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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부자 리스트] 6위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격 행보 이어가는 최태원의 ‘딥 체인지’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변화를 강조하며 ‘딥 체인지’를 꺼내들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서든데스(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10개월. 최 회장은 누구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변화를 위한 최 회장의 잰 걸음은 이제부터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4월 20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 에 참석해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제 누구를 만날지 정해 나가겠다.” 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4월20일 도시바 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한 발언이다. SK그룹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지 6년 만에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의 일본 도시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성사가 될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딜이다. 최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출국금지 조치를 받아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다 4월17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출국금지가 해제됐고, 첫 출장지로 일본 도쿄를 택했다. 직접 나서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FI)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이닉스 인수 6년 만에 20조원대 입찰 경쟁 나서

지난 3월 도시바 반도체 예비입찰에 뛰어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측에 제시한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2조엔(약 21조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경쟁자인 폭스콘의 모기업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은 이보다 많은 금액인 3조엔(약 31조5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대만 기업에 도시바를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SK그룹은 여전히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차세대 3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반도체 사업에 명운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출국금지가 해제되자마자 글로벌 행보를 재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지난해 연간 기준 점유율 25.2%(IHS 집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48.0%)에 이어 2위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선두권인 삼성전자(35.4%)와 도시바(19.6%)에 뒤처진 5위(10.1%)다.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한국 주식부자 순위 6위에 올랐다. 주식재산은 전년보다 증가한 4조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집계된 수치(3조8970억원)보다 늘어났다. 순위도 두 계단 상승했다. 지난 3월, SK그룹 15개 상장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상장 계열사 SK그룹, SK케미칼, SK텔레콤 3곳으로부터 609억 6240만원을 배당받았다. 각각 SK그룹(23.4%) 609억원, SK케미칼(보통주 0.05%, 우선주 3.11%) 145억원, SK텔레콤(보통주 100주) 100만원을 받았다. 최 회장의 등기 임원 보수는 15억7500만원이다. 2016년 3월 등기임원으로 복귀한 뒤 기본급 20억원에서 재직기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미등기임원으로 올라있어 총소득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이 늘어난 1등 공신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에너지·화학기업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은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으로 정유화학 부문 최초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계열사인 SK인천석화와 SK종합화학의 영업이익 합계도 1조289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최태원 회장의 혁신 의지와 성공적인 사업 개편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SK이노베이션 경영진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라며 관심을 갖고 수시로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타사보다 빠르게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사업부분 개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도 사상 최대 실적 거두며 성장 견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해 9월 하이닉스 중국 충칭 공장에서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SK그룹이 2011년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도전할 때만 해도 경영진조차 반신반의했다. 9조원의 부채를 가진 부실 덩어리를 품에 안은 그는 인수 5년 만에 그룹의 알짜회사로 키워냈다. 이로써 SK그룹은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수출주도형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의 글로벌화와 함께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집중적으로 육성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사업이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SK그룹 ICT 계열사 매출은 37조4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17조6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무려 127배 급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인수 후 5년 동안 SK하이닉스는 물론 ICT 계열사 전체가 동반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에너지·화학 중심의 수출동력에 ICT가 추가돼 안정적인 수출그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딥 체인지(근원적 혁신)’라는 경영 키워드를 강조했다. 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투자를 독려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월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에틸렌 아크릴산은 고부가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 수지 중 하나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주로 활용된다. 에틸렌 아크릴산 시장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의 글로벌 메이저 화학기업들만 진출한 상태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가 대부분이지만 향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M&A를 이어가는 한편 사업·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정관상 사업목적을 조정하는 등 혁신을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사명 변경을 위한 실무 차원의 초기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박정호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대한 내용을 기존 33개에서 21개로 정리하며 단순화했다. 지지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에너지·화학·배터리 등 기존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M&A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최태원식 ‘딥 체인지’ 전략이 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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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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