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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수입차 하반기 전망(1)] 메르세데스-벤츠 vs BMW 

2년 연속 ‘벤츠 천하’, BMW의 반격은?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국내 수입차 시장의 ‘벤츠 천하’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도 메르세데스-벤츠는 라이벌 BMW를 제치고 2년 연속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BMW로서는 치욕적인 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이미지의 추락은 더욱 뼈아프다.

▎올 2월 BMW가 야심작으로 출시했지만 한국 시장에서 E클래스에 완패한 ‘뉴 5시리즈’. / 사진 : 각사 제공
국내 수입차 시장의 ‘벤츠 천하’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3대 중 1대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7월까지 전체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 13만5780대 중 벤츠가 4만3194대로, 전체 시장의 31.8%를 차지했다. 벤츠는 지난해 5만6343대를 판매해 4만8459대에 그친 BMW를 제치고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09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판매 대수로만 보면 올 들어 벤츠와 BMW는 나란히 성장했다. BMW는 판매량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늘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벤츠의 성장률(50.6%)이 워낙 압도적이다. BMW는 올 상반기 7세대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며 2개월 반짝 1위 탈환에 성공했지만 E클래스가 독보적 활약을 펼친 벤츠에게 무릎을 꿇었다. 벤츠는 지난 6월 7783대를 판매해 역대 수입차 월간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올 들어 7월까지 2만1500대 이상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 사진 : 각사 제공
‘올드’ E클래스에 참패한 ‘뉴 5시리즈’


벤츠와 BMW는 지난해부터 한국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수익보다는 판매 대 수를 둔 자존심 싸움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올 7월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벤츠의 압승이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E클래스의 인기가 수그러들 줄 모르면서 올해 2월 등장한 뉴 5시리즈의 존재감을 흐리면서 수입차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대표적 모델 경쟁에서도 BMW는 참패했다. C클래스 vs 3시리즈, E클래스 vs 5시리즈, S클래스 vs 7시리즈 등 대표 모델에서 모두 벤츠가 BMW를 눌렀다. 특히 BMW 5시리즈의 경우 7월까지 판매량이 8676대에 그쳐 경쟁 상대인 벤츠 E클래스(2만1534대)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BMW 5시리즈 중 가장 판매가 많은 것은 520d 모델로 7월까지 3327대다. 같은 기간 벤츠 E클래스의 디젤 모델 E220d는 5315대로 상반기에 수입차 단일모델 중 가장 많이 팔렸다. E300 포매틱 4092대, E300 3780대, E200 3563대 등도 3000대 이상 팔리며 판매 순위 10위 안에 포진했다.


“뉴 5시리즈 모델 출시로 벤츠에게 내주었던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되찾겠다.” 올 2월 완전변경(풀 체인지) 5시리즈를 출시하며 밝힌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일성이었다. 독일 본사는 세계 5위권에 있는 한국에서 5시리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반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러나 출시 6개월이 지난 8월 현재 도로에서 BMW 뉴 5시리즈 모델을 보기는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BMW 측은 원인을 ‘뉴 5시리즈의 수급 문제’에서 찾는다. 지난 2월 신형 5시리즈의 가솔린 모델인 530i와 디젤 모델인 520d를 내놓은 BMW는 물량 확보에 실패했고, 게다가 디젤 모델인 530d의 판매는 6월부터 시작했다. 인증서류 문제로 출시가 연기된 탓이다. “5시리즈에 대한 걱정이라면 재고가 없는 것”이라는 김 사장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물량 확보는 각 나라 법인간 싸움”이라며 “뉴 5시리즈는 고급옵션 제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초반 기세를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뉴 5시리즈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차량에 장착된 기술이나 테크놀로지 혁신이 경쟁 모델에 비해 나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김효준 사장이 뉴 5시리즈 물량 확보를 위해 독일 본사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BMW 입장에선 공급 물량 부족도 문제지만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입소문이 더 무서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신 모델이 출시돼 이미 ‘구형’이 된 벤츠 E클래스는 지난해 대비 200% 가까운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차량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E클래스 라인업은 세단만 16종,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포함해 총 22종에 달한다. 이 같은 전략은 수익성 위주 모델 판매에만 주력하는 기타 수입차브랜드와 대비된다. 벤츠 관계자는 “현재 주력 모델인 E300 포매틱 등은 물량이 부족해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가 모델 판매 저조, 상시할인 논란도


