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인터뷰 중 ‘목표’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꿈과 목표가 많은 사람이었다.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통하지만 권 대표의 시선은 멀고도 높다. 티오더는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성공한 연쇄 창업가로,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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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음식점의 테이블오더(무인 주문기) 사용 비율은 2018년 0.9%에서 2023년 7.8%로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자 다수 기업이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티오더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과 KT, 배달의민족, 토스플레이스, 먼슬리키친 등이 테이블오더 시장에 뛰어들었다.이 시장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메뉴 주문·결제를 처리하는 테이블오더가 오프라인 외식업 소비자 데이터를 긁어모으기 때문이다. 권성택(37) 티오더 대표는 “고객이 주류를 주문하면 테이블오더는 주종과 브랜드 등 세부적인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이를 분석하면 고객의 외식 취향과 월별 소비 패턴, 지역별 소비 트렌드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AI 기술을 도입하면 정제된 데이터에서 양질의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된다.테이블오더 시장은 아직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2024년 11월 야놀자는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사업 중단과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권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테이블오더 사업은 매우 터프하다”며 “태블릿 단말기와 카드 결제 리더기의 호환성을 확인하면서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와 연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테일한 오류에 대응하려면 기술적인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데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이를 쉽게 따라잡긴 힘들다”고 덧붙였다.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티오더는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갔다. 티오더의 태블릿 단말기는 실시간 온라인 메뉴판이자 무인 주문·결제기다. 티오더는 이를 음식점 개별 테이블에 각각 설치해 고객이 단말기 화면을 직접 눌러 메뉴를 주문·결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2021년 약 5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약 220억원, 2023년 596억원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2022년 흑자로 돌아섰다. 티오더에 따르면 현재 활성 태블릿은 25만 대이며 매달 3600만 명이 티오더를 이용한다. 권 대표는 “2024년 9월 누적 결제액도 7조원을 돌파했다”며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후발 주자들이 기술적 차별성을 내세워 승부수를 던지자 티오더는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음식점뿐 아니라 인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와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 등에 진출했으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메뉴 주문 화면으로 연결되는 QR시스템도 구축했다.스타트업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정 궤도에 오른 티오더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티오더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려 한다.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해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안전하고 빠르게 고도화하고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2024년 12월 3일 서울 여의도 티오더 본사에서 권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났다. 권 대표에게 티오더의 경쟁 우위 확보 전략과 AI 인프라 기업이란 청사진, 글로벌 진출 로드맵 등을 물었다.
데이터를 외면해온 외식업계
▎권성택 티오더 대표(좌)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나 기업경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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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을 두루 거쳤다.2014년 해외 쇼핑몰인 저머니컴퍼니를 창업했다. 5년간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해보니 오프라인 매장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커머스 사업으로 고객 데이터와 친숙해졌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궁금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 외식업은 시장 규모가 큰 데 반해 고객 데이터는 아깝게 버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외식업 데이터가 내겐 ‘황금’처럼 보였다. 음식점의 개별 테이블에 태블릿 메뉴판을 설치하면 고객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확보하고, 로 데이터(raw data)를 분석하면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2022년 유사 기업인 ‘유니드봇’을 인수했다. 그 배경은.티오더보다 2년 앞서 설립된 유니드봇은 태블릿 전자주문 시스템 ‘호잇’을 보유했다. 티오더가 어느 정도는 호잇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벤치마킹이란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 2022년 티오더는 온라인 메뉴판을 넘어선 새로운 AI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티오더는 창업 초반부터 승승장구한 것으로 보인다.전혀 그렇지 않다. 수중에 70만원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다. 창업 초반 PoC(Proof of Concept, 기술검증)에 나섰는데 이를 받아줄 음식점이 없었다. 