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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대, 어떻게 준비할까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금융 당국이 디지털통화 제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1월 17일 ‘디지털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디지털통화를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의 한 매장.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걸어 놓았다. / 중앙포토
디지털통화(Digital Currency),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암호화화폐(Cryptocurrency). ‘공인기관이 발행하진 않았지만 금전적 가치가 전자형태로 저장되는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지급수단’를 일컫는 다양한 용어다. 비트코인(Bitcoin)은 최초의 디지털통화이자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디지털통화다. 비트코인 외에 라이트코인(Litecoin), 대시(Dash) 등 비슷한 방식의 디지털통화도 유통되고 있다. 전세계 디지털통화는 약 7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통화는 한국에선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었다. 디지털통화의 정체를 화폐로 볼 것이냐, 상품으로 볼 것이냐라는 문제조차 정리돼있지 않았다. 디지털통화 거래에 세금을 매길지, 소비자보호는 어떻게 할지, 자금세탁에 이용되는 건 어떻게 막을지 등을 논의할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선 이미 활발한 논의를 통해 디지털통화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에 비해 관심이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최근 금융당국이 나섰다. 11월 17일 ‘디지털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디지털통화를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핀테크 육성이란 면에서 디지털통화 분야에서 한국이 뒤쳐질 순 없다고 보고 서두르고 있다.

금융당국, 디지털통화 제도화 나서


일본은 지난 5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함으로써 법적 규정이 없었던 디지털통화를 지불수단으로 정식 인정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됐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히는 법률상 화폐는 아니다. 선불카드처럼 교환기능이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해당 법률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일본 정부가 방치돼있던 디지털통화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방지를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자금결제법 시행에 앞서 일본 금융청은 재무성에 디지털통화를 전문거래소에서 구입할 때 드는 소비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일본에선 비트코인을 살 때 8% 소비세를 지불해야 한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재무성은 디지털통화에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2017년 봄부터 이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세가 없어지면 비트코인 거래소는 세금을 세무서에 납부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이용자는 소비세만큼 구입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구매가 쉬워진다. 소비세가 없어짐으로써 디지털통화가 ‘돈’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소비세가 사라진다고 해서 디지털통화의 가격 변동으로 얻은 시세차익에 소득세가 부여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통화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한 국가다. 독일 재무부는 2013년 지급서비스 규제법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적거래에서 이용 가능한 법정 민영화폐로 인정했다. 유로화처럼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지만 일반 국민이 계산 단위로 쓰는 돈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의 성장세를 인정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권 내에서 수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원은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본다. 이에 따라 독일은 비트코인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하면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2014년 3월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주식이나 현물 거래와 같은 자산의 일종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준수를 규정하고 있다.

각국이 디지털통화 제도화에 적극 나서는 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통화의 여러 장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통화는 금융사를 통하지 않고 거래하기 때문에 송금이나 결제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 해외로 송금할 때도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고 24시간 송금도 가능하다. 지불수단으로서 기존 법정화폐나 전자화폐보다 편리함에서 앞선다.

소액결제 분야에서 유용하다는 평가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디지털통화는 소액결제 분야에서 유용하다. 신용카드의 경우 한번 결제에 최소 100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5000원 이하 소액결제인 경우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보다 비용이 더 들게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비용 자체가 낮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이 적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 기업 중 하나가 비트코인 소액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체인지코인이다. 웹사이트에서 언론사 기사 전문을 읽는데 구독료가 필요하다면, 이용자는 양식을 작성해 구독등록을 하는 번거로움 없이 기사를 읽을 때마다 몇 센트씩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2012년 8월 1억 달러에서 현재 112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난데는 지불수단보다는 투자상품으로서의 비트코인의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그때 그때의 시가에 의해 매매된다. 그 가격은 주식이나 환율 같은 전통적인 투자상품과는 거의 상관없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산투자에 적합한 대체투자 자산인 셈이다. 최근 델, 페이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해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올랐다. 실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중 절반 이상이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가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매우 크다. 2011년 초 1단위(BTC)당 0.5달러 수준에 그쳤던 비트코인 시세(주요 거래소 평균)는 2013년 11월엔 120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급락해 2015년엔 20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올랐다. 11월 14일 기준 가격은 706.47달러. 지난해 말(429달러)과 비교하면 64%나 뛰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통화는 중앙은행이나 금융회사 같은 중앙시스템이 따로 없다. 초기엔 이 때문에 그 신뢰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디지털통화는 예컨대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얼마 전달했다는 식의 전 세계의 거래를 기록한 대장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그것을 수천대의 컴퓨터가 공유한다. 그 기록이 쌓이면 거래기록을 포함하는 작은 데이터 덩어리(블록)이 되도록 하고, 이를 확인하면서 최근의 블록을 과거의 블록과 이어간다.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만약 비트코인을 훔칠 목적으로 대장에 B가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말로 기록을 써도, 상호확인을 하면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바로 발각된다. 중앙시스템이 모든 기록을 관리하면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해 견고한 보안체계가 필요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통화는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조작을 할 수 없게 했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단점도 있다.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분산된 정보를 상호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를 한번 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린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비트코인 시스템의 신뢰도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 파산사태로도 확인됐다. 2014년 일본에서 거래소를 운영했던 마운트곡스에서 약 5억 달러 어치에 달하는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엔 사이버 공격에 의한 도난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나중엔 거래소의 데이터조작이 발각됐다. 이 사건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열기가 급격히 식는 듯했지만 결국 비트코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디지털통화는 낮은 수수료, 익명성 등 장점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고 높은 가격 변동성 같은 한계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선 디지털통화가 지급수단으로 본격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여러 종류의 디지털통화가 경쟁하다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급수단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제약하는 요소다. 각국 사법기관은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검은 돈을 세탁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디지털통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악용해 유사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다단계방식으로 판매하는 금융사기도 발생하고 있다.

또 디지털통화가 지급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고 해도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이를 법정통화(Legal Tender)와 동등하게 인정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정책의 틀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통화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화폐로 인정한다면 사실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라는 게 무의미해진다”면서 “정부나 중앙은행으로서는 디지털 통화를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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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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