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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3) 도시화의 방향(Urbanization) 

4차 산업혁명시대 도시의 미래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똑똑해지는 도시가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 스마트 시티는 기존 도시 중심의 서비스를 시민 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시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도시가 미리 혹은 실시간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비서(intelligent assistant)’로 이해할 수 있다.

▎KT 에너지 통합운용센터는 스마트 그리드로 핀란드 연구단지와 세종시 등의 전력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지능형 비서’인 도시다. 시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도시가 미리 혹은 실시간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 인구구조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상상해 보자.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 구조의 심화가 가속화되고 도시 인구의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쉽게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도시화는 환경오염, 교통체증, 인구과밀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생산성 증가 차원에서 정당화 된다. 누군가는 이 대목에서 도시 빈민의 우울한 자화상을 문제로 제기하며 도시화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겠다. “도시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교육·보건·주택·인프라·운송·에너지·고용·복지와 직결된 문제지요. 도시지역 관리가 그동안 개발 문제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정부나 국제사회가 인구의 도시 유입에 따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도시는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무질서와 빈민으로 가득 차서 살기 불편한 도시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시골로 내려가고 싶죠. 문제는 텅 빈 시골 거리를 보며 낭만보다는 불편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도시의 경제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이 지역의 균등한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존 성장 중심의 도시화는 불평등만 가속

유럽 상당수 국가나 일본은 도시의 외연을 확대하기보다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를 추구했다.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보다 병원·학교·관청·수퍼마켓을 한 곳으로 모는 도시 고밀도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 형태 조성을 지향했다. 도시가 왜 생산적일까? 도시가 생산적인 이유로 흔히 튼튼한 인적 자본이 많이 회자된다.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그래서 가능하다.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기회 역시 생산성 향상의 기회로 인식된다. 여기서 기존 도시의 발전 패턴을 연구한 한 학자를 불러보자. 영국의 물리학자 지오프리 웨스트(Geoffrey B. West)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모든 도시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도시 발전 순환과 법칙을 발견했다. “저는 왜 도시가 계속적으로 팽창하는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붕괴하고 슬럼화하는지 관심이 있었습니다. 도시가 팽창하는 이유는 도시가 커질수록 도시 국내총생산(GDP), 임금, 일자리, 생산성과 같은 긍정적 지표가 개선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도시도 성장 과정에서 범죄, 에너지 사용 증가 같은 비효율과 부작용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가 발견한 도시 발전 법칙의 사례를 보자. 도시 규모에 비례해 가정당 에너지 소비, 주택, 일자리가 증가한다. 이와 달리 도시 GDP, 임금, 특허, 범죄 등은 도시 규모보다 더 크게 증가한다. 특이사항으로 주유소·도로는 도시 규모 증가분보다 더 적게 증가한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성장 중심 도시화는 도시 불평등을 가속화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선진국 도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왔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된 도시, 더불어 잘사는 안전한 도시는 만인의 꿈이다.