당시에 더는 개인 자금을 넣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여러 식당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만약 적자가 나면 폐업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티오더 사용료 1년 치를 일시불로 지급한 식당이 몇 군데 있었다. 5곳이 채 안 됐지만 그들이 티오더를 살렸다. 그 자금이 스노볼이 되어 티오더의 성장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은 없었나.양날의 검이었다. 코로나로 외식업 시장 전체가 피해를 본 건 사실이다. 매출 측면에서 당연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에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측면도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비대면 주문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주문·결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테이블오더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포스나 키오스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포스는 공급자가 입력하는 데이터를 모은다. 반면 티오더는 소비자가 데이터를 입력한다. 둘의 차이가 디테일한 데이터 여부를 결정한다. 가령 식당 주인은 소주 주문이 들어왔을 때 브랜드별 가격이 동일하면 포스에 소주와 가격만 입력한다. 단순한 정보다. 어떤 브랜드 소주를 주문했느냐는 향후 판매 전략을 세울 때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티오더는 명확한 고객 데이터를 파악해 양질의 정보를 축적한다. 또한 키오스크와의 차이는 고객의 구조에 달려 있다. 키오스크는 고객을 직렬로 세워 순서대로 데이터를 파악한다. 하지만 티오더는 고객을 병렬로 놓고 실시간으로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티오더가 낫다.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는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서둘러 주문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티오더를 이용하는 고객은 메뉴를 살펴보고 주문·결제하는 동안 편안하고 여유롭다. 여러 측면에서 티오더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제된 데이터로 양질의 아웃풋 창출2024년 9월 티오더가 해커톤(Hackathon)에서 글로벌 3위를 차지하자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테이블오더를 만드는 기업이 왜 해커톤에 참여했을까. 이날 진행된 해커톤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개최한 Gen AI(생성형 인공지능) 대회였다. 티오더는 업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대회에서 한국 기업 중에선 1위를 차지했다. AI 인프라 기업으로 향하는 초석으로 풀이된다.
티오더는 외식업계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업계에 ‘외식업은 농부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식당 한 곳을 운영하려면 육체적 노동을 비롯해 엄청난 노고가 필요하다. 요즘 은퇴하면 자영업을 택하는 분위기인데 외식업이 주를 이룬다. 축적된 노하우 없이 외식업을 시작하면 식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사업이 실패할 확률도 높다. 티오더는 메뉴판이자 주문·결제기이자 광고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식당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를 낮춘다.또 티오더는 외식업 종사자들이 자연스럽게 데이터에 익숙해지도록 고객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이들이 맨땅에서 고생스럽게 사업 성장 전략을 세우지 않고 티오더 리포트를 활용해 편하게 식당을 운영하길 바란다. 리포트에는 고객 외식 취향과 월별 고객 패턴 등이 담기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객 리뷰와 메뉴 터치 건수, 실제 주문 건수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더욱 방대한 데이터를 정제·분석해 더 나은 리포트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때 AI 기술로 양질의 인풋을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고자 한다.
티오더의 핵심 BM은 무엇인가.핵심 BM(비즈니스 모델)은 단연 광고다. 고객이 음식을 기다리거나 식사 후 대화를 나눌 때 티오더는 하나의 광고판이 된다. 고객은 식당에 머무는 동안 태블릿 화면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티오더는 고객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 특히 태블릿 단말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고객의 성별을 파악하기 때문에 타깃 광고도 가능하다. 최근엔 단말기를 이용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룰렛(원판 돌리기) 이벤트를 열어 고객 정보를 수집한다. 2025년 하반기에는 AI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티오더의 상품 추천이 업체의 매출 증대로 연결되면 그중 일부분을 티오더가 가져가는 식이다.또한 티오더의 사업 확장성은 ‘실시간’에 방점을 둔다. 태블릿 단말기는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대다수 검색 플랫폼은 음식점의 기본 정보는 제공하지만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매장 상태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티오더의 데이터 플랫폼 인프라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사업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중단기 목표와 궁극적인 비전을 구분한다면.현재 티오더 단말기는 다소 무게감이 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경량화에 성공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커스터마이징 수준도 높여야 한다.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티오더는 이미 2023년 캐나다에 법인을 세웠고 2024년에는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이로써 글로벌 외식업 주문 문화를 티오더 시스템으로 통일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티오더’가 전 세계에서 테이블오더의 대명사로 불리길 바란다. 난 티오더가 반짝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롱런하는 기업이 되길 꿈꾼다. 사업을 속도감 있게 운영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정도(正道)를 걷겠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