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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동여지도(7) 울산광역시 

흔들리는 중후장대 산업, 태동하는 창업 생태계 

울산=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울산의 3대 주력 산업은 선박·석유화학·자동차다. 중후장대 산업은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들어줬지만, 울산을 휘청이게 만들기도 했다. 울산은 이제 보수적인 산업구조에 혁신의 자극을 주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울산대학교 5호관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로비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다. 2015년 출범한 혁신센터는 2년 만에 보육기업이 20여 개에서 140여 개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 사진 : 최영진 기자
# 2003년 어느 날, 스웨덴 말뫼시의 조선소에 있던 높이 128m, 중량 7560t의 크레인이 한국으로 실려 갔다. 말뫼의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1980년대까지 세계 조선업계의 강자였던 말뫼는 80년대 이후 조선업의 주도권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넘겨줬다. 조선소의 폐업이 이어졌고, 많은 이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말뫼는 이후 조선업에 쏟아부은 자금을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 투입했다. 현재는 유럽을 대표하는 창업 생태 도시로 탈바꿈했다.

# 울산광역시는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를 비교해보면 울산의 과거를 알 수 있다. 2013년 70.7%, 2014년 61.4%, 2015년 56.1%, 2016년 63.78%로 전국 지자체 중 항상 5위에서 10위를 오르내렸다. 현재는 어떨까. 2011년 울산 지역의 수출액은 1014억 달러(약 115조원), 2014년 924억 달러(약 105조)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652억 달러(약 74조원)으로 줄어들었다. 5년 만에 40조원이 증발했다. 울산지역 청년 실업률은 2011년 5.7%, 2013년 6.7%였지만 지난해에는 10.1%로 치솟았다. 자동차·선박·석유화학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에 빨간 불이 켜진 탓이다. 전조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혁신과 변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들었던 산업구조가 오히려 울산의 위기를 만들었다.

2014년부터 창업 인프라 조성되기 시작해


울산은 중후장대 산업에 의존했다. 기술기반 창업 활동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황진호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펴낸 ‘울산광역시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으로 생산현장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중시하여 연구개발 활동 및 인력 확보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해온 결과 도시의 생산규모에 걸맞지 않게 연구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울산에서 창업생 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울산대학교 창업 지원부단장을 맡고 있는 구자록 IT융합전공 교수는 “타 지역은 2009년 혹은 2010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는데, 울산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타 지역에 비해 창업 인프라가 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위기의 울산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로 탈출구를 만들고 있다. 울산중기청·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울산광역시·울산테크노파크 같은 기관이 창업을 위한 시설과 공간 교육과 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 배출 창구 역할을 하는 대학교도 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학교가 그 중심이다. 특히 2009년 개교한 유니스트는 울산 창업 생태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대전에 카이스트가 있다면 울산에는 유니스트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유니스트는 경영관을 창업 생태계 본거지로 삼고 있다. 이곳 8층에는 스타트업 입주공간을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 창업진흥센터·기술창업교육센터·기업혁신센터 등 4개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유니스트 창업진흥센터 조현래 팀장은 “유니스트는 울산 지역의 창업 붐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관”이라며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들기 위해 ‘창업인재 전형’을 유일하게 운영하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스트의 대표적인 창업 교육 제도는 창업인재 전형이다. 매년 20명의 학생을 뽑고 있는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니콘프로젝트’로 매년 15개 팀을 선정하고 있다. 6개월 동안 해외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UCSD 글로벌 창업 멘토링·UC Berkeley 글로벌 혁신 캠퍼스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창업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투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전국 4개 대전·울산·대구·광주 과학기술원이 모여 15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유니스트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보육 공간이 부족해졌고, 오는 10월 990㎡(300여 평 규모)의 원스톱 창업 지원 공간을 문을 열 예정이다.

울산대학교도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지역에는 보통 2~3곳의 창업선도대학이 있지만, 울산에는 울산대 한 곳뿐이다. 울산대는 서울아산병원과 유니스트와 손을 잡고 바이오헬스 분야 창업 지원으로 특화하고 있다. 울산대 구자록 창업지원부단장은 “울산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취업을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지역 산업이 흔들리면서 많이 힘들어한다”면서 “울산대는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창업교육 과목 4개를 만들었고, 창업경진대회 등을 열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교육은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로 들어야만 하는 것도 울산대 창업교육의 특징이다.

