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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한국 상륙 작전’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가 한국에서도 연일 뜨겁다.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잇따른 움직임으로 기대감이 커져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6년 사이 회사 규모를 40배로 키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4월 1일(이하 한국시간) 트위터로 “‘모델 3’을 온라인 페이지로 사전 예약할 수 있는 나라를 추가하고 있다”면서 인도·브라질·뉴질랜드·아일랜드 등과 함께 한국을 ‘SK(South Korea)’라는 약자로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에 있는 소비자들이 조만간 테슬라의 준중형급 최신 전기차인 모델 3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일종의 출사표였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모델 3은 한 번의 충전으로 326㎞를 달릴 수 있는 4도어 콤팩트 세단이다. 지난 3월 공개 직후 사흘 만에 사전 주문량만 27만여 건을 기록했을 만큼 전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 300㎞가 넘는 주행거리, 수퍼카에 비견되는 주행성능,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만큼 합리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 등으로 단번에 시선을 모았다.

모델 3 타이어 공급 업체로 한국타이어 선정


▎지난 6월 LA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준중형 전기차 ‘모델3’를 공개하는 일론 머스크.
한국 소비자들은 머스크의 ‘선언’ 이후 오는 2018년께 모델 3을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의 ‘한국 상륙 작전’은 지난해 이미 예견된 바 있다. 테슬라는 작년 11월 한국에서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란 이름으로 법인 등기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본사를 뒀다. 지금껏 삼성SDI 같은 한국 기업들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는 아니지만 테슬라에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위한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모델 3의 타이어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테슬라는 다른 한국 기업들도 적극 발굴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한국에서의 수익성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현재 테슬라는 한국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보다 빨리 구축되길 바라고 있다. 국내에 매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 외에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힌 이유다. 실제 지난 5월 27일 ‘제주 포럼 2016’ 참석차 제주를 찾은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 시장 등 여러 곳에서 성공하려면 전기차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하는 게 핵심”이라며 “한국에선 이미 훌륭한 수준으로 전기차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테슬라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은 6월 초 한국에서 채용 공고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선 서울 등지에 미국과 같은 직영 판매점을 만들면서, 급속충전기(super charger)와 완속충전기(destination charger)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와 전기, 소프트웨어(SW) 품질 보증 분야, 그리고 영어에 능통한 경력자를 채용키로 했다. 테슬라의 한국 상륙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테슬라는 한국 시장 파악을 위해 수차례 임직원들을 국내에 파견하고 있다. 한국 정부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적극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외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같은 기업들과도 기술력과 제품 생산 능력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얘기도 있었다. 테슬라가 미국 캘리포니아 외에 중국 상하이에서도 추가로 생산 기지 설립을 검토 중이란 소식이었다. 최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테슬라가 상하이시 소유의 진차오그룹(上海金橋集團)과 MOU를 체결하고, 시내 ‘진차오개발지구’에 생산 기지를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양측이 각각 300억 위안(약 5조원)씩 투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보도였지만, 진차오그룹 측은 언론 보도 직후 이를 부인했다.

중국을 등에 업고 한국 상륙할 가능성도


만약 상하이를 아시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한국에선 이곳에서 생산된 ‘중국산’ 모델 3이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아시아 내 전략 시장 세 곳을 아우를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춘 곳인데다, 값싼 인건비 등으로 비용과 생산 효율성 면에서도 메리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미국산’ 모델 3을 동아시아 지역에 그대로 출시하는 것보다 기업 입장에선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선 썩 달갑진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를 5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하는 등 전기차 지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면서 “테슬라로선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으며, (진차오그룹이 부인하긴 했지만) 중국 내 생산 기지 설립 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중국에선 38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생산됐고, 올해는 60만 대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8%. 미국(21%)을 넘어선 세계 1위다. 테슬라가 중국이란 막강한 경쟁 상대국을 협업자로 등에 업고 한국에 상륙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머스크가 스트라우벨 등 네 명과 함께 설립한 테슬라는 오로지 전기차만 만드는 업체다. 사명은 세르비아 출신의 물리학자 겸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에게서 따왔다. 그가 1888년 특허를 낸 ‘교류(AC) 인덕션 모터’ 기술로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게 테슬라의 당초 목표였다. 테슬라는 2008년 첫 제품으로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선보였고, 2012년부터 프리미엄 세단 ‘모델 S’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도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를 공개했다. 모두 전기 차다.

‘제2의 스티브 잡스’될까?


▎테슬라가 2017년 출시 예정인 신형 전기차 ‘모델 3’.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캐나다로 이주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거쳐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갔다가 며칠 만에 자퇴했다. 1998년 온라인 결제 전문 업체인 ‘페이팔’을 공동창업하면서 차세대 산업을 이끌 기업인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페이팔에 안주하진 않았다. 2002년 로켓 개발 및 화성 개척이 목표인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2003년 테슬라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우주선과 전기차. 그때만 해도 그의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머스크는 그해 9월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테슬라가 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최근에도 “2024년 무렵 인류의 화성 여행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하는 등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9년 1억 달러에 그쳤던 테슬라 매출은 지난해 40억 달러로 6년 만에 40배가 됐다. 증권가는 테슬라의 올해 매출이 86억 달러, 2018년 매출은 18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과감한 혁신과 도전, 이를 뒷받침하는 성적표로 ‘제2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고(故) 잡스가 스마트폰으로 그랬듯, 그가 전기차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박스기사] 테슬라의 한국 진출 관련 행보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4월 1일 출사표 “한국에서 ‘모델 3’ 온라인 사전 예약 가능케 할 것”
● 삼성SDI·한국타이어 등과 협력 관계 구축
● 6월 초 채용 공고 통해 엔지니어·판매직 등 모집 나서
● 서울 등지에 미국에서처럼 직영 판매점을 만들 계획
● 급속 및 완속충전기 인프라 동시 구축 목표
●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 기지 설립 계획설 돌아

- 자료 : 관련 업계

[박스기사] 잇단 자율주행 사고에도 도전 멈추지 않아


▎일론 머스크는 세계인을 열광시키기도 하지만, 때론 실망시키기도 한다. 자율주행차의 잇단 사고에도 머스크는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아이언맨’의 실제모델이기도 했던 일론 머스크를 합성한 이미지.
테슬라와 머스크는 세계인을 열광시키기도 하지만, 때론 실망시키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발단은 모델 S의 잇단 자율주행 사고였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지난 6월 플로리다에서 자율주행 중이던 모델 S 한 대가 좌회전하던 대형 트럭과 충돌,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테슬라 측은 사고 직후 “고속도로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의 높은 차체, 앞을 가로지른 운행 방향, 과속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한 사고”라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테슬라가 자랑하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7월 6일(이하 현지시간), 이번엔 모델 X가 펜실베이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전복됐다. 이번에도 사고 차량 운전자가 자율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잇단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머스크가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망 사고 발표가 지연될 동안 보유한 주식 20억 달러어치 이상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발표 이후 주가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이번 일로 그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머스크는 예의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7월 4일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를 28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적자 기업을 인수한다고 투자자들이 반발했지만 밀어붙인 것이다. 테슬라는 솔라시티 인수로 총 16억 달러 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 됐다. 매출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상태다. 지난해는 7억 달러 적자였다. 우려에도 머스크는 느긋하다. 그는 “솔라시티는 반년 안에 흑자 전환할 것이며,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도 곧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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