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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주가연계증권(ELS) 

그래도 적금보다는 낫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올 들어 ELS 발행규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ELS 만한 게 없다’고 말하는 자산가도 꽤 많다. ELS, 안 하는 게 상책일까? ‘뜨거운 감자’ ELS에 대해 알아봤다.

▎ELS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지금도 ‘ELS 만한 게 없다’고 말하는 자산가가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중앙포토
“주가연계증권(ELS)은 10년에 한 번씩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상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합병을 앞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으로부터 지난 4월 업무보고를 받으며 한 얘기다. 얼마 전까지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중 ELS 발행규모 1위(잔액 기준)를 지켜왔다. ‘ELS 비중을 줄이라’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서 한동안 여러 해석이 오갔다. 어쨌든 박 회장의 말은 맞다. ELS의 위험을 강조한 측면에서 그렇다. 동시에 틀렸다. 10년에 한 번이 아니라, 더 빈번하다.

ELS가 본격적으로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한 건 금융위기(2008년) 충격을 벗어난 2010년이었다. 2009년 12조원 정도였던 ELS 발행규모는 단 1년만에 두 배로 커져 2010년 25조원을 돌파했다. 2000년 이후 3~5%대를 유지했던 기준금리가 2%대로 내려 앉은 영향이 컸다. 시중 은행 예·적금 금리가 추락하자 개인투자자도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8~1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는 ELS는 쏟아져 나왔다.

두 번의 대형사고 친 ELS


이론적으로 ELS는 매력이 있다. ELS는 ‘Equity Linked Security’의 약자다. 말 그대로 주가 변화에 연동해 가치가 정해진다. 그러나 연동의 방식이 일반 주식과 다르다. 주식은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을 보고,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그러나 ELS는 주가가 하락해도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처음 설정한 하락범위(보통 최초 기준가격의 80~90%)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률을 보장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원금 손실 구간(녹인, Knock-in)도 정해져 있다. ‘녹인 60% 상품’인 경우 기초자산인 지수가 최초의 60%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은 지킬 수 있다. 만기(보통 3년)가 있지만 그 전에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기상환 시스템도 있다. 아무래도 장기간 보유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보통 6개월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1차 기준이 80%라면 기준이 되는 주가가 최초 기준가보다 2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1차 수익을 주는 식이다.

변동성 큰 홍콩H지수는 골칫거리

설마 ‘주가가 40~50%씩 떨어지겠어?’라고 생각한 투자자로서는 구미가 당길 만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 ELS는 두 번의 대형사고를 쳤다. 첫째는 종목형 ELS가 문제였다. 기초자산을 개별 종목으로 묶는 상품이다. 개별 종목의 주가는 전체 주가지수보다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크다. 그런데 2014년 일부 정유주·조선주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많은 종목형 ELS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ELS는 수익률은 정해져 있지만 손실은 정해져 있지 않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피해도 커지는 것이다. 깜짝 놀란 일부 투자자는 평가손해액에 수수료까지 내면서 환매에 나섰다. 종목형 ELS 경계령이 떨어진 것도 이 때부터다. 2011년까지 종목형 ELS의 발행규모는 지수형을 앞섰지만 이후 역전돼 올해는 지수형의 10%에도 못 미친다.

