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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동여지도(4) 전주 

탄소·문화관광·농생명바이오 분야 집중 육성 중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명하는 ‘스타트업 대동여지도’의 네 번째 도시는 전라북도 전주다. 비빔밥의 고장으로 통했던 전주는 이제 ‘한옥마을’, ‘남부시장’ 같은 문화 콘텐트를 창업 생태계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주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한옥마을의 주말 거리 모습.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한복 대여점, 게스트하우스, 아이스크림 판매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 사진제공·정미령 대표
지난해 10월28일부터 11월9일까지 전라북도 전주의 한옥마을과 전주 풍남문 부근에서 ‘스타트업 전북 2016’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가장 인기를 얻었던 것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비강 삽입형 마스크, 티백 형식의 청국장, 숨을 쉬는 기능성 친환경 건축자재, 휴대용 고데기, 공기정화를 할 수 있는 실내 및 차량용 향기제품, 범죄예방을 위한 호신용 주얼리, 금속에 디지털 이미지를 입히는 디지털 프린터, 한지양말 같은 39개 스타트업이 내놓은 창업·벤처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 외에도 전북 지역의 대학생 창업 동아리 경진대회, 벤처투자 로드쇼, 창업·벤처 아이디어 제품 전시회, 청년 기업가 정신 전시회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언뜻 보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창업 관련 행사와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 행사는 전국의 창업 지원 관련 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특별한 도전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전라북도·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전북벤처포럼운영회 같은 전북의 창업·벤처 육성 기관 13개가 손을 잡고 행사를 준비했다는 점이 이슈가 됐다. 창업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다양한 기관이 손을 잡고 하나의 행사를 연 것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도전이었다. 물론 전주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안순호 창업성장지원과장은 “지난해 전북지역 창업지원 유관기관들이 모여서 ‘전북창업지원기관협의회’를 만들었다”면서 “예비창업자를 발굴하고 초기창업자를 육성하는 데 필요한 협업사업을 만들기로 합의를 했고,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스타트업 전북 2016이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참여기관이 13개에서 17개로 확대 운영되고, 스타트업 전북 2017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며 “이 행사를 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창업·벤처 행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들이 창업 생태계 활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적인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도청소재지 전주의 인구는 2017년 3월 기준으로 65만 명에 불과하다. 매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변변한 공단 하나 없고, 대기업 관련 사업장도 찾아볼 수 없는 소비 도시다. 전주 시민들은 ‘돈이 많으면 살기 좋은 도시지만, 돈을 벌기는 힘든 곳이 전주’라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면 공무원이나 금융권을 목표로 취직 준비를 하거나, 직장을 찾아서 서울 등으로 떠나가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활력이 적은 도시로 꼽힌다. 그나마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혁신도시 사업에 따라 농촌진흥청, 대한지적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민연금공단 같은 11개 기관이 이전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북·전주 스타트업 생태계는 민간이 아니라 관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VC)를 포함한 민간의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전주에 한 곳도 없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VC를 만나려면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 올해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영사로 선정된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는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창업펀드를 이용해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다.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정영균 본부장은 “연합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된 것은 강원에 이어 전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면서 “지자체와 대학 그리고 테크노파크, 지역 기업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을 했고, 대학 내 창업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우리가 팁스 운영사로 선정이 됐기 때문에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됐고, 스타트업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대학창업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선도대학 선정된 전주대 좋은 평가 받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전주대학교 본관 1층에 마련된 창업가들의 미팅 장소인 ‘Think Planet’ 모습. 전주대학교는 본관 전체를 창업 육성 공간으로 마련했다. / 사진제공·최영진 기자
전주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은 창업보육센터·창업선도대학·테크노파크·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지자체가 대표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창업선도대학(전주대·원광대·전북대)은 창업가들이 선호하는 창업육성센터로 꼽히고 있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창업 사업화 비용 및 창업 과정 전반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4년 6월 인에코를 창업한 신재무 대표도 전주대의 창업육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신 대표는 “친환경 건축 자재 개발에 성공했는데 어떻게 창업하고 사업화를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2014년 무작정 중소기업청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고, 창업선도대학 프로그램을 소개받아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 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곧 투자도 받을 예정이다. 올해는 친환경 건축 자재에 LED를 접목시켜 실내 공기질에 따라 LED의 색깔이 변하는 IoT 제품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업가들의 네트워킹을 위해 만든 벤처포럼 행사 모습. / 사진제공·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전주대 창업선도대학의 창업 프로그램을 이용해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창업가도 있다. 이온수 공급 장치 개발에 성공한 이엔이 고성호 대표다. 이온수 공급장치는 쉽게 말해 수도 배관·건물 배관·급수관 등에 설치를 하면 녹이나 물때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제품이다. 고 대표는 “지난해 7월 제품 양산에 성공했고 한화리조트와 용인대 기숙사 등에 시범 설치해 성능을 인정받았다”면서 “해외에서도 시범 사용 중인 곳이 있는데, 테스트가 통과되면 바로 수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2번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올해는 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북·전주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기관으로 꼽힌다. 2014년 11월 효성그룹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78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탄소 관련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탄소소재 CNG 탱크 버스 보급과 스마트 공장 추진, 창조펀드 투자 등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505억원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이중 134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발열케이블 개발에 성공한 스타트업 CES의 경우 지난해 효성창조경제펀드 5억원 투자를 유치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최재영 창업지원팀장은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탄소 관련 스타트업 지원에 특화가 되어 있다”면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시제품 제작, 멘토링 등 창업부터 지원 육성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기관의 주도 아래 전북 지역의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2014년 창업 관련 보육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이 386개였지만, 지난해에는 507개로 늘어났다. 창업지원 사업화에 지원한 스타트업도 계속 증가하면서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창업선도대학의 창업아이템 사업화에 지원한 스타트업이 2014년에 4.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5.1대 1로 높아졌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안순호 과장은 “전북도나 전주시 등의 지자체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점차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ICT 기반 스타트업 육성이 과제


다만 전주의 창업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훌륭한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엔지니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다수 스타트업이 제조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주에서 O2O(Online to Offline)·핀테크·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한옥마을에서 한복 대여점 나빌레라를 창업한 정미령 대표는 “전주의 젊은이들에게 창업은 자영업자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주에 취직할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인력들은 졸업 후 직장을 찾아 다른 대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좋은 인력을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정영균 본부장도 “전주가 내세우고 있는 창업 육성 분야는 탄소·문화관광·농생명바이오 분야”라며 “아직은 제조업 중심의 스타트업이 많고, 성과도 제조업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민간 분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전주는 여전히 관주도의 창업 육성정책이 대부분이다.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고, 성공한 중견기업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 탓에 민간 분야의 도움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VC 하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창업을 해도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전주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직까지 스타트업 지원이 제조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창업 붐이 약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에코 신재무 대표는 “전주에서 창업을 하면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전주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안수호 과장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관들이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는 게 전주의 장점”이라며 “고급 인력이 부족하고 VC도 하나 없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다양한 지원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전주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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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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