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골프에서 배우는 조직관리 

골프는 심판이 따로 있는 경기가 아니라 동반자와 협의를 하거나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하는 스포츠다. 매우 합리적인 룰이라고 판단되며, 필자의 경우 조직관리에서도 응용하고 있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계절과 상관없이 골프장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귀족스포츠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골프경험인구가 2016년 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스크린 골프의 영향이 커지면서 골프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골프는 18홀 정규 홀 표준코스 72타 기준으로 타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동반자 중에 누가 더 적게 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내 실력이 승패의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상대방의 실수도 승패의 변수가 된다. 골프는 심판이 따로 있는 경기가 아니라 동반자와 협의를 하거나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하는 스포츠이다. 따라서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모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에도 벌점 규정이 있다. 골프규칙을 어겼을 때 부가하는 일종의 패널티인 셈이다. 벌타 규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애매한 것들이 많아 동반자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벌타는 크게 1벌타와 2벌타로 구분된다. 벌타 부과의 대원칙은 고의성 여부다. 예를 들어 티샷에서 OB가 나면 본인 입장에서는 큰 실수이지만 규정은 1벌타다. 한국 골프장의 경우 진행을 돕기 위해 OB티를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티 박스에서 두 번 친 것으로 간주하여 OB티에서 4번째 샷을 할 수 있다. 모든 벌타 규정은 실수나 불가항력인 경우에는 1벌타가 부과되지만, 고의적이거나 룰을 모르고 반칙을 했다면 2벌타다.

매우 합리적인 룰이라고 판단되며, 필자의 경우 조직관리에서도 응용하고 있다. 기업에서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결과가 발생되어 책임을 물을 경우 고의성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리 큰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고의성이 없었을 경우에는 크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대로 조그만 손해라 할지라도 사익 추구나 고의성이 있을 경우에는 중징계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형법에서 적용되는 대표적인 개념 중에도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이 있다. 미필적 고의란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좁은 골목길에서 통행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속으로 운전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피의자의 인식과 의지 여부에 따라 '미필적 고의'와 '과실치사'로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마크 롤랜즈의 에세이 [철학자와 늑대]에서 '고의는 영장류의 발명품'이라고 표현했다. '고의'라는 개념은 골프의 벌타 규칙이나 법률 등에서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그 이유는 타인을 위하는 마음인 이타심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의 발로가 될 것이다. '본인이 싫은 일은 다른 이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모든 종교에서 적용하는 황금률을 새겨볼 일이다.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201802호 (2018.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