믿었던 지수형조차 발등을 찍었다. 올 1월이다. 국내에 판매하는 지수형 ELS는 대부분 2~3개의 국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런 상품이 있었다. 코스피200지수·유로스톡스50지수·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를 묶은 만기 3년짜리 ELS다. 세 지수가 모두 최초 기준가격의 85% 이상을 유지하면 연 6% 수익을 지급하고, 녹인은 55%다. 지수가 거의 절반 이하로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원금과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5월 1만5000에 근접했던 홍콩H지수가 연초부터 급락해 2월 12일 7500까지 추락했다. 1만4000선 위에서 발행된 ELS 중에 녹인 아래로 추락한 상품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번 녹인을 이탈하면 원금을 회복하기 어렵다. 만기 전에 정한 당초 기준(예로 든 상품이라면 85%)을 회복해야 원금 손실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었던 건 2014년 이후 기초자산으로 홍콩H지수 활용하는 ELS가 급증해서다. 2015년 한 해 동안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ELS 규모는 약 46조원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홍콩H지수는 선진국 지수보다 변동성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증권사가 홍콩H지수를 경쟁적으로 편입시킨 건 수익률을 높여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3월 이후 홍콩H지수가 조금씩 상승해 9월 10000선을 회복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홍콩H지수와 밀접한 중국 경제 전망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만일 홍콩H지수가 버티지 못하고 7500으로 다시 돌아가면 손실이 발생하는 투자원금은 2조 454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ELS를 판 증권사도 피해를 입는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위험헤지(회피)를 한다. 첫째는 증권사가 스스로 위험과 손익을 떠안는 ‘자체 헤지’, 둘째는 다른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다. 당연히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자체 헤지를 하는 게 낫다. ELS가 잘 팔리고,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자 상당수 증권사는 서서히 자체 헤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업계에서 자체 헤지 비중이 가장 크다는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손실(파생상품 기준)을 봤다.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감독원도 뒤늦게 나섰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달 25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ELS 헤지 자산 운용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ELS 판매 실태 감독 진행 중이고, 이달 내로 ‘ELS 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파생상품에 가입할 때 일정 시간을 숙고한 뒤, 테스트를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자 숙려제도’를 도입하고, 증권사 적합성 평가와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ELS 단점 보완한 신종상품도 속속 등장


▎ELS는 상품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정확한 상품 이해와 함께 녹인 구간, 지수의 등락 여부, 리스크 헤지 기능, 조기 상환 조건 등 꼼꼼히 따져야 한다. 사진은 ELS 금융상품을 분석하는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학생들의 토론장면. / 중앙포토
이렇게 지수형 ELS마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면서 올 들어 ELS 발행규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출시했는데 모집 목표액에 한참 미달하거나 심지어 발행을 취소한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로 외면을 받았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들어 시장이 되살아 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시장 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어두운 얘기만 했으나 ELS가 기피대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ELS로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도 있지만 지난 13년간 많은 ELS 투자자는 약속한 수익을 얻었다. 지금도 ‘ELS 만한 게 없다’고 말하는 자산가가 꽤 많은 것도 그래서다. ELS 같은 투자상품을 외면하곤 재산증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ELS 녹인보다 저금리가 훨씬 무섭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행착오를 거치며 증권사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올 들어 기존 ELS의 단점을 보완한 신종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자드(lizard)형이 대표적이다. 도마뱀이 막다른 길에 몰려도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상품은 기초자산의 지수가 최소 대비 85%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6%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만약 1년 후 지수가 녹인(55%)까진 아니지만 85% 밑으로 떨어졌다면 3% 이자만 받고 조기 상환을 할 수 있다. 기존 상품은 무조건 3년을 기다려야 했다. 불안하면 3%에 만족하고 나가라는 것이다. 6개월 뒤에 기초자산 지수가 80% 밑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보장형으로 전환해 주는 상품, 기초자산으로 삼은 여러 지수 변동치의 평균으로 결정하는 상품도 나왔다. 물론 수익률은 기존 상품의 절반 수준이지만 안전성을 중시한다면 택할 만하다. 그래도 적금보다는 금리가 높다.

핵심은 투자자의 관심이다. ELS는 상품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정확한 상품 이해가 필수고, 일반 펀드처럼 맡겨두고 기다려선 안 된다. 녹인 구간, 지수의 등락 여부, 리스크 헤지 기능, 조기 상환 조건 등 꼼꼼히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종 판단은 투자자 자신이 한다는 것이다. 종목형 ELS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지만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종목형 ELS에 투자한 이들은 올해 10%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뚝심이 통한 셈이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박스기사] 용어설명: ELS와 그 친구들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D LS(파생결합증권)·D L B(기타파생결합사채) 등이 있다. ELB는 원금보장형 ELS라 보면 된다. 자산의 대부분을 국·공채 등에 투자하고 극히 일부를 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위험 자산 투자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안전 자산에서 얻은 이자로 상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ELB도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국·공채를 발행한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실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본다. DLS는 ELS와 구조가 거의 같지만 기초자산을 원자재나 금리, 기업 신용 등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DLB는 원금보장형 DLS다. ELB와 비슷하게 안전 자산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한다.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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