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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동여지도(8) 강원도] 농업법인 ‘록야’ 박영민·권민수 대표 

“강원도 감자 맛 한번 보시드래요” 

원주=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업법인 스타트업 ‘록야’의 박영민(왼쪽)·권민수 공동대표.
통장에 남은 돈은 20만원이 전부였다. 자동차 매매상사에서 청소를 해주는 대가로 가게 한 구석에 책상 두 개와 노트북 두 개로 시작했던 창업이었다. ‘농사가 미래다’라고 생각한 두 청년이 2011년 시작했던 창업 도전,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웠다. 전국 감자 농가를 찾아다니면서 “우리가 판로를 해결할 테니 감자를 외상으로 달라”라는 어처구니없는(?) 자신감을 보여준 두 청년을 믿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아무 성과 없이 1년을 버틴 것이다. 2012년 중순 해태제과에서 “한번 만나자”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싶었던 제과 기업에서 그들을 직접 찾는 일이 발생했다. 사연을 알아보니 강원도 양구에 있는 한 감자 농가 주인이 해태와 계약을 맺을 때 “나는 비즈니스를 잘 모르니 나를 찾아왔던 두 청년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 청년은 해태제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농심·신세계 등 대기업에 감자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청년 창업가 두 명의 성공 스토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농업 분야 스타트업으로 강원도에서 유명한 록야의 권민수(35)·박영민(35) 대표가 주인공이다. 2명으로 시작했던 록야의 임직원은 현재 10여 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매출은 60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20개 산지 200여 곳 농가에서 매년 6000t의 감자를 수매해 대기업에 납품한 결과다.

두 사람은 강원대 동문으로 전공은 다르지만 2006년 농림부가 개설한 대학생 농업연수생 과정에서 처음 만나 록야 공동창업으로 이어졌다. 감자 유통으로 매출을 올리던 록야가 스타트업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2015년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나는 농부다’ 대회에서 ‘꼬마 감자’로 1위를 하면서부터다. 권 대표는 “밭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면 일부만 꼬마감자를 얻을 수 있는데, 땅이 얕은 재배 상자를 이용하면 꼬마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꼬마감자 특허도 가지고 있다.

‘I Am Ground’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꼬마감자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누구나 꼬마감자를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편의점용, 캠핑용 등 5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충남 아산시가 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고 있고,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권 대표는 “B2C 시장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도 판교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농가가 재배작물을 선택하고 재배량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스마트 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박 대표도 “우리 기술을 몇몇 지역에서 테스트 중인데,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되면 록야는 종자 개발부터 유통, 그리고 스마트 팜 기술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농민들 스스로 일군 뉴질랜드 키위 그룹 제스프리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는 두 창업자의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 원주=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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