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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 

QLED 대 OLED 구도 재현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세계 TV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를 놓고 또 한 번 격돌했다. 지난 1월5~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7’현장에서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삼성이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7’의 개막 전인 1월3일(현지시간)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QLED TV로 LG전자 OLED TV와의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CES를 앞두고 지난해 12월29일 새로운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TV를 CES 때 공개할 것을 선언했다. 이 신제품의 브랜드 이름을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로도 새로 지었다. 기존에도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TV는 있었지만 브랜드 명칭이 ‘퀀텀닷 슈퍼초고화질(SUHD) TV’였다. 삼성은 2015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를 처음 출시한 바 있다.

이번에 삼성이 새 퀀텀닷 TV를 선보이면서 브랜드 명칭을 QLED TV로 바꾼 것은 LG가 자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의 차별성을 부각, 정면 대결을 선언한 의미라는 분석이다. 이번 CES를 기점으로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이 ‘OLED TV와 QLED TV 간의 본격적인 대결 구도’ 하에 다시금 요동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QLED는 무기물, OLED는 유기물


▎LG가 지난해 선보인 65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OLED TV. / LG디스플레이 제공
OLED TV와 QLED TV는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 두 TV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화질 구현이 공통된 목표지만 구현 방식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 QLED TV는 평판 디스플레이 방식의 주역인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때 LCD는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는 무기물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소재로 만든 디스플레이인 QLED도 무기물이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뒤에서 빛을 쏘는 ‘백라이트’가 있어야 한다. 이에 반해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이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지금껏 전문가들이 화질 면에서 손을 들어주는 쪽은 OLED TV였다. 백라이트를 쓰는 퀀텀닷 TV에서는 검은색이 다소 하얗고 뿌옇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내구성과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 면에서는 퀀텀닷 TV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무기물은 유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 수밖에 없다.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룰 때도 좀 더 부담이 없다. 또한 OLED는 LCD에 비해 통상 2배 이상 비싸다.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간 0.5%(약 80만 대)가량에 그친 이유다.

일각에서는 화질 면에서도 OLED TV가 퀀텀닷 TV와 달리 밝은 색의 표현에서 아쉽다고 주장한다. 유기물 특성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밝기를 높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에 삼성이 선보인 QLED TV는 기존 퀀텀닷 TV보다도 한층 정교하게 색을 구현했고, 전력 소모량은 적어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 OLED TV의 진정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로 장단점이 명확한데다 사정까지 이렇다보니, 두 기술을 각각 앞세운 프리미엄 TV로 승부하려는 삼성과 LG로서는 “자사의 기술이 더 낫다”고 주장하면서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CES에서도 장외 신경전부터가 뜨거웠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장(사장)은 1월4일 CES 행사장에서 “자발광이라 콘트라스트(명암비)와 시야각이 좋다는 것 외에 좋은 게 있느냐”며 LG의 OLED를 대놓고 ‘저격’했다. 그가 말한 자발광이란 자체발광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방식을 일컬은 셈이다. 윤 사장은 그러면서 덧붙였다. “자발광으로 (화질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안 주고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제품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본 소니는 OLED, 중국 TCL은 QLED

그러자 LG가 반격했다.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1월6일 기자들과 만나 “자발광이라 좋은 TV가 아니라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해 윤 사장의 발언 내용을 되새겼다. 권 부사장은 “싸고 화질 좋은 TV(가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직유법으로 비판했다. 다음 발언에서는 비판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지금 (삼성이) QLED라는 TV를 출시했는데 용어상 상당한 혼선이 있고, (삼성도) 궁극적 지향점은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결국 자발광 TV를 개발하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발언하신 것은 몇 년 뒤에 뒷감당이 어려운 얘기 아닐까요.” 이는 삼성이 퀀텀닷을 이용, 자체발광하는 TV 소재를 개발하려 투자하고 있음을 지적한 얘기다.

치열한 장외 신경전 속에 CES 2017은 폐막했고, 삼성 QLED TV는 ‘CES 혁신상’ 등 20여 개의 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정보기술(IT) 매체 리뷰드닷컴은 “삼성이 새로운 퀀텀닷 기술로 놀라운 TV를 만들어냈다”고 호평했다. 세계 TV시장의 선두를 다투는 삼성과 LG가 주도하는 ‘QLED 대 OLED’ 구도는 글로벌 차세대 TV 시장 판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OLED TV를 생산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있는가하면 QLED TV의 손을 들어준 기업들도 있어서다. OLED TV를 생산하기로 한 기업으로는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의 스카이워스, 네덜란드의 필립스, 독일의 뢰베 등이 있다. QLED TV를 선택한 기업으로는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 등이 있다. 권성룡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LG가 쏘아올린 QLED 대 OLED의 구도가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702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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