우리는 어릴 적 공상만화에 나오는 해저 도시나 우주 도시에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똑똑해지는 도시, 소외받는 사람이 적은 도시, 쾌적하고 효율적인 도시를 상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티 넥스트(City Next)’는 도시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 솔루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의 모습인 스마트 시티와 맞닿아 있다. 스마트 시티의 구현은 세계 각국에서 그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돼왔다. 자원 낭비 방지, 시민 소외 극복, 기후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에코도시 건설 사업도 그런 예다. 디지털 도시, 안전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다음 세대의 도시 프로젝트는 스마트 시티 사업과 함께 지속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는 물·에너지·교통·네트워크 같은 제반 인프라와 데이터의 수집·분석, 협업과 자원 공유를 위한 클라우드 기술 등이 중요하다. 도시 시설물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환경적 지속 가능성, 시민 삶의 질 향상,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가능한 스마트 시티의 목표를 생각하며 도시의 미래를 꿈꾸어 보자.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시티에서는 물·에너지·교통· 네트워크 같은 인프라와 데이터의 수집·분석, 협업과 자원 공유를 위한 클라우드 기술 등이 중요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가운데)이 4월6일 서울 강남구 더스마티움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전용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해 박상우(오른쪽)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과 함께 스마트시티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스마트 시티를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같은 PC 운영체계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시티를 도시 플랫폼이라는 구조로 인식하고 하나의 운영체계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도시는 플랫폼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핵심 도시 기능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도시를 플랫폼으로 인식하면 할수록 시민과 도시 사이의 가상적 서비스 관계를 만들기 쉬워지지요. 도시는 이용 가능한 모든 센서를 활용해 정보를 모읍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결합해 도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센서들은 높은 정밀도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결과 분석 자료가 어떤 가치도 갖지 못할 것이다. 위치 추적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고속으로 신호를 관통해 이동하거나, 차선을 바꾸는 응급차에는 센티미터(㎝)급의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쓰레기 처리의 경우에는 정확히 어느 컨테이너가 비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스마트 시티는 인프라·데이터·서비스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데이터 공유 시스템, 각종 알고리즘과 서비스 제공 시스템, 도시혁신 기능이 제대로 완비돼야 한다.

스마트 시티의 의의는 지오프리 웨스트의 도시 발전 법칙을 전면적으로 뒤집는다는 데 있다. 도시가 쇠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지원하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프라·데이터·서비스로 이뤄진 스마트 시티의 구조를 기술적 차원에서 좀 더 이해해 보자. 스마트 시티 전체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부분은 사물인터넷 분야다. 도시 내 각종 인프라와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교통·에너지·안전·물류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이 경우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융합을 위해 공간 정보가 핵심 플랫폼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공간 정보의 이용자가 사람에서 사물로 변화할 것이다. 각종 지도정보와 위치 추적이 공공 부문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가 도시 전체를 촘촘히 연결할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과 컴퓨터의 연결이 주목적이었으나 스마트 시티에서는 사물 간 연결이 핵심이 된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스마트 시티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적이지만 도시의 하드웨어적 발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시개발 사업자가 주도하는 건설사업은 그래서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 도시 기능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클라우드 기술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시티 리더들의 협업은 필수이며, 이렇게 도시를 혁신해 나간다면 신뢰가 증진될 것이다. 시민이 주도하고 정치권이 지원하는 그런 도시 혁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지 않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새로운 기능·서비스 손쉽게 추가·변경 가능

스마트 시티가 기존의 도시 발전 법칙을 전면 수정해 지속적인 도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면 각 도시들은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대도시와 전통 도시들은 고비용 비효율을 개선하고 중소 도시와 신도시들은 대도시 못지않은 효율성과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 고심할 것이다. 어떤 예가 있을까? 선진국의 중소 도시는 경제활동, 의료서비스, 사회관계망 구축에서 대도시와의 격차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진국 신도시는 어떨까? 아마도 새로운 도시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투자가치 증진을 위해 스마트 시티 추진을 확대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 신도시는 도시 현대화를 추진해 해외 투자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겠다.

도시는 공간적으로는 3차원으로 존재하지만 기능적으로는 2차원 구조이다. 이 말은 평면적 지도를 펼쳤을 때 도시의 모습을 아무 불편 없이 표시할 수 있도록 공간과 기능이 1:1로 매칭된다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이런 기존의 ‘2차원 도시’와 비교하면 어떤 특성을 가질까? 기존 도시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추가하려면 도시 시설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사전 작업이 수반된다. 이와 달리 스마트 시티는 플랫폼 기능을 하기 때문에 최소의 비용으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입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즉 2차원 도시가 자원 활용이 평면적이어서 배타적·독점적이라면 3차원인 스마트 시티는 공유와 지능기술로 자원 활용이 입체적으로 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스마트 시티에서는 하나의 공간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을 변경하는 데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 주차장으로 사용된 건물이 결혼식장·요리교실·요가교실로 쉽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지 않나? 이 모든 것은 기존 도시에 ICT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구축과 적용을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과거 도시는 교통체증·전력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도로 확충이나 발전소 건설 등 물리적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 시설물에 설치된 센서·CCTV 등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유하고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나 소프트웨어 기반의 시뮬레이션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한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물리적인 인프라를 자동 조정해 관리한다.

