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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수 한국카본 대표 

낚싯대에서 수직 이착륙 드론까지 혁신적 도전 

글 김동호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처음엔 낚싯대와 골프 샤프트의 소재 제조에서 시작했지만 대형 선박 소재·부품에 이어 자동차·항공산업용 소재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회사가 있다. 1984년 부산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한국카본의 성장 스토리다.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한국카본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조문수 대표.
한국카본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나간 비결은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다. 낚싯대와 골프 샤프트 기술 최강자인 한국카본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항공산업에 쏟아부을 준비를 마쳤다. 기존 사업은 파이를 더 키우고 신규 사업에도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 1월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무인항공기 전문회사인 IAI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제조하기로 했다. 최근 항공산업의 경쟁력은 경량 소재가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카본이 가장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산업이다. 조문수(58) 대표를 만나 한국카본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불황이라 기업 경영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우리는 안정적인 기존사업 매출에 더해 신사업으로 항공기 부품사업을 본격 추진해 2014년에 비해 늘어난 2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익도 조금 더 늘었다. 현재 우리는 보잉 777 플로어 판넬용 원자재공급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항공기 재료 수출로서는 국내 최초다. 더 중요한 것은 2016년 올해가 회사의 미래 성장과 비전달성을 위한 또 하나의 기반을 구축하는 해라는 거다. 이번에 이스라엘 IAI와 무인항공기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설립에 합의했고, 일본 미쓰이 물산과는 자동차용 복합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자본출자 및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이번 미쓰이 물산과의 제휴를 통해 한국카본은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자동차, 항공 등을 중심으로 한 복합소재 개발 및 제조를 공동으로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 바탕으로 항공기 부품사업 진출


▎1984년 한국카본을 창업한 조문수 대표는 경영자도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을 정도로 열정을 다하는 CEO다. 수직이착륙기 전시회장에서 조문수 대표 (사진 가운데).
항공기는 진입 문턱이 높을텐데.

항공기 부품사업은 10년 이상 투자해야 이익이 나는 사업이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 후반에 중형 항공기 부품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쇼크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이 시기를 항공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기간으로 정하고 회사 내 설비 및 품질보증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잉 777의 플로어 판넬용 소재를 수출할 예정이다. 에어버스 350의 비즈니스 클래스 의자의 몸체(백셀)도 수주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보잉과의 사업확대를 위해 다른 내장재용 소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사업에 뛰어들 정도로 경쟁력을 가진 한국카본의 혁신적 도전은 무엇보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한국카본은 카본섬유와 유리섬유를 다루는 기업으로서, 카본원단인 프리프레그 생산 역사가 32년에 달한다. 이런 회사는 국내에는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낚시대 생산의 60%를 한국이 차지했는데, 그 중 80%의 소재를 한국카본이 생산해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그 사업이 다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신규 사업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항공기 소재와 자동차 경량화 복합소재다. 현재 미국 GM의 콜벳 ZR1 본넷은 우리 소재를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

매출 구성은 어떻게 되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보냉재 64%, 낚시대 및 골프채용 원자재 14%, 바닥재용 글라스 페이퍼 10%, 회로기판 등 전자재료 12%다.

보잉과는 어떻게 만났나.

우리가 바로 보잉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자 시스템을 만드는 일본 회사로부터 먼저 인정을 받았다. 그것을 재 하청 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로 알려지면서 보잉에서 역으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일본 기업을 통해 보잉에 공급하는 제품은 플로어 판넬 재료다. 보잉 777의 바닥재라고 보면 된다. A350 의자도 재료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에 공급할 여지는?

국내 항공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재 공급회사가 대한항공이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로 협력해가야 한다. 한국에서 지금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외국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위산업은 국가방위와 관련됐으니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내 소재로 개발해 나가는 것이 자주국방력에 도움이 된다. 항공기라는 것은 한 나라의 모든 첨단산업이 연결된 결정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제 고고도(高高度) 무인기를 만들고 나아가 차세대 전투기도 만들고 있는 시점인데 이게 제대로 되려면 소재 국산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한국카본은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박 보냉재 역시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LNG 가스가 직접 닿는 부분을 프리프레그로 제작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든 것. 국내 조선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보냉재를 공급하고 있고, 세계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今治) 조선소 LNG선에도 한국카본이 보냉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주요 조선소에 LNG선박 보냉재 독점 공급


조선업의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한국카본의 보냉재 공급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이마바리 조선소 LNG선에 2013년 말 1억 달러에 달하는 보냉자재 공급을 상호 협의하였고, 지난해부터 실제 매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이마바리 조선소 매출 220억원을 포함, 총 1500억원 정도 납품을 했고, 향후에도 해외 발주물량을 포함하여 수주 잔고를 꾸준히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NG선 보냉재는 자신이 있다는 건가.

