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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하이로닉 대표 

영업맨으로 시작해 에스테틱 전문 기업 대표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에스테틱 분야에 뛰어들어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매년 매출액의 11%를 R&D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노비즈협회가 추천한 한국의 혁신강소기업 다섯 번째 주자는 에스테틱 분야의 강자 하이로닉이다.

▎1억원의 연봉을 받던 잘나가던 영업맨 출신의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가 하이로닉의 히트 제품인 더블로를 설명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전문가도 아닌데 되겠어?”, “전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야에 왜 뛰어들었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사람들의 말대로 그는 가난했던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빨리 벌기 위해 전문대를 택했다. 그의 전공은 일본어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디든 뛰어들었다. 대학 조교부터 시작해 홈쇼핑 게스트, 콘텐트 수입회사 등을 거쳤다. “적성을 고려할 형편이 아니었다. 우선 돈부터 벌어야만 했다”는 말대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영업 분야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인경비 보안서비스 업체에서 그의 성공 신화가 시작됐다. 보안서비스 한 건을 팔면 5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영업이었다. 어느 순간 그는 전국에서 영업 상위 1%에 드는 영업맨이 되어 있었다. 그는 “영업이 나에게 적성이 맞았다. 영업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재미있게 활동했다”며 웃었다.

창업의 단초는 ‘월 200만원을 준다’는 구인 공고였다. 의료기기 수입판매 업체에서 영업사원을 뽑는 공고를 보고 바로 이력서를 냈다. “2000년대 초반 200만원이면 상당한 월급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보통의 영업맨과는 다른 영업 노하우를 선보였다. 의료기기를 팔 때 꼭 필요하다고 보이는 이들에게만 “사업에 도움을 줄 것이다”는 말로 권유했다. 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는 권유하지 않았다. 의사를 포함해 소규모 병원원장 등이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의료기기 수입업체의 전체 영업이익이 20억원 정도였는데, 그가 영업이익의 반을 올렸다. 그의 연봉도 쑥쑥 올라갔다. 억대 연봉을 받는 영업맨으로 업계에 이름을 높였다.

그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창업에 도전했다. 2006년 11월 SP메티칼이라는 개인회사를 BSP메디칼이라는 의료기기 전문 유통 법인으로 전환했다. 자본금 5000만원, 10평짜리 사무실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2년여 정도 지나면서 “직접 제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만 한정적으로 공급하니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좋은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면 바로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니까 대응을 하기 힘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2008년 1월 하이로닉이라는 에스테틱 기기 제조 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나중에 자회사가 본업이 된 것”이라며 그는 웃었다.

2006년 10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하이로닉 본사 사무실 규모는 600여 평으로 확장됐다. 이곳에서 제조한 제품은 홍콩·일본·프랑스·브라질·이란 등 3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10명도 채 안됐던 임직원은 어느 새 90여 명으로 늘었다. 이중 연구 인력이 20명이 넘는다. 많을 때는 연구개발 인력이 40명이 될 때도 있었다. 2008년 3억원에 불과한 매출을 올렸던 조그마한 의료기기 수입업체는 이제 2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소혁신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로닉 이진우(43) 대표의 이야기다.

영업맨으로 시작해 에스테틱 전문 개발제조 기업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것은 기술력에 대한 집중 투자 덕분이다. “이제는 연구원들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다 됐다”며 웃는 이 대표는 하이로닉을 만들 때부터 원천기술 확보에 매달렸다. “내가 전공자는 아니지만, 기획력은 연구원들보다 뛰어나다. 기술을 가진 곳을 찾아서 함께 협업을 하고, 시류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기획력을 갖추면서 전공자가 아니라는 단점을 이겨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더블로’와 ‘미쿨’로 글로벌 진출 성공


하이로닉을 수출 기업으로 만든 효자상품은 더블로(doublo)와 미쿨(Micool)이다. 더블로는 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이라는 고강도 직접 초음파를 이용해 처진 피부를 리프팅하는 제품이다. 2011년 8월 처음 출시됐고, 2013년 11월 더블로-s라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 리프팅을 하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지만, 돋보기로 초음파를 모으는 기술인 HIFU를 이용하면 그런 위험이 없어진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피부 깊은 곳에 초음파를 조준해 열을 발생시켜 콜라겐과 탄력 섬유 재생을 촉진시키는 원리다. “기존 레이저 방식보다 HIFU 방식이 덜 아프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자랑했다. 장비 가격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2000만원~6000만원 대로 대폭 내릴 수 있었다. “HIFU 방식을 사용한 피부 리프팅 기기는 미국 다음으로 하이로닉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하이로닉이 더블로 개발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왜 다른 업체는 뛰어들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기업의 특허 때문일 것이다.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블로를 두고 미국 업체와 특허 소송이 붙었지만 상호 특허 존중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로닉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이로닉의 또 다른 효자 제품은 Micool로 냉각지방 분해 기술이다. 2013년 4월 처음 출시된 제품으로 냉각 에너지 노출로 지방세포를 선택적으로 없애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기술 개발부터 제품 생산까지 3년이나 걸렸다. 미쿨의 제품 경쟁사는 나스닥 상장사인 젤틱 제품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우리가 앞선다.” 젤틱 제품 가격은 1억원대, 미쿨은 이보다 훨씬 저렴한 2000만원대다. “수입 기기는 보통 1억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한국의 병원 5곳 중 한 곳은 하이로닉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자랑했다. 미쿨은 전 세계에 500여 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코넥스 개장 첫 번째 상장 기업


▎더블로는 고강도 집적 초음파를 이용해 처진 피부를 리프팅하는 제품으로 기존 레이저 방식에 비해 덜 아프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찾는다.
더블로와 미쿨은 하이로닉의 기술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줬다. 경쟁사가 이와 비슷한 제품을 들고 나와도 신뢰 덕분에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1등 제품으로 남아 있다.

더블로와 미쿨의 히트 덕분에 하이로닉은 2013년 7월 1일 코넥스 개장 첫 번째 상장 기업이라는 기록을 썼다. “코스닥으로 바로 가느냐, 코넥스로 가느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상황을 보고 코스닥 진출을 시도하기로 결정했고, 코넥스에 먼저 상장했다.” 하이로닉은 코넥스에서 대장주 역할을 많이 했다. 2014년 12월 매출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 이전에 성공했다.

하이로닉은 에스테틱 기술을 기반으로 비절개 모발이식 장비 이지모 그래프트, HIFU를 이용한 요실금 치료기기 Ultra Vera, 여드름 치료 기기, 필러 제품 ‘쥬비나’ 같은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에스테틱 브랜드 쉬라인을 론칭했고, 6종류의 기기는 대부분 수출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필러를 이용한 안면미용 시술 시장을 겨냥한 쥬비나 제품이다. 7월 말 정도에 선보일 계획이다. “동남 아시아나 중국, 일본 같이 한류 열풍이 부는 곳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과 2015년 국책과제를 맡게 된 것도 하이로닉이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6억2000만 원의 연구개발비를 받는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자로 선정이 됐다. 2015년 10월에는 26억3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받는 2015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얼마 전 하이로닉과 모 기업의 인수합병설이 나오면서 코스닥 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제안을 받았지만, 인수합병 제안을 한 기업의 실체가 불분명해서 거절했다. 아무래도 우리 주식을 가지고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고 했던 것 같다”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올해 집중하는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기술력 있는 기관이나 연구원과 함께 협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누구든 기술만 가지고 있다면 우리와 손을 잡을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좋은 기회를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고 웃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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