누군가는 현재의 도시를 ‘기계적 도시’라고 부른다. 투입과 산출이 기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자. 그러면 주차장을 많이 지어 주차난을 해결하는 것이 기계적 도시의 해법이다. 그러나 스마트 시티는 지식과 아이디어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 주차난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유와 지능기술의 적극적 활용이 중요하다. 만약 지능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미래 예측 기법이 더욱 성숙하게 된다면 미래 예측 기능을 제공하는 ‘4차원 도시’로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운용 측면에서 스마트 시티는 어떤 모습을 할까? 스마트 시티는 중앙 통제시스템에서 벗어나 높은 자율성을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기존 도시는 교통통제와 같은 방식을 취하지만 스마트 시티는 ‘자동차간 통신’과 같은 자율적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율적인 상호작용으로 시스템 전체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서 특정 컨트롤타워 없이 적정 가격으로 형성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지능형 비서’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가상의 스크린을 통해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는 이런 영화같은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스마트 시티는 기존 도시 중심의 서비스를 시민 중심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종전의 ‘공정(프로세스) 기반 서비스’를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전환해 사전에 정의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도시가 미리 혹은 실시간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비서(intelligent assistant)’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교통 같은 물리적 서비스보다 지식 서비스가 도시 서비스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도시가 실시간으로 상황과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인지한다고 하자. 도시가 하나의 비서로 기능해 시민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면 당신의 삶이 얼마나 편리해질까? 시민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이제 도시 서비스 수준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모든 기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민이 도시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시민과 지능사물이 스스로의 질서를 창출할 것이다. 도시 운영에 관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자세히 공유됨은 물론이다.

스마트 시티는 저비용을 구현한다. 개인과 산업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드는 스마트 기술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드론, 웨어러블 컴퓨터, 3D 프린터로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중대한 기여를 한다. 지능형 주차장, 지하철 무인운전과 같은 개별 서비스와 도메인에 각종 정보기술과 지능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물론 개별 서비스의 단위를 넘어 서비스 간 혹은 도메인 간 연계와 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아가 각종 플랫폼의 발전에 힘입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비용 절감을 촉진할 수도 있다. 우버(Uber)를 비롯한 선진국의 공유경제 모델이 대표적이다. 물론 개발도상국의 시민 참여를 통한 비용 절감 추구 사례도 있다.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의 스마트 시티를 보자. 정보기술을 다룰 줄 아는 학생들이 태플릿을 가지고 슬럼가의 지도와 각종 정보를 수집해 정책 당국자와 기업에게 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책당국은 슬럼지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사회적 디자인’(social design)의 개념을 생각해 보자. 사회적 디자인은 물리적 비용 외에 복지비 지출 같은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고자 한다. 사회적 디자인의 의미를 곰곰이 씹어 보기 위해 과거 이탈리아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Massimo Vignelli)를 불러 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이너의 인생은 추한 것과의 전쟁이다. 디자인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좀 더 나은 질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사람의 지능 제고에 기여


