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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 분석 

정부가 개입해서 일자리 만든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의 성장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 J 노믹스의 핵심이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 가계소득 주도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다. 새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지출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약집에서 밝힌 소요 재원 추정액과 재원 조달 방안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문재인의 ‘제이(J)’와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도 빠르게 방향을 잡아가는 중이다. 대통령의 취임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0’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공기업과 하청업체, 기간제 교사 등 사회 각계에서도 정규직으로의 전환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공공부문 81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재벌개혁’도 강하게 추진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 기업부 승격도 조만간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 일자리의 90%가 중소·중견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중소기업에도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down effect) 무용론에서 출발한다. 낙수 효과는 물이 아래로 흐르듯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국민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론이다. ‘대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이전 정권들이 강조했던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성장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라도 나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 J 노믹스의 핵심이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 가계소득 주도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 커져야 하고 재정도 늘려야 한다. 문 대통령은 중기 국가재정 운용계획(2016~2020년)을 밝힌 바 있다. 재정지출을 5년간 7%씩 높인다는 내용이다. 올해 400조5000억원인 예산 규모가 2022년에는 561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J노믹스 성공의 관건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있다. 새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지출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6월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약집에서 밝힌 소요 재원 추정액과 재원 조달 방안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벌 개혁’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 특성상, 기업이 활력을 잃으면 경제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이는 결국 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J노믹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비판을 받으면서도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공약이다. 5년 동안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청년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지금 청년 실업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2012년 9%에서 매년 상승했다. 2017년 4월 청년 실업률은 10.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보다는 낮지만 미국(9.6%), 독일(6.7%), 일본(4.4%)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기업에서 나오는 일자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가 개입해 청년들이 일할 곳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민간 취업도 늘릴 계획이다.

81만 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살펴보자. 정부가 직접 채용한 공무원 수는 17만 명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방관·경찰·사회복지공무원 분야에서 1만2000명을 하반기에 증원한다. 내년부터는 보육·복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관인 ‘사회서비스공단’을 설치한다. 이 기관을 통해 34만 명을 채용하고, 공공기관이 민간에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30만 명을 추가 채용한다는 그림이다.

J노믹스의 공공 일자리 창출은 정부 주도의 토목 공사를 벌여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정책 자금을 풀어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이 차이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투자도 활발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간 고용 창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노리는 정책이다.

비판도 있다. 공공분야는 일단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다. 다음 정권에 커다란 재정 부담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 비용도 문제다. 토목 공사는 공적자금을 단기에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는 재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세금 인상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대통령 공약을 보면 일주일에 최장 68시간을 일하는 현 제도를 52시간으로 줄여 새로운 일자리 20만 개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을 갑자기 줄이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올리면 영세상인들은 오히려 고용 인원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정규직화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 결과는 2년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되새겨볼 점이다.

재원 마련이 J 노믹스 성패 가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국회본관 로젠더 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J노믹스는 정부 예산 지출을 늘리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지난 수년 사이 미국과 일본에서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은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금 미국엔 일자리가 넘친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이다. 배경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공격적인 재정 확대 정책이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전 부시 행정부 지출의 두 배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핵심도 확장적 재정 정책이다. 역시 일본도 대학 졸업자를 모셔 가려는 기업이 줄을 서있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도 한국 정부에 확장적 재정 정책을 권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 지출을 매년 7%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부 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원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엔 561조7000억원으로 뛰어오른다. 새 정부는 재원조달 방안도 내놓았다. 재정 개혁을 통해 매년 22조4000억원, 세입 개혁을 통해 같은 기간 13조2000억원 등 35조6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 인상,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증세 대상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명목 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핵심은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다. 세금을 더 걷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결국 재원조달 방식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정책 집행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은 김상조 교수다. 대기업 지배구조를 꾸준히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이사회 감독 기능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주장해 왔다. 새 정부는 이미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김 신임 공정위원장이 주장해온 내용들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개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는 “소수 재벌을 위한 사회가 아닌 국민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살아 있는 헌법 이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재벌적폐 청산’을 기치로 걸어놓은 배경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강력한 대기업·재벌 개혁정책이 담길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집을 보면 크게 소액주주들의 권리 강화, 문어발식 확장 규제, 각종 특혜 폐지 및 축소가 에상된다.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지주회사 규제도 강화한다. 또 자본시장법을 보완해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공약집에는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비롯해 감사위원 이사를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규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사 지분을 20%, 비상장회사는 40%까지 보유해야 한다. 이를 각각 10%포인트씩 올릴 전망이다. 지주사를 이용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손쉬운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재계에서 상법 개정안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대기업 관련 정책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기업 경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공정위에는 새로 대기업 조사팀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조직이다.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검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시장의 자율성을 정부가 침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나 주요 주주가 외국인인 경우 적용이 애매한 점도 있다. 국가 간 경제 협약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나아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며 고용창출과 경기 회복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중소·벤처 기업인들은 문재인 정부를 기대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 시절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이야기했었다. 중기청의 부처 승격으로 현장의 의견이 정책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기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외청이다. 중기청장은 차관급이지만 국무위원이 아니다. 중기청은 중기 관련 법률을 제안하거나 시행령 등을 고칠 권한이 없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에너지 중심의 정책 부처 역할을 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 정책을 총괄해야 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 정책의 핵심은 사람 중심의 재정 운용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 이후 먼저 바뀔 정책으로는 약속어음제 폐지가 꼽힌다. 중기청은 약속어음을 받고 일하는 하도급 기업들이 대기업의 부도로 피해를 입는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 금액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육성 대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핵심 기술 분야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복지 정책의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J노믹스 복지 정책의 핵심은 사람 중심의 재정 운용이다. ‘모든 국민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부족한 소득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아동수당이 새로 도입될 전망이다.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을 통해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도 수당을 준다고 밝혔다. 만 18~34세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9개월간 월 30만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연금도 인상한다. 문 대통령은 현재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박스기사] 문재인의 경제브레인


J노믹스에 영향을 미친 경제 전문가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으로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꼽힌다. 먼저 주목받는 인물은 ‘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그는 진보 소장파 경제학자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장은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재벌 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비판하며 주주 권한 강화, 공정한 시장경쟁을 주장했다. 그의 생각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장 자리를 맡은 만큼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주목할 인물이다. 그는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과 국세청장을 지냈다. 문재인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으며 가계부채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도해왔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고 있다.

서강대 출신 경제학자들의 부상도 인상적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출신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지내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서강학파로 꼽히지만 성향은 다르다. 김 원장은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 학자다. 김영욱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의 대담집 ‘한국형 창조경제의 길’에서 “경제성장률 1%가 높아지면 일자리가 7만6000개 늘어난다”며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윤제 교수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의 학자이다. 조 교수는 저서 ‘제자리로 돌아가라’에서 “공정한 경쟁 원칙은 노동 시장, 자본 시장, 경영자 시장에 도입돼야 한다”며 공정 경쟁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누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지도 살펴볼 일이다.

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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