2015년 7월 출범한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는 울산 창업 생태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년 전만 해도 센터에서 보육을 도와줄 창업가가 24개에 불과했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강창랑 본부장은 “2년 전만 해도 우리가 육성할 수 있는 창업기업이 너무 적었는데 지금은 140여 개로 급성장했다”면서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위기를 맞으면서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혁신센터는 울산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바로 제조업이다. 센터와 매칭이 된 현대중공업의 브랜드를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 본부장은 “현대중공업 기술공모전은 전국 단위의 스타트업이 참여를 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울산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인턴학기제도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견기업 2~3세 모여 VC 설립해 눈길


▎울산대는 지난 7월19일부터 21일까지 ‘울산 U2A 챌린지 창업캠프’ 를 열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창업 교육을 받고 있다. / 사진 : 울산대학교 제공
울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라는 벤처캐피털(VC)이다. 창업 붐이 약한 지역임에도 울산에 상주하는 VC가 있다는 것은 창업가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큰 활력을 주는 동력이다. 특히 라이트하우스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의 중견기업 2~3세대가 모여 후배 창업가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최영찬 대표도 부산의 유명한 중견기업 선보공업 창업주의 2세다. 울산에서 성공한 기업가가 후배 창업가를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가 울산에서 일찍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10월 조광페인트·선보공업·코메론·태광·오토닉스 같은 동남권 대표 중견기업 차세대 경영인 13명이 모여 ‘파운더스 하우스 13 엔젤클럽’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면서 “앤젤 투자자로는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워서 지난 3월 울산 지역을 포함해 동남권 대표 중견기업 10곳이 모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산업은행이 라이트하우스와 손을 잡고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중견기업 2~3세가 이렇게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뭘까. 최 대표는 “지역의 중견기업이 혁신을 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2~3세대들은 성공한 중견기업은 혁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혁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스기사] 인터뷰 | 남주현 엔엑스테크놀로지 대표 -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이면 바로 주목받아”


기자가 울산의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에게 ‘인터뷰할만한 스타트업을 추천해달라’라는 이야기를 하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곳이 있다. “울산의 대표적인 스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의 성공 롤 모델로 꼽힌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엔엑스테크놀로지’를 꼽았다. 2014년 엔엑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한 울산 출신의 남주현(42) 대표는 건물이나 주택의 전기료를 줄여주는 IoT 기기와 이를 통합한 스마트플랫폼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 남 대표는 “울산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프로그래머로 살다가 창업하기 위해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안다는 것이 창업에 도전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엔엑스테크놀로지는 어떤 스타트업인지 설명해달라.

건물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동작하는 스마트 IoT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온도조절기·스마트 콘센트·스마트 LED 조명·스마트 모션센서·스마트 스위치 같은 스마트 IoT 제품을 출시했다. IoT 기기를 통해 건물의 전력 사용 데이터를 그린온이라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에 모으고, 이를 실시간을 분석한 후에 건물의 전력 낭비를 줄여준다.

건물의 전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고 어떻게 전력을 줄이는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린온이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후에는 스마트 IoT 기기를 작동해 전력 낭비를 줄여준다. 쉽게 말해 그린온이 조명이나 에어컨 같은 전자기기를 스스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건물에 있는지, 잠깐 화장실에 갔는지 같은 것들을 스스로 분석하면서 전력의 낭비를 줄인다. 20평 대 사무실의 경우 기존 전력량에서 20%를 줄일 수 있고, 50평 대 사무실에서는 스마트 콘센트만으로도 전력의 40%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너지관리공단 등의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다.

엔엑스테크놀로지 제품과 시스템을 채택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가.

30평 대 일반 가정 아파트의 경우 우리 시스템을 채택하려면 보통 50만원~100만원이면 충분하다.

경쟁사나 경쟁제품이 있는가.

아직까지 우리의 스마트 IoT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스마트 콘센트를 예로 들면 칩과 CPU가 들어간 컴퓨터와도 같다. 콘센트를 만드는 배선기구 회사는 이런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게 어렵고, IT 기업은 배선기구 회사의 하드웨어 제조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알고 있어야만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창업을 위해 하드웨어 경력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 구로동에서 금융권에 들어가는 대형서버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창업을 꿈꾸면서 하드웨어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입으로 하드웨어 개발자로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노력이 창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다. 20여 곳의 대중소 기업과 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해외 진출 소식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매출이 7억원 정도인데, 올해는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인도와 두바이의 대기업과 프로젝트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창업할 때 매출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임직원이 17명으로 늘었다.

지역에서 창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나.

지역은 모든 게 부족하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열악하다. 그런데 장점이 있다. 좋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금방 돋보인다는 것이다. 기술력만 있다면 여러 기관에서 지원을 잘해준다. 서울에서는 얻기 힘든 지역만의 특징이다.

- 울산=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709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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