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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5]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노트북 100대 1주일만 빌려줄 수 있나요? 


2025년은 내가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이 되는 해다. 20대 후반을 특공대 장교로 보내고 IMF 외환위기가 좀 진정되던 해에 전역 한 나는 당시 용산에서 컴퓨터 유통으로 기반을 잡은 형님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 2000년대에 접어든 용산엔 큰 변화가 일었다. 온라인 유통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통적 오프라인 업체들은 하나둘 도산했다. 형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때 우연히 선배의 요청으로 형님의 컴퓨터를 가지고 코엑스 등 전시장에 단기간 렌털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컴퓨터 렌털업은 점차 수량을 늘려가며 영업 범위를 더 넓혀갔다.

2001년으로 기억한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막 열릴 때였다. 나 또한 네이버의 저렴한 키워드 광고로 렌털 홍보를 하고 있었고 상위 랭킹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의 전화가 왔는데 “노트북 100대를 1주일간 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는 멈칫했지만, 이어 “가능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을까.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에 형님은 일본에서 NEC 노트북을 병행 수입해 용산에서 유통하고 있었는데, 후발 주자들이 20~30%씩 낮게 수입해 유통하는 바람에 200여 대의 악성 재고를 안고 가야만 했다. 내가 과감히 100대를 빌려줄 수 있다고 말한 이유다.

당연히 형님은 반대했다. 1주일 빌려주자고 대당 200만원이 넘는 노트북을 고작 10여만원 받고 개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난 형님을 설득했고 결국 나의 고집에 렌털을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100대를 주문한 회사는 6시그마 교육을 담당하는 대기업 인사팀이었고, 그 이후에 교육이 확대되어 6개월에 걸쳐 렌털을 지속했다. 우리는 6개월 만에 원가 이상의 렌털료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이지렌털’의 시작이었다. 이후에 복합기. 사무용 가구, 가전, 행사용품 등 기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빌려주는 종합렌털사로 변모하게 됐다. 지난 25년간 이지렌털 제품을 사용한 기업과 관공서는 1만 개가 넘고, 연간 2000개 기업이 꾸준하게 이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다.

2018년부터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초대용량 공기청정 살균기를 직접 생산해 지하철역, 학교, 터미널, 쇼핑센터 등 다중이용시설에 렌털과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난 지금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가끔 무용담처럼 그때를 회상하곤 한다. 내 인생에 전환점을 주었던 ‘100대의 노트북 렌털’이 내겐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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