▎LH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마스터플랜 용역을 수주한 쿠웨이트의 ‘스마트 시티’ 압둘라 신도시 조감도. IT를 활용해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높일 신도시다.
‘사회적 디자인’은 우리 삶 어디에 문제가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자세를 말한다. 어떤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적 디자인은 스마트 시티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 UAE 마스다르 시티는 건물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활용해 도시 온도를 조절한다. 사회적 디자인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가진 환경의 특수성을 명확히 이해한 후 지속가능한 가치들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성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적 디자인을 적용해 범죄를 낮추고 시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비용 절감 외에 스마트 시티가 추구하는 안전한 사회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2000년 초반 출시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는 2054년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날 것을 미리 예측해 사람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톰크루즈가 맡았던 존 앤더튼은 범죄 예방 시스템의 관리자다. 범죄를 미리 예측해 범인을 미리 검거해서 범죄 발생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2002년에 나온 이 영화는 미래 사회에서 범죄를 예측해 살인 사건을 예방한다는 설정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이제 현실이 되어 당신 앞에 펼쳐진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미국 LA에서는 현재 특정 지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큰 범죄를 예측해 실시간으로 경찰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방대한 양의 범죄 자료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긴 기존 범죄 기록과 유형을 면밀히 분석하고 객관적 자료를 잘 접목해 데이터를 돌리면 어느 정도 미래 범죄나 문제가 일어날 개연성 있는 사건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사회적 디자인의 사고는 우리가 처해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리적이고 유용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사회적 디자인 개념 아래 각 나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스마트 시티 정책인 스마트 그리드와 의료 정보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스마트 시티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에너지·의료 분야 외에는 지자체 및 민간 기업에 위임하고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는 교통·범죄·에너지·환경·의료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 시티 사업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사물인터넷을 통한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고, 프랑스(니스), 스페인(바르셀로나), 네덜란드(암스테르담) 그리고 스웨덴(스톡홀름)도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다음으로 스마트 시티는 사람의 지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제임스 플린(James R. Flynn)의 말을 들어 보자. “지난 100년 간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사람의 지능이 10년에 3포인트, 30년마다 9포인트 올라가더군요. 100년 전 지능검사에서 상위 10%에 드는 사람은 현재로 치면 최하위 5%에 해당되겠죠. 저는 이 문제를 사람의 절대적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판단하는 지식관리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봅니다.”

누군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대략 인터넷 사용자가 2배 늘면 국민들의 평균 지능은 9포인트 정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지능의 관계를 토대로 추정하면 최소한 스마트 시티가 10 정도 지능을 추가적으로 올릴 것이란 가설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스마트 시티에 옮겨 사는 것만으로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아직은 가설일 뿐 도시별 지능검사 데이터에 대한 분석으로 실증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물론 스마트 시티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의사결정을 경험하고 지식관리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나아가 도시의 플랫폼과 각종 지능기술 덕에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마트 시티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지표 개선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의 생산성과 GDP 증가 간의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로봇이 스마트 시티의 지능 기술 기반을 대표한다고 하면 스마트 시티가 기존 도시에 비해 생산성을 최소 20%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보수적인 숫자로 로봇 지능기술의 성능이 급속히 발전하면 스마트 시티의 생산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 시티 시장은 세계 각국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추진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스마트 시티가 대부분 도시에 적용되는 보편적 도시 전략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계 도시 중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메가 시티(Mega city)가 2025년 37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혹은 전체 도시의 15% 정도가 이즈음 스마트 시티를 수용하는 얼리어답터 단계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로 스마트 시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약 70%는 에너지·교통·안전 등 3대 요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인구 증가율보다 도시 거주율이 더 빠르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도심 재생의 필요성 때문에 스마트 시티가 더욱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이 스마트 시티 건설 중

다만 스마트 시티가 보편적 도시 발전 모델이 되려면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우선 스마트 시티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추진할 수 있기에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효과가 검증된 혁신 모델을 발굴해 다른 도시에 이식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스마트 시티에 활용되는 주요 기술의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도 스마트 시티의 확산 속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 비용의 절감에 세계의 눈이 쏠려 있으며 도시 간 협업을 통한 스마트 시티 구축 비용 감소도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각종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지능형 서비스가 높은 수준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스마트 시티가 제공하는 서비스 확산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미래의 도시는 스마트 시티를 넘어 본격적인 지능사회로 진화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도시 구조를 상상해 보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하고 평등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도시 말이다. 관계중심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고 다양성에 기초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화를 이념으로 평등한 교육 기회와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마련된 그런 도시화가 현실에서 이뤄질지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벅차지 않나.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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