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30 파워리더의 교훈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스님들은 왜 면벽수행을 할까. 면벽수행은 벽을 마주하고 좌선한 채 화두에 몰두하는 수행법이다. 아예 바닥에 눕지 않은 채 긴 시간 수도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성철 스님은 10년 장좌불와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깨달음은 뭘까. 사전적 의미는 '잘 모르고 있던 사물의 본질이나 진리 따위의 숨은 참뜻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됨'이다.

현대사회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강조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과학기술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패턴의 변화도 급격하다. 개인이나 기업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뒤처질까 전전긍긍한다. 당장이라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등을 공부하고 도입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공포감을 가지면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진다.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지는 데다, 대부분 추론적인 것들로 단순한 정리가 어렵다. 당연히 본질이나 참뜻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보와 흐름(트렌드)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6시그마, 블루오션 등 한때 산업계를 풍미했던 열풍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그라져 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AI와 공장자동화는 이미 20년 전에 시작되었고, 빅데이터도 대다수 기업들이 도입하면 차별화가 없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도 운송 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뀔 때만큼 혁명적 변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겉모습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과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본질과 가치를 보려면 내면의 눈인 '안목(眼目)'이 필요하다. 안목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상황을 현재의 사물이나 흐름 등과 같은 여러 현실적 정황을 근거로 실제에 가깝도록 판단하거나 추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기업)와 소비자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나의 존재 이유(기업의 본질)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포브스코리아가 매년 2월호에 발표하는 '2030 파워리더, 한국의 젊은 영웅들'의 창업 동기와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간편 송금서비스로 연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편의성을 높일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했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지 않고도 카드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렇게 나왔다. 예방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의사 출신의 강성지 웰트 대표는 "질병의 징후를 모아서 분석하는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스마트 벨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차고 있는 벨트에 사물인터넷 기술(IoT)을 적용한 센서를 부착해 고혈압, 당뇨, 치질 등의 질환을 예측하는 헬스케어 제품으로 크게 성공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감정분석해주는 서비스 제공으로 파워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30명의 젊은 파워리더가 주목받는 이유를 본질과 가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 비결은 아주 단순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하든,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잠재된 요구를 찾아내 가치를 부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 스님이 벽을 바라보고 화두에 몰두하듯,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본질과 가치에 집중한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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