▎지난 2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오른쪽)이 뉴 5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새 모델을 앞세워 5시리즈를 연내 2만대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 현재 판매는 8676대에 그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가 구축했던 ‘프리미엄’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BMW는 국내 시장에서 하위 모델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펴면서 벤츠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1억 원이 넘는 모델의 판매 현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까지 벤츠 판매량 4만3194대 중 1억원 이상 모델은 6432대로, 전체의 14.9%를 차지한다. 이 중 1억5000만원 이상도 1567대, 2억원 이상은 477대가 팔렸다. 3억원을 훌쩍 넘는 메르세데스-AMG 모델도 51대 이상 팔렸다. 반면 BMW는 전체 판매량 3만2186대 중 1억원 이상 모델이 4424대로, 전체의 13.7%를 차지했다. 이 중 고가인 1억 5000만원 대는 1971대, 2억원 대는 45대(0.13%) 판매에 그쳤다.

두 회사의 최상위 경쟁 모델인 대형 세단 S클래스와 7시리즈에서도 판매 차이가 확연하다. 벤츠의 S클래스는 7월까지 모두 3373대가 팔렸다. 1억4100만원부터 시작하는 S 350d 포매틱이 1759대 팔리면서 실적을 주도했다. 오는 9월 ‘부분변경’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BMW의 7시리즈는 750Li xDrive(1억9260만) 506대 등 2815대 판매에 그쳤다. BMW가 벤츠에 비해 ‘판매량’뿐 아니라 ‘질’까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들의 손꼽히는 각축장이다. 올 상반기 한국 내 벤츠 판매량은 중국·미국·독일·영국에 이은 세계 5위로 1년 만에 세 계단이나 뛰었다. 지난해 한국보다 벤츠 구매량이 많았던 이탈리아(6위), 일본(7위), 프랑스(8위)를 모두 제쳤다. 특히 고가 모델인 E-클래스와 S-클래스의 한국 판매량은 본토인 독일을 앞지르기도 했다. 모델별 최저 가격이 1억 원대 중반인 S-클래스는 한국에서 중국, 미국 다음으로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벤츠가 ‘프리미엄 카’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BMW의 상시적 할인 정책도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BMW는 지난 4월 신형 5시리즈, 6시리즈, M시리즈를 제외한 전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를 진행했다. 볼륨모델인 320d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900여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급기야 7월부터는 일부 영업점에서 여름 한정으로 월 할부금을 50% 낮춘 금융 상품을 선보였는데 5시리즈 중 4개 모델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판매 대수 늘리기에 무리수를 두면서 딜러사와 영업사원의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며 “BMW코리아가 할인의 대명사가 되면서 브랜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MW는 하반기 국내 시장에서 벤츠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선 업계에선 벤츠 본사에 대한 독일 검찰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벤츠 역시 인증취소·판매정지된 아우디·폴크스바겐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독일 검찰이 조사 중인 디젤엔진 2종은 국내 판매 중인 차량 중 지난해 6월 출시한 뉴 E클래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7개 모델, 11만349대가 해당한다.

하반기 대거 출시로 반격 나선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한 고가 모델. S 500 포매틱.
이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은 BMW가 누릴 가능성이 높다. 독일차 브랜드 중 이미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대부분 차종이 판매중지인 상태라 선택지는 BMW가 유일하다는 계산이다.

BMW코리아 자체적으로는 하반기 신차 출시로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첫 주자는 지난 7월말 선보인 ‘뉴 4시리즈’다. BMW 짝수 모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모델로, 뉴 4시리즈는 기존 모델보다 더 날카롭고 스포티해진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3시리즈와 5시리즈 등 홀수 모델의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4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40만 대 이상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가솔린 2종(420i, 430i), 디젤 2종(420d, 435d)이 판매되며 가격은 5800만~1억2530만원이다. 또 오는 10월에는 ‘뉴 GT’로 불리는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를, 12월에는 ‘뉴 X3’를 내놓는다. X3는 지난 200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0만 대 이상 판매된 중형 SUV로, 벤츠 GLC 등에 맞설 수 있는 기대작으로 꼽힌다. 뉴 5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인 ‘M550d’도 연말에 출시할 계획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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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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