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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의 허와 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_1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백 대표가 선택한 첫 번째 주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다.

참으로 유행은 어디에나 있는가 보다. 금년 겨울에는 약속이나 한 듯 롱패딩을 안 걸친 젊은이가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다. 운동선수들이 운동 중 간편 방한복으로 입는 것으로 생각되던 롱패딩이 지금은 외출복으로 유행하고 있다. 자기의 신체적 특성이나 개성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유행 따라 선택을 하니 짧은 시간 내에 광풍처럼 유행이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경영방식이나 혁신활동의 유행도 롱패딩이 유행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패션 아이템도 아닌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는 혁신활동이 롱패딩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에 편승되어 국내 각 기업에서 유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인은 무조건 ‘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롱패딩의 유행을 뒤쫓는 젊은이나 동일한 유행 현상이 아닌가 싶다.

해외 선진 기업 스마트 팩토리 광풍 없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혁신기법이 나오기만 하면, 단시간 내에 유행이 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국가인 것 같다. 과거 유행됐던 ‘6시그마’ ‘블루오션’ ‘적시생산(JIT)’ 등의 관리기법만큼 스마트 팩토리 광풍이 지금 국내 기업에서 불기 시작했다. 당시 각 기업은 ‘생존은 이 길밖에 없다. ‘해보자, 해보고 나서 생각하자’라는 태도로 무조건 도전정신만 가지고 추진했다.

그런데 과거에 유행됐던 많은 관리기법들이 현재 현장에 토착화되어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원인은 기본이 안 된 현장에 급하게 무모할 정도로 적용을 시도한 결과 흔적도 없이 기업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 팩토리라는 유행에 과거의 실패를 잊고 또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어느 공장을 가도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 팩토리라는 말 자체를, 극히 일부의 플래카드를 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면 해외 선진 기업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대에 뒤처진 것인가?

국내 대부분의 공장은 유행하는 기법만 있으면 다른 기업에 뒤질세라 자기 수준은 생각 않고 공장 전체의 역량을 집중해 급히 서두른다. 이를 추진하려는 경영자로부터 필자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최대한 단축해서 빨리할 수 없는가?”다.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스피드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급하게 추진하면 과거의 각종 기법을 도입한 것과 같은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 기업은 평소 업무와 연계하여 기본관리나 기본기술을 자체적으로 꾸준히 발전시켰다. 또한 국가가 수요 산업과 공급 산업의 수준을 균형 발전되게 노력했다. 독일은 국가가 기술을 육성하여 중소기업까지 활용할 수 있게 테스트베드(Test bed)를 구축해 개발하려는 기술업종과 도입 시의 ROI(투자자본수익률)를 검증할 수 있게 했다. 기술인력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학생 인력 양성과 기술 사업화도 추진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조직 등의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 각 기업에서 스스로 스마트공장의 추진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렇게 안쪽으로 기본을 확립해왔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쉽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장의 수준은 2000년대의 아날로그 공장(Analog Factory) 수준인데 최첨단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도전적 정신력만 가지고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석탄을 이용하는 트럭에 최신 자동차의 전자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덤벼드는 격이다.

재조명되는 ‘도요타 생산방식’


기존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와 각종 운영 기재의 적용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가정 집에 가구나, 공장에 단독 기계를 설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마트공장을 위해 전문 업체가 홍보하고 지도하는 소프트웨어만 깔면 도깨비 요술방망이가 되어 스마트공장이 저절로 되고 경쟁력 있는 ‘가성비의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먼저 회사 전체의 ‘기본관리(基本管理)’나 ‘기본기술(基本技術)’의 수준이 안 돼 있는 공장에 무조건 추진하게 되면 생산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 ROI를 맞출 수 없어 존폐의 위기에 몰린다. 그러므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솔루션을 받아들일 수준을 만들기 위해 기본이 안 돼 있는 공장은 먼저 ‘공장 합리화 활동’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지금, ‘도요타 생산방식’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첫 단계로 기본 확립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기본 확립을 위한 ‘공장의 합리화 활동’은 공장의 4MI(Man·Machine·Materials·Method·Information)에 대한 낭비요인(3불), 즉 공정흐름의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현장 개선 활동이다. 공장의 기본활동(관리·기술)을 직원들이 습관화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기본관리’를 확립하기 위해 5S·3정·목시관리(눈으로 보는 관리)·3불 추방 등의 활동이 필수다. 다음으로 ‘기본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작업 방법·설비·Lay out(배치)·머티리얼 핸들링(Material Handling) 등의 개선과 TPM(신뢰플랫폼모듈)·자동화·풀프루프(Fool Proof, 실수를 미리 방지하는 장치나 방법) 등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 물류 합리화 활동과 전산관리를 실시한 후, 이 모든 사항이 순조롭게 운영되는 수준의 현장이어야 스마트공장을 위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조직에 정착시킬 수 있다.

