계에서 가장 고용률이 높은데 30대가 되면 절벽처럼 뚝 떨어진다”며 “아이를 하나 둘 낳으면서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에는 71.8%까지 치솟지만 35~39세에는 55.5%로 크게 감소했다가 40대 초반부터 다시 일자리를 찾는 패턴을 보인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관행도 해소해야 한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육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30대가 되면 일을 그만두는 건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 관행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2013년 2163시간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393시간이 길다. 출산·육아 부담이 큰 30대 여성에겐 이런 근로관행이 구조적으로 버티기 어렵게 돼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행을 바꿔줘야 화성인과 금성인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김동호 -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연세대를 나와 KDI(한국개발연구원) MBA와 동국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쓴 책으로『소니가 삼성에 따라잡힌 이유는』,『대통령 경제사』등이 있다.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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