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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5]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퍼스트무버라는 정도(正道) 


인공지능(AI) 업계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일까. ‘한 수’라는 단어를 듣고 난 이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떠올렸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상징하는 알파고의 승리는 AI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크게 촉진했다. 그때의 관심과 투자가 씨앗이 되어 생성 AI의 시대가 시작됐고, 마치 캄브리아기 대폭발처럼 수많은 AI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알파고의 승리와 함께 촉발된 생성 AI 혁명 가운데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세돌 9단이 놓았던 ‘신의 한 수’였다.

GPT-3에 대한 조기 접근 권한을 얻어 생성 AI 서비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회상해보면, 높은 비용,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과 인간 전문가에 비해 부족한 퀄리티의 작문으로 인해 사업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에 대해 뤼튼 팀은 AI 모델의 성능이 고도화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생성 AI 서비스를 고도화해나갔다. 퍼스트무머(First-Mover)가 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수’였다. 그리고 2022년 11월 말, Chat GPT가 등장했다. 기술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그간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뜨거운 관심만 남아 있었다.

그사이, 뤼튼 역시 CES에서 생성 AI 서비스 최초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AI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 활용이 대중화되기 시작된 시점에서, 선제적인 이용자 접점 확보는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그간 회사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던 유료 요금제를 없애고 전면 무료화를 발표했다. 모두가 모델의 비용 구조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아해했다. 이는 AI가 전기와 인터넷처럼 세상의 운영체제가 될 기술이라면, 계속해서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저렴해질 것이라 믿었기에 내릴 수 있었던 나의 두 번째 ‘수’였다. 비록 ‘신의 한 수’는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퍼스트무버가 되고자 결정했던 ‘수’였다.

현재 월간활성사용자(MAU) 500만 명을 돌파한 ‘생성 AI 서비스 플랫폼’ 뤼튼은 최근 ‘캐릭터 챗’이라는 서비스로 부분 수익화를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AI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 챗’은 무료 기반 서비스로, 많은 이용자가 고성능의 유료 모델 사용을 요청함에 따라 부분 유료화를 도입했는데, 불과 1개월 만에 월 매출액이 10억원을 돌파했고,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20위 이내에 안착했다. 새해에는 누구나 쉽게 AI 에이전트(Agent)를 제작할 수 있는 ‘액션 에이전트’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뤼튼은 여전히 의심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등 이 계단을 먼저 오른 이들은 기술, 비용, 수익화, 글로벌 경쟁력에 관한 연속적인 의심의 시선에도 끊임없이 퍼스트무버가 되기를 자청했다.

‘가장 먼저 앞서가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교훈은, 우리로 하여금 ‘쉽고 간단한 길’을 찾게 만든다. 여전히 정도(正道)를 외면하는 우리에게 ‘신의 한 수’라 불린 78번째 수에 대해 질문을 받은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더 쉽게 수가 날 줄 알았어요. 더 쉽게 뭐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어려워서 또 이번에 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 수를 둔 이유는 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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