과거 80년대 MRP(자재 소요량 계획) 전산시스템이 국내 기업에 도입되었던 초기에는 우리 수준이 수기(手記)로 장부를 기록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전표관리의 체계나 정확도가 떨어져 회계 및 자재 등 제반 관리가 엉망인 상태였다. 이런 기본이 안 된 환경에 MRP 도입을 서둘러 많은 기업들이 전산 따로 수작업 따로 운영됐다. 이러다보니 일부 대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실패하여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기본의 확립’은 스마트 팩토리 추진을 위한 ‘1단계 전제조건’이다.

10년 이상 장기 목표 세우고 추진해야

다음에 추진할 단계는 도표와 같이 10년 이상 장기 목표를 세워 단계별로 끊임없이 추진해야 된다. 한국 기업의 문제는 2~3년 추진하다 중지한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을 충실히 실시할 생각은 하지않고 급하다고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지름길만 찾는 것이다. 수학에서 가감승제(加減乘除)를 배워야 방정식을 이해할 수 있고, 방정식을 알아야 인수분해를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단계를 밟아가야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이 수준이 되어야 대학에서 공학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소프트웨어는 수학과 같이 단계적 이해가 안 되면 조직에 정착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MRP를 도입하고 정착되면 다음에 ERP(전사적 자원 계획)를 도입하고, 이후 MES(현장자동화 및 생산운영관리시스템)를 추진한 후 SCM(공급사슬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야 기본 소프트웨어의 구성이 조직에 안착된다. 기본 소프트웨어가 안착되면 이후 수많은 응용 소프트웨어(APS, WMI, PLM, CRM 등)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다음에 공장의 생산설비(시스템) 스마트화를 위한 ‘기반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이를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에 필요한 센서와 디바이스를 설치해 신호 및 데이터를 획득하고, PLC(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및 HMI(사람 기계 간의 소통 수단) 등의 제어 기술을 통하여 설비를 제어해야 한다. 이후 MES를 통해 생산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창고관리를 위해 WMS(창고관리시스템) 적용과 전사적 자원 관리를 위해 ERP와 전사적 공급망 관리를 할 수 있는 SCM을 설치한 후 이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하여 조정 개선하면 ‘기반기술’이 완성된다.

이후 스마트공장 운영에 필요한 ‘운영기술’은 산업용 네트워크, RFID(전자태그) 시스템, 센서, 산업용 로봇, 3D프린터, 컨트롤러 등의 하드웨어 기술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CPS(가상물리시스템), 시물레이션 등의 기술이 안착되도록 개선을 실시하면 스마트공장이 시스템적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위의 모든 활동은 모기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같이 동반 추진되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스마트 교육도 처음부터 철저히 실시하여야 한다.

이후 단계는 아날로그나 디지털 시대의 레이 아웃을 ‘스마트 레이 아웃’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래야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복합이 이뤄진다. 기반기술인 주변 기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데이터의 양산과 축적, 분석 및 정보교환이 정교하게 이뤄진다.

변품종 변량생산 가능한 공장 지향해야


▎독일 작센 주의 라이프치히에 있는 BMW 공장. BMW 3 시리즈 자동차는 독일의 산업용 로봇제조업체인 쿠카의 로봇이 제작하고 있다. / 사진:위키미디어
최종 단계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통해 최종 완성될 공장의 설계가 당초 계획한 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스마트 컴퓨팅(Smart Computing)을 통해 공장 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사람과의 융합관계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 설정과 조정 과정을 통해 생산의 최적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되어 1차적으로 ‘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예로 들면 A모델을 생산하는 중에 B모델의 제품이 급하게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부품만 있다면 생산라인이 자동으로 조립 순서나 부품을 바꿔 B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변신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전에는 생산라인을 다른 모델로 바꾸려면 전용화되어 있는 설비 일부와 금형 등의 모델 체인지가 필요하다. 즉 모델 변경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대응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가 되면 짧은 시간 이내 생산라인을 재편할 수 있게 되므로 공장 내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속도나 양은 사람이 할 경우와 비교하면 수백, 수천 배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사람의 도움 없이 기계 스스로 다양한 제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의 정보가 실시간(Real Time)으로 공장에 전달되어도 인간의 도움 없이 정보에 따라 생산 라인의 재편(QMS)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소비자 요구에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카탈로그나 매장에서 현품을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종류나 색상 등을 취미대로 변경하여 주문하고, 공장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공급한다. 이렇게 주문과 공급이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됨으로써, ‘사용자 맞춤형(Mass customization) 생산방식’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소품종 소량생산시대’에서 ‘변품종 변량생산시대’로 변하게 된다.

또한 제조과정에 3무(무재해·무불량·무재고)가 달성되고, 생산성은 혁신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경쟁력 있는 가성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1차로 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완전한 ‘휴먼제로베이스(Human Zero Base)’의 변품종 변량생산의 수준’이 된 것은 아니다. 이후 장시간에 걸쳐 2차로 ICT, IoT, Big Data, Cloud, AI, AV/AR 등 각종 인공지능의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형 스마트 공장을 이룰 수 있게 계속 연구하고 개선해야만 완전한 스마트공장이 된다. 휴먼제로베이스와 변품종 변량생산이 가능한 꿈의 공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꽃이다.


※ 백대균은… ‘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터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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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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