LNG 가스가 직접 닿는 부분을 프리프레그로 제작했고, 판넬과 판넬 사이를 연결해주는 부분은 플렉서블 타입인데 이 기술은 한국카본이 세계에서 독점하고 있다. 이 안에는 독자적인 기술이 들어 있다. 가스를 실어올 때 영하 170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배가 흔들리게 되면 우레탄 폼이 부서지게 되어 가스가 기화되고 가스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에 유리섬유를 사용해 강한 우레탄 폼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간 소재업체로서 한국카본은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시켜 왔다. 기존의 것에 비해 15배 강한 제품을 개발해냈다. 이런 게 바탕이 돼 우리나라 조선업이 중국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조선업이 어려워도 지금은 품질을 우선시해야 할 때다.

만약 중국 조선소가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한다면.

중국 시장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우리나라 낚싯대 재료를 중국에 팔지 않았지만 현재는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낚싯대 제조업체가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판 것이지 경쟁력이 있었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한국카본의 경영 철학이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정말 조선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상실했다면 파는 것이 마땅하지만,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팔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LNG선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연구개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전체 직원 약 700 명 중에 연구소 인원이 40명이다. 그러나 신사업개발부 인력 20여명이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어서 실제 연구개발(R&D) 인력은 전체 인력의 10% 정도인 60 여명에 달한다. 이들 연구 인력이 자체 및 외부와 공동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NG 보냉재는 어느 회사에 공급되나.

일본 조선소만 하더라도 벌써 3곳과 거래 중이고,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도쿄가스에도 한국카본의 육상저장탱크를 독점 공급했다. 일본에서 외국기업으로는 한국카본이 처음이었다. 일본 내에 LNG 선박 뿐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의 육상기지 시장도 많이 확보했다. 그래서 필리핀, 호주까지도 확장되었고, 요즘은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무공해 선박을 사용하도록 되어있는데 LNG로 움직이는 배에 전세계 처음으로 지난해 벙커링 시스템을 납품했다.

한국 카본은 수직이착륙 무인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무인기는 정찰용 뿐만 아니라, 농약 살포에도 쓰인다. 원양어선에도 사용된다. 원양어선이 헬리콥터를 사용하려고 하면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무인기를 사용하면 안전하기도 하고, 또 경비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지도 제작에는 위성이 많이 쓰이지만 앞으로 무인기를 사용하면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무인기 시장에서 수요가 점차 늘자 한국카본이 무인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수직이착륙 무인기 개발에 도전


▎한국카본의 주요 생산품들. 낚싯대 기술의 최강자이고 조선소에 LNG선박 보냉재를 공급한다.
수직이착륙 무인기는 어떻게 개발될 예정인가.

전반적인 무인기 설계는 IAI에서 담당한다. 한국카본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착안해 이스라엘의 IAI쪽에 제안했다. 수직이착륙을 위해서는 일반 고정익 무인기보다 이착륙시 날아오르는 힘이 더 필요한데, 이것을 전부 엔진으로 하는 것보다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활용하여 전기모터로 프로펠러를 구동한다면 더 가벼운 추진 시스템 무게로 무인기를 수직이착륙시킬 수 있고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을 착안해낸 거다.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의 제어부, 배터리, 그리고 무인기 소재공급은 국내에서 다 하게 될 것이다.

개발한 무인기의 특징은?

엔진이며 기체가 가벼워진 것이 특징이다. 1호기, 2호기는 이스라엘에서 만들었지만, 3호기부터는 국내에서 조립 생산을 하게 된다. IAI와 한국카본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 위한 계약을 1월에 체결하였고, 올해 8월에 조인트벤쳐를 설립하게 된다. 그 조인트벤쳐가 조립 및 판매를 담당하게 되고, 실제 부품생산은 한국카본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현금을 1000억원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결국은 미래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한국카본은 항공, 자동차 경량화 소재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까지 LNG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60%에서 40%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금액은 키우면서 비중을 높이려면 신규사업의 매출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항공과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소재개발에 포커스를 둘 것이다. 1994년에 상장했는데 시가총액이 3000억 원이다.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할 텐데.

관리를 할 능력이 없으면 소유를 하면 안 된다. 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소유의 개념에서는 과세를 해야 하지만 관리하는 개념에서는 과세를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말은 기업이 영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조세의 감면이 있어야 하며, 반대로 현금화로 자기가 소유를 하려고 하면 과세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너라도 능력이 없으면 다른 경영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이 더 내놓아야 한다.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근로의 장을 마련해 줬는데.

본사 뒤에 교도소가 있는데, 재소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부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출소 전부터 근무하는 것을 제안했다. 법무부의 허가를 통해 지난해 9월에 희망센터라는 것을 개설했다. 대부분 중범죄자들인데 모범수 중에서 선발하고, 한 기수 10명에 간수 2명이 파견된다. 모범수이면서 가석방자들로 구성된다. 출소 후에도 우리 회사에 계속 근무하기를 원한다면, 심층면접을 통해서 근무할 수 있다. 50명 정도 거쳐 갔으며 현재 6기가 들어와 있다. 재소자들이 일을 하고 나간 뒤에는 얼굴이 밝아져서 나간다. 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8명이 있다. 처음에는 보조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일반 근무원들과 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5만 명이다. 교도관들이 2만 명이니 2.7대1이다. 범죄자 한 명당 1억원 가까운 예산 비용이 든다고 봐야 한다. 범죄자 한 명한 명이 줄어들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글 김동호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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