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미국 기업은 정리해고와 수당 삭감, 직원보다 주주를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수익을 증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다. 직원 처우와 급여를 개선하며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100대 기업(The Just 100)’에 선택된 기업이 비용 삭감에 애썼던 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실업률이 4% 가깝게 내려간 지금, 시장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노동자를 위한 혜택은 결국 투자자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약 2년 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CEO는 누구도 원치 않는 제목을 달고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바로 ‘정리해고’다. 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직원 중 1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앞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한 크르자니크는 뒤에서 조용히 이와 모순되는 정책을 펼쳤다. 함께 하고자 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걸 막기 위한 인재보유 프로그램이었다.
인텔의 인재보유 프로그램은 직원 다양성 추진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2015년 크르자니크는 회사에서 비중이 낮은 특정 집단을 늘리기 위해 연 6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같은 해 아프리카·히스패닉·인디언계 미국인 584명을 고용했다. 퇴사했던 직원 중 580명을 재고용하기도 했다. 미국 오번 대학교(Auburn University)를 졸업한 우간다 출생의 에드 자바사자(Ed Zabasajja)는 현재 인텔에서 사내 다양성 분석을 맡고 있다. 자바사자는 직원이 퇴사하기 전, 이를 미리 파악하고 퇴사 이유를 알려주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웜라인(WarmLine)이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름이지만 지금까지 1만 명의 직원이 도움을 요청한 걸 보면 그렇게 잘못된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데이터 수집 그 이상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웜라인은 즉각 사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아냈다. 따돌림 당하는 직원을 도와줄 동료를 찾아내 둘을 연결해줬고, 경영 분쟁을 중재했으며, 부서 이동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직원 대신 회사 측에 급여 인상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덕분에 웜라인은 전체 직원을 대변하는 의사소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의 절반은 백인 남성 및 아시아